모바일 산문
나는 시를 쓴다고 말하지 않는다.
시를 모르기 때문이고
시는 모호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시이면서 산문이라 해도 좋을 것 같고,
모두가 아니라고 하여도 좋다.
시라고 하면 시를 썼다고 해도 좋고
다음날에는 산문이라고 하여도 좋다.
그래서 시를 쓴다고 하기보다는
모바일 산문이라고 말해버린다.
산문이라고 말할 떄도 있고
에세이라고 말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콩트로, 또 어떨 때는 미니픽션으로 말할 때도 있다.
아무래도 좋다.
부정확한 것을 쓰고 싶다. 부정확한 것을 부정확하게 써서, 명료한 확신 속에 숨지 않고,
확신에 찬 내가 되지 않고,
거대한 신화를 붙들지 않고, 소소함에도 얽매이지 않고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꿈을 꾸지 않는 것처럼
짧은 꿈을 꾸며, 흐릿하게 생각을 고집하며
어수룩하게
졸린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면서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내고는
하품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며
웃으며
어쨌든 부정확한 자신으로 초라하게 서서는
그냥, 쓰고 싶다.
그냥, 잘 모르겠어서
그냥
쓴다. 더는 쓰이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