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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연기 왕창 뒤집어쓰고

에세이

by 희원이

합평을 하다 보면

하이에나 합평이라는 말도 들었다.

한 소설을 돌리면서 각자 합평하다 보면

소설이 남아나질 않고 너덜대었다.


사방에서 물어뜯는다고 해서

단점만 보고는 장점을 살려주지는 못한다고 해서

단점 지적을 안목이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글을 그리 쓰지 못하지만, 독자로서는 세계 최고의 안목이라는 농담을 하면서,


아주 박정하게 합평작을 난도질 하곤 했다.

그건 그때 문우들의 강박 같은 것이었는데,

장점을 보지 못하고 깐깐하게 비평가처럼 구는 건

그다지 좋지 못한 모습이지만, 그때는 어쨌든 그랬다.

그러다 보면 합평작으로 농담을 하기도 하고,

비평하는 사람이 은연중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이건 또 다음 합평작으로 불이 옮아 붙곤 했다.

마침 눈엣가시였던 사람의 작품이라면 아주 볼만해진다.

이건 뭐 서로 물어뜯기 대회라도 열어야 할 판이고,

심한 경우에는 흥분해서 원고를 툭 집어던지듯 하면서

“이런 원고를 보면 난 화가 나!”

라면서 다시 쓰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러면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술자리까지 이런 분위기가 옮겨갈 때도 있지만,

또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그런 불길이 잦아드는 경우도 많다.

사실 누군가에게 합평을 해달라고 올렸다면

아무래도 의무감으로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지적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긴다면서, 안 그러면 게을러 보여서, 더 성심껏 봐준다는 의미라면서 험악한 상황을 모면하게도 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영 적응하지 못하고

다음 모임부터는 나오지 않기도 하였다.

어떤 경우에는 자유게시판에 그런 분위기를 대놓고 비판하면서

모든 회원들에게 온라인 따귀라도 붙일 것처럼

살풀이를 하고는 나가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온라인 살풀이를 당한 사람들 사이에 나도 모르게 끼기도 했는데

나름대로 성심껏 봐주었다고 하지만,

알게 모르게 비평자로서 상대를 재단하는 느낌을 주었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반발을 느끼는 경우는 생기는데

보통은 다른 화제로 넘어가면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도 모르게

한 문우의 작품을 말하고 나서,

위로한답시고 한 말이

그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적은 있다.

그때 그 누나는 지그시 나를 보더니,

한 모금 빨던 담배연기를 내 얼굴에

찬찬히 내뱉어 주었다.


아, 진짜

그거 아직 기억한다고요.

기분 나쁘다기보다는

인상적인 기억으로.


내가 혹시 깐족거렸나

싶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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