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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가 돋아날 때쯤

미니픽션

by 희원이

♬ 새 랑귀지의 끝에 걸린 익숙지 않은 발음을 딛고

파- 르르 떨었다. 새

랑- 귀지의 끝에 걸린 익숙지 않은 발음을 딛고

새- 발음이 돋아났다.


투- 박했다.

명- 징했다. 날선 채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인지 발음인지

하- 등 중요하지 않지만,

고- 립된 열정이 엇나가버린 바람에 툭 깨져버린, 나


날- 들이

카- 위에 잘려나가고 말았다.

롭- (높)은 곳을 향하는 목소리는

고- 된 그리움으로


반- 발하고,

짝- 사랑의 허허로움은

거- 리의 바닥을 훔치는 가로등 불빛 같은

리- 야기처럼

고- 매한 슬픔으로 위장하여 땅으로 스며든다.


이- 생의 내용이란 대개 그렇다.

상- 한 마음으로 죽을 듯하다 어느 날 문득

한- 가한 때에 이르러서야 그리워지는.


* 김윤아 인스타그램 문구, 세로글 인용: "파랑새 투명하고 날카롭고 반짝거리고 이상한"





√ 새 이가 돋아날 때쯤

유치가 빠지고, 새 이가 돋아나면 죽을 때까지 그 이로 살아야 한다. 그러니 그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희미한 은희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그 뒤로도

어머니와 몇 년을 더 살았고

어머니가 갑자기 사라지던 때에도

무슨 말을 남겼던 것 같은데


그 말은 기억에 남지 않고

어렸을 적, 이가 새로 돋아나던 시절의

한마디가 종종 기억에서 맴돌았다. 어쩌면

치위생사라는 직업 때문일 수도 있었다.

아니, 그런 기억 때문에 치위생사가 된 것일 수도 있었다.

치과 의사는 될 수 없었으니까.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래서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없다는 것, 뜬금없이 남아버린

반복되는 기억이 신기하기도 해서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중에 기억하고 싶어질지도 모를 일이라면서, 정확한 기준을 세웠던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그 기준도 모호해지고, 다시 기준을 버리고

다시

세우면서

기록을 남겼다.


예를 들어, 거울에 금이 갔다면 버리지 않았다.

그 거울의 금이 간 곳에

포스트잍을 붙이고는 언제 그것을 발견했는지 메모해두었다.

그리고 그 기록을 엑셀에도 리스트를 만들어 저장해두었다. 얼마 전에는 책의 낱장이 떨어졌는데, 그곳에 유독 줄은 많이 그어둔 페이지였고,

그래서 그것을 투명 테이프로 붙여두고는 역시 포스트잍을 붙이고 엑셀 리스트 역시 한 행을 추가하였다.


언젠가 외장하드가 파손되어 그 리스트도 파손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른 곳에도 백업해두었다.

용량이 크지는 않았다.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것은 생각보다 용량이 크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남겨두어야 비로소

용량이 제법 커졌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몰라도

그렇게

했다. 그래야 기억을 기록으로 영원히 남겨둘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보지도 않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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