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우리 헤어지자

에세이

by 희원이

‘영어야, 우리 헤어지자.’

몇 번이고 속으로 다짐했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 끝에,

영어와의 이별은 불가피해 보였다. 대학교 졸업 후부터는

더 이상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곳으로만 발을 디뎠다.


영어 시험 점수나 외국어 실력을 요구하는 직장은

철저히 외면했다. 그 덕분인지

외국어를 잘해야만 하는 업무나 직무를

맡은 적도 없다. 나의 커리어는

영어와는 최대한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쌓여갔다.


하지만 그 시절, 모든 곳에서

영어 점수는 필수였다. 영어 시험 점수가 중요한 사회에서 나는

늘 뒤처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승진 시험을 위해 토익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집 앞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는 경험도 없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어른이라고 한다면.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나이가 들었으니

어른이기도 하고.


그런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더 이상

외국어 압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외국어를 모조리 빼낸 인위적인

진공 공간에 갇힌 듯했다.


외국어가 필요하지 않은 곳에서

나만의 안정된 위치를 찾는 것이란 어쩐지

그런 느낌을 주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외국어의 중요성을 말하며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토익이나 토플 점수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나는 그 소란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 대신

외국어가 나를 지배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생각해보면,

외국어를 필요로 하는 직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 부담을 느끼지 않는 이들이다.

그들은 외국어와의 긴장된 싸움 대신

자연스럽게 그 언어를 소화하고, 활용하며 일한다.

그들의 일상에서 외국어는 스트레스의 대상이 아니라,

단순한 도구일 뿐이다. 경쟁력이 있다는 소리다.


나는 그들 사이에 있지 않았다.

영어는 내 일상에서 멀어졌고,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러기로 했다.

국제 회의, 외국인과의 협상, 해외 출장 등

그런 건 없었다.

나도 그곳에 없다.

나의 업무는 주로 한국어로 진행되고, 외국어의 필요성은 점점 희미해졌다. 영어가 없는 삶은

의외로 편안했다.


가끔은 생각해본다. 영어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 이유는 내가 그 세계에서 멀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외국어는 여전히 세계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중요한 열쇠다. 나는 그 열쇠를 포기하고

나만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외국어가 필요하지 않은 곳에서

나만의 자리를 지키며,

내 삶의 우선순위를

다르게 설정했다.


그럼에도 어쩐지

영어와의 이별은 완벽하지 않았다.

때로는 후회가 들기도 했고, 더 나은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영어라는 부담을 더 이상 내 마음속에 두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언젠가 다시 외국어가 필요할 날이 온다면, 그 필요 때문에 다시금 영어를 배우기로 선택한다면, 그건 예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영어를 대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때까지는 영어 없이,

나만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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