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목차: 황반변성의 별빛]
1부. 노동: 구조적 불평등
(생략)
2부. 결핍: 삶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고
(생략)
3부. 몽상: 잠깐 넌지시 엿보다가
♬ 낡은 책에 적힌, 싱거운 전설에 관하여
♬ 없어진다는 것
♬ 아무것도 아닌 채로 고독사 하여도
♬ 꿈속의 그대들이 보고 싶으나 모든 게 낯설었다
♬ 통제할 수 없는 꿈들을 부단히 품었던
♬ 너의 점프는 우리의 희망이 되고
[소개글]
- 놀이글 스타일을 적용한 만화적 산문입니다.
- 이미지는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꿈속의 그대들이 보고 싶으나 모든 게 낯설었다
꿈에서 무슨 책인지도 모를 책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습니다. 재미 있지도 않은 책 같았는데 필사적으로 읽었죠.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도 잊은 채.
나는 관리자였던 것 같습니다. 이를 뒤늦게 깨닫고 농토로 나가보니, 일하던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한때는 ‘경자유전’을 외치며 농토를 빼앗길 수 없다던 사람들이, 종국엔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기곤 어쩔 수 없이 소작농으로라도 일해야 했던 그 사람들이 모두,
뜬금없이 하늘로 증발된 것처럼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나는 그 드넓은 농지를 혼자 경작하려다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놀고 있는 농토에선 경작물이 방치되어 있었고,
새들이 곡식을 주워 먹으려고 분주히 몰려왔습니다.
일다운 일도 못하고 녹초가 된 채로 집으로 돌아가면서 모든 게 난감해졌죠.
직원들과 함께 지내던 숙소는 유령의 집 같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웃고 떠들던 순간은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막내 소작농의 낡은 신발 하나가 신발장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죠.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창가로 무심코 농토를 바라보는데,
그들 중 몇몇이 일을 하고 있던 것입니다. 그들이 너무도 반가워, 냅다 다시 농토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낯선 존재가 되어 있었죠. 그래도, 그런 모습으로라도 말 붙여주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농토에서 발 붙이고 온종일 일하다 보니 점점 땅으로 가라앉더이다. 그러다 살이 다 썩어서 뼈만 남았소. 그러고도 4500원짜리 담배를 못 끊으니 참으로 고역이오”
모든 게 부자연스러운 풍경으로 꿈속을 버티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