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목차: 놀이글의 비평]
Ⅰ. 서론
Ⅱ. 본론
Ⅱ-1. 이론적 배경(a): 놀이란 무엇인가
Ⅱ-2. 이론적 배경(b): 놀이의 비평
1) 놀이의 특성
☞ 유희성
☞ 자발성
☞ 주도성
☞ 개방성
☞ 과정중심주의
☞ 규칙성
☞ 연극성
☞ 무효용성
☞ 이벤트성
☞ 일상성
2) 놀이의 비평
☞ 놀이의 비평
☞ 놀이-게임의 비평
☞ 놀이-예술의 비평
☞ 놀이-게임-예술의 비평
Ⅱ-3. 응용 사례: 놀이글
Ⅲ. 결론
참고문헌
미주
☞ 개방성
대개 놀이와 게임에는 모두 유희성과 자발성이 있다. 물론 프로야구 선수는 일정에 맞춰 경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게임은 종종 일의 성격을 띤다. 반면 순수한 놀이는 그러한 것이 매우 적다. 놀이참여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고 그들이 합의한다면 놀이는 이뤄진다.
주도성의 관점에서 살피면, 정격적이고 엄밀한 게임은 놀이보다 주도성에 관해서 폐쇄적이다. 아무나 프로야구의 선수가 될 수 없다. 심지어 동네야구라고 해도 웬만한 수준을 갖추지 않고는 벤치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숨바꼭질과 같이 단순한 놀이에 모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놀이는 그 내용이 단순하고 간결하고 느슨한 틀 덕분에 여백이 많다. 그 여백에서 놀이참여자는 숨통을 틔우고 굳이 엄청난 실력이 없어도 놀이 안에서 자기 몫을 제대로 해낸다. 의사놀이처럼 따라 하기가 무척 쉬운 경향을 보인다.
그뿐 아니라 게임과 달리 나름의 서사가 유동적이고 불분명해서 언제든 누군가 끼어들 수 있다. 물론 게임에서도 중간 참여가 가능하지만 복잡하고 엄격한 게임의 룰에 따라 참여가 가능해진다. 때로는 개인전처럼 선수를 대체할 수 없는 경우라면 중간 참여가 아예 불가능하다.
그런데 놀이는 대개 아무 때나 참여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숨바꼭질을 할 때 언제든 숫자를 늘려서 놀이를 할 수 있다. 따라하기 어렵지도 않으니 간단한 규칙만 알려주면 된다. 심지어 의사놀이 등에서는 그냥 환자 역할을 해버리면 그만이다. 너무도 간단해서 어른이라면 당혹스러운 기분까지 들고 만다. 즉각 다른 놀이로 바꾸거나 자신이 의사를 하겠다고 주장한다면 그렇게 즉시 바꾸면 된다. 그러고도 놀이는 별 탈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서로가 의사를 하겠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돌아가면서 의사를 맡아서 놀이를 해도 놀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처럼 순수한 놀이는 불확정적이고 언제든 모방이 쉽다. 또한 규칙을 지키면서도 임기응변으로 놀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래서 놀이는 시작 5분 뒤에 전혀 다른 방식이나 역할로 전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래는 30분만 하기로 했는데 사람도 늘어나고 호응이 좋아서 그냥 2시간 동안 그렇게 역할을 바꾸어가며 놀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간에 일이 있어 한 사람이 빠지더라도 놀이할 참여자가 남아있는 한 놀이는 계속 진행될 수 있다. 의사 놀이를 하다가 의사가 퇴근해서 가족 놀이로 바뀐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문득 지겨워져 즉각 끝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놀이는 예측불가능한 면도 있다.
이러한 개방성이 강할수록 놀이답다.
☞ 과정중심주의
놀이는 과정이 강조된다. 예술품이나 스포츠의 경우 결과중심주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과정이 아름다워도 결국 결말이 중요하다. 작품이 엉망이라면 아무래도 예술품을 창작한 과정의 의미가 퇴색되고 그건 스포츠가 더하다. ‘성적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는 냉혹한 경쟁 논리에서 공정하게 규칙을 준수하는 것 자체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은 이겼을 때 더욱 값지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과중심주의가 아닌 것을 찾기는 드물다.
그런데 놀이에선 결말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친목 차원의 놀이에선 설령 누군가 이기는 놀이라고 하더라도 크게 상관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소꿉놀이를 하면서 그것의 결과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오히려 그보다는 소꿉놀이로 친구들과 교감하면서 우의를 다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놀이에서는 결말보다 과정에 천착하면서 어떤 식으로 내용이 채워지는지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언제든 임의적으로 종결할 수도 있다.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것이므로 5분이 진행된 놀이는 5분의 내용을 보이고, 50분의 놀이에서는 50분의 놀이 내용이 보일 것이다. 그것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느냐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기에, 순수한 놀이일수록 결과의 예술성과 승리의 주역은 무의미하다.
대개 예술과 달리 놀이에선 엄밀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 서사를 탈피하고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다. 게임에서도 그런 면이 있는데 이는 예술보다 훨씬 자유롭고 느슨한 부분이다.
놀이는 기승전결을 두고 갈등을 하면서 결말을 내는 것이 아니므로, 하다가 지치면 그만두고, 재미있으면 지속한다. 계속 일상적인 내용이 반복될 수도 있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이는 게임에서도 보이는 특성이라고 했는데, 스타크래프트에서 큰 서사는 이미 정해져 있고 참여자가 큰 서사 안의 작은 서사를 반복해서 만들기도 한다. 역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삼국지 게임처럼 저장해놓고 이야기를 진행해나갈 수도 있다. 이때 게임의 경우엔 승리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며 예술에서는 예술적 결말이 관심사가 된다. 순수한 놀이에서는 결말에서 딱히 기대하는 것이 없다. 그저 놀이가 진행되는 과정을 즐기면 그뿐이다. 나중에 다시 하고 싶으면 잠시 중지했다가 다시 시작하는데, 대개는 전에 했던 놀이의 내용을 연결되지 않는다.
이처럼 놀이에서는 대개 휘발성이 지속성보다 더 강하다. 반드시 지속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서사의 압박이 없기에 그냥 별 부담 없이 새로 해도 이야기는 그때마다 새롭게 즉각 시작될 수 있다. 마치 일기처럼 그날의 일을 적듯 기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록의 나열성을 특징으로 삼는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과정을 중심으로 삼고 개방적인 틀에 탈서사적 면모까지 보이니 참여자가 원하는 대로 여러 새로운 요소를 부가할 가능성이 언제든 있다. 임의적으로 놀이를 연장하고 종결하는 것 역시 수월하다. 이는 규칙의 지배력이 강한 게임에서는 주변적인 특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