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특성(3)
보고서
[목차: 놀이글의 비평]
Ⅰ. 서론
Ⅱ. 본론
Ⅱ-1. 이론적 배경(a): 놀이란 무엇인가
Ⅱ-2. 이론적 배경(b): 놀이의 비평
1) 놀이의 특성
☞ 유희성
☞ 자발성
☞ 주도성
☞ 개방성
☞ 과정중심주의
☞ 규칙성
☞ 연극성
☞ 무효용성
☞ 이벤트성
☞ 일상성
2) 놀이의 비평
☞ 놀이의 비평
☞ 놀이-게임의 비평
☞ 놀이-예술의 비평
☞ 놀이-게임-예술의 비평
Ⅱ-3. 응용 사례: 놀이글
Ⅲ. 결론
참고문헌
미주
☞ 규칙성
순수한 놀이에서는 ‘그냥 막 논다’고 할 수 있어서 정말이지 규칙이 없어 보이지만, 앞에서도 놀이의 3요소로 제시했듯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가 필요하다. 즉 여기도 놀이를 하겠다는 아주 간단한 규약이 숨어 있는 셈이다. 놀이에는 규칙이 매우 느슨하긴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가 규칙이 조금씩 덧붙고 벌칙이 생기고, 승패의 압박이 생긴다. 정기적이 되면서 산업적 논리가 붙고, 다시 선수의 관리를 위한 계약 조항과 엄밀한 경기 규칙이 늘어간다. 그러면서 놀이는 더 이상 놀이로 남지 못한다. 어쩐지 더는 ‘놀이’라고 부르면 어색해지고, 오히려 ‘일’이라고 불러야 자연스러워진다. 이는 규칙의 복잡성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에 따라 좌우된다.
물론 아무리 순수한 놀이에도 규칙은 있다. 사실 규칙이 전혀 없으면 재미가 반감된다. 또한 규칙이 너무 강해지면 아주 재미있는 스포츠가 되거나 재미없는 놀이로 전락한다.
☞ 연극성
놀이에는 숨바꼭질처럼 운동 경기 하듯 규칙을 지키며 놀이참여자가 움직이는 유형의 놀이가 있다. 그런가 하면 헐거운 설정 안에서 마치 연극하듯 역할놀이를 하는 놀이도 있다. 특히 유아들의 놀이치료나 어른들의 정신과 치료 때 역할놀이를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알아내기도 한다.
이때 놀이의 연극성이 두드러진다(주1). 놀이는 연극적이지 않은 놀이보다는 덜 개방적이며 상대적으로 서사 구조의 압박을 받는다. 물론 이러한 연극적 놀이가 연극은 아니다. 그래서 연극이라는 예술 장르에서 서사 구조가 기승전결로 나뉘고 예술적 결말로 연출되는 것과 달리, 연극적 놀이에서는 개방적으로 느슨한 서사의 틀 속에서 여럿이 참여했다가 금방에라도 그만두기도 한다. 앞에서 예로 든 의사놀이 역시 마찬가지다. 놀이참여자가 중간에 빠져나가더라도 놀이가 망가지지 않는 구조일수록 좋은 연극적 놀이일 것이다.
특히 장시간 하는 놀이나 게임이라면 개방적 참여성이 더더욱 중요한 특성이 된다.
☞ 무효용성
놀이에도 내용이 있고 놀이라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없으므로, 놀이는 그런 면에서 의미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 사회와 같이 다소 경직된 사회에서는 놀이를 아이들의 문화로 취급한다. 일과 직결하여 경제적 성과를 내는 행위가 아니라면 대체로 무의미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때 놀이는 무의미하지만 끊임없이 이뤄지는 어떤 행위처럼 보인다.
이처럼 놀이는 보통 무효용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면서도 최근에는 진정한 창조는 놀이로부터 온다는 식의 주장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놀이의 비정격적 개방성이 뜻하지 않은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창의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러한 효과는 정확히 수치로 말하기 쉽지 않다. 눈으로 확 드러나는 매출에 목을 매야 하는 기업에서 쉽사리 놀이에 관한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 마치 기업에 위기가 닥치면 홍보부서부터 긴축하듯 놀이는 그들에게 일종의 사치재와 같은 것이다.
실제로 놀이를 할 때는 게임과도 달리 결말에 집중하지도 않는다. 놀이를 한 뒤 무엇이 남는지도 명확치 않다. 놀이는 대개 무효용하다는 것, 어찌 보면 일상에서 잉여적 행위라는 점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쉽게 수용되지 못한다. 그저 놀이 치료나 유아 교육 등 몇몇 분야 정도에서 놀이가 자주 활용된다.
만일 놀이가 지나치게 효용 가치가 크면 이미 놀이로서 그 성격이 약화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프로스포츠가 있을 것이다.
☞ 이벤트성
놀이에는 프로포즈와 같이 판타지성이 있기도 하다.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고 고백하는 놀이를 행사에 적용하면서 답답한 일상과는 다른 판타지적인 느낌을 얻기도 한다. 놀이동산에서 행사를 보면서 함께 빼빼로를 물고 키스하는 연인이라면 놀이의 판타지성, 비일상성, 일탈성, 환기성 등을 느낄 것이다. 할로윈데이에 열리는 축제도 그러할 것이다. 이 모두 놀이의 이벤트적인 성격 덕분이다. 일상에 늘 있지만 언제나 일상에 자극을 주고 새롭게 활력을 주는 것이 놀이 행위일 수 있다.
놀이의 이벤트성은 마니아적인 놀이일수록 강하다. 예측하기 어렵거나 그것을 누리는 이들이 소수라면 이벤트의 성격이 강해진다. 그런 점에서 보면 놀이에 은밀한 둘만의 비밀이 끼어들 때 더욱 재미있어지고 그들에게 이벤트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게 된다.
☞ 일상성
놀이를 이벤트의 관점에서 보면 놀이는 특별하고 비일상적이다. 그러나 놀이에는 일상적인 것도 많다. 단순히 계단 숫자 세기, 초시계를 틀어넣고 걷다가 문득 봤을 때 나온 마지막 숫자만큼만 붕어빵 사먹기 등 즉석에서 아주 간단한 놀이를 혼자서도 즐길 수 있다.
즉 이벤트 성향이 강한 놀이와 일상성이 강한 놀이는 유형이 나뉜다. 둘의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둘 다 놀이의 특성이다. 어느 쪽으로 강하든 순수한 놀이라고 분류할 여지는 충분하다. 다만 게임의 성격이 강한 놀이일수록 일상성보다는 비일상성, 즉 이벤트성이 더 강해진다.
만일 새벽에 열릴 FC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기다려진다면 이미 놀이의 이벤트성에 포획된 것이다. 그때 친구들과 승리팀 알아맞히기 내기를 했다면 이벤트성은 더욱 강해진 셈이다.
(주1) 참고: V.Glasgow Koste, 《놀이, 유년기의 예술》, 113~11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