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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서의 글(1)

보고서

by 희원이

[목차: 놀이글의 비평]

Ⅰ. 서론

Ⅱ. 본론

Ⅱ-1. 이론적 배경(a): 놀이란 무엇인가

Ⅱ-2. 이론적 배경(b): 놀이의 비평

Ⅱ-3. 응용 사례: 놀이글

1) 놀이로서의 글

☞ 나의 놀이글

☞ 놀이글이란

☞ 놀이글의 비평

2) 놀이글의 유형

☞ 혼자서 하는 저술 놀이

☞ 여럿이 하는 저술 놀이

☞ 웹과 저술 놀이

3) 놀이글의 활용과 효용

☞ 놀이글의 활용 가능성

☞ 놀이글의 효용과 의의

Ⅲ. 결론

참고문헌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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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3. 응용 사례: 놀이글

1) 놀이로서 글

앞에서 놀이-게임-예술 비평을 말하면서 주로 재즈의 즉흥연주를 짚었는데, 글 역시 놀이의 영역에서 여러 가능성을 검토해볼 수 있다. 다만 글의 속성을 고려할 때 그것의 창작은 대개 결과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글쓰기에서는 장르의 특성상 즉흥적 요소를 고려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둘 때 글이라는 형식은 놀이적 요소와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한국문학의 엄숙주의까지 고려하다 보면 글이야말로 놀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결론을 도출할 만하다.

그러나 《호모 루덴스》에서도 설명하듯 과거 시를 가지고 즉흥적으로 창작하면서 서로의 수준을 가늠하고 대결하는 창작 놀이가 있었다. 또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 등도 창작 놀이로 봐야 한다. 그러한 발상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글을 예술의 창작 방식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상대와 교감하면서 놀이로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예술의 형식에 기대든 실용문의 형식에 기대든 아니면 제3의 형식에 기대든’ 문예나 실용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놀이의 특성을 지닌 놀이로서의 글, 이를테면 놀이글의 영역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란 추론을 했다. 이러한 놀이글 형식이 이미 존재하지만 예술의 관점에서 과정을 외면한 채 결과물로만 해석하려다 보니, 그 새로운 가능성을 충분히 살피지 못하고 간과한 것은 아닌지 검토하기도 했다.


☞ 나의 놀이글

사실 나 역시 처음엔 놀이글이란 자각 없이 팬픽을 쓴 적이 있다. 내 표현대로라면 팬질글로 주로 연예인을 두고 그들의 SNS에서 나오는 사진이나 정보, 기사에 등장하는 사진이나 정보를 활용하여 다양한 글을 썼다. 때로는 그것을 팬질글이라고 말했고, 잡담글이라고도 표현했다. 또한 잡문 혹은 B글이라고도 말하면서 패러디 기법이나 다양한 하위 문화적이고 키치적인 요소를 끌어다가 자유롭게 글을 낙서하듯 썼다. 때로는 질이 형편없고 때로는 의외로 기발했다. 주로 짧고 매우 신속하게 최신 정보에 반응한다는 특성이 있었다. 상호반응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물론 상대방이 놀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내 정체조차 알 수 없지만 나 스스로 그 상황을 놀이로 설정하고 가상의 상대에게서 최신 정보를 받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어떤 정보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놀이나 게임하듯 몇 가지 규칙을 세워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때로는 그것을 여러 방식으로 하나의 서사를 교차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이야기의 맥은 나조차 예측할 수 없었다. 상대가 그냥 일상적으로 올리는 사진이나 정보가 어떤 건지 모두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다른 팬픽과 다르게 놀이글에서는 즉흥성, 상호반응성, 개방성이 두드러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러한 과정을 알 리 없다. 그저 결과물만 보고 다른 팬픽과 똑같은 비평을 한다. 거기서 의문이 들었다. 만일 그 과정을 함께 관전한다면 그 특유의 상호반응성과 즉흥성이 독특한 재미를 줄 것이다. ‘어째서 앞뒤를 억지로 이은 듯한 희한하고 괴팍한 글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또 결과물의 정통적 예술 비평 방식으로는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놀이글로서는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과연 과정 자체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인지, 그래서 기존의 예술 비평과는 다른 지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잘 보이지 않는 창작 과정 자체를 온전히 평가할 수는 없는지 궁금하다.

물론 놀이글을 놀이의 영역에 두고 놀이의 특성에 맞춰 창작 과정에 대해 비평한다면 ‘어떤 놀이글이 더 우수한지는 알 수 없으나 무엇이 더 놀이다운지’는 합의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생각하다 보니 그동안 글에 접근하던 태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을 검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선 ‘글은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가?’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흔히 글을 나누는 방식은 문학/비문학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즉 예술로서의 글과 실용문으로서의 글을 들 수 있다. 이때 보통 결과물 중심의 구조를 살피고 미학적 의미를 찾으면서 각 장르에 맞게 평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것을 논외로 하기로 했다. 놀이로서의 글을 상정했기 때문이다. 놀이글은 잡담글뿐만 아니라 예술글과 실용글의 형식을 빌려서도 전개될 수 있다(주1).





(주1) 잡담으로서의 글은 어떨까? 놀이의 경우 일정한 규칙을 띨 수도 있고 앞장에서 검토한 놀이의 특성을 띠기도 하겠지만 잡담으로서의 글은 말 그대로 아무런 규칙 없이 자연스러운 일상어로 이루어진다. 최근 트위터와 같은 SNS에서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형으로 놀이글이 잡담글을 만나면 좀 더 자유분방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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