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온 고양이

그림 소설

by 희원이

[목차: 꿈속에서]

♬ 꿈속의 로드킬

♬ 아기새가 새장을 벗어날 때

♬ 얼굴이 없는

♬ 끝내는 희미해져 끝에 가까워지는 것

♬ 길에서 온 고양이

♬ 해롭지 않다는 건


[소개글]
- '꿈속에서'는 놀이글 스타일을 적용한 그림 소설입니다.
- 이미지는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일상을 회복한 여자는 성실히 살아간다.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은 문학. 그런 그녀에게 길가의 고양이가 찾아온다. 생일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존재. 고양이를 보면서 자신의 삶을 조금은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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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는 테드 휴즈의 아내였다고 하는데, 실비아 플라스는 그저 대학 산책로에서 라일락 한 다발을 실연의 꿈에 바치곤, 슬픈 노래를 듣던 여자였을까.

여자는 이상한 시집을 덮으며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마음이라고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슬펐다.

“마운령을 넘던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어떤 사람은 그 달을 놓지 못하고 31일 뒤의 시간을 붙들려 했어요. 애처롭게도 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다음 달이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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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실비아의 사연 때문이겠지, 그게 어쩌면 왜 그리 슬픈지, 그냥 남의 일을 들으면 슬퍼지는 건가 싶다가도, 어렵게 얻은 일자리에서 회사의 규칙에 맞춰 살면서 달마다 무언가를 기다렸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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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처음엔 월급이었고, 적금 통장에 쌓여가는 숫자였고, 알아듣지 못할 문장이 적혀 있는 시집을 두어 권 사는 날이었다.

읽어도 읽지 않은 것 같아서 도무지 끝나지 않는 독서였지만, 그렇게 한 달에 두어 권을 집안 아무 곳에나 던져두고는, TV를 보다가 허전할 때면 몇 문장 읽고는 그래도 이해되지 않아서 아무데나 처박아 두길 반복하였다.


"우리 딸은 어려운 책만 읽어요. 책이 넘친다고 집에 올 때마다 몇 권씩 놓고 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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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집보다는 고기와 술이 좋았고, 때로는 산책이 좋았지만, 어느 날부턴가는 고양이가 좋아졌다. 녀석의 날렵한 몸매가 다소 퉁퉁해져서는 둔해졌을 때에 적의 없어진 눈빛은 시집의 문장에선 멀어졌지만, 어쩌면 그래서 굳이 시집 몇 권으로 만들어놓은 직사각형에 고양이가 들어가 웅크리는 것일지도 몰랐다.


미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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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온, 야옹아. 엄마는 어디 갔니?


길에서 온 고양이의 생일은 있었겠지만 생일을 알 수 없었고, 생일을 알 수 없으니 아무 날짜나 생일이 될 수 있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모든 순간이 녀석의 생일일 수 있었다. 고양이에겐 사랑한다는 말을 헛헛하게 숨기지 않아서 좋았다. 어차피 녀석은 사람의 말을 온전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 뜻은 몰라도 그 눈빛과 어감은 알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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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옹.


고양이가 다가와 여자에게 비비적댈 때면, 여자는 고양이를 쓰다듬어주곤 했다. 그럴 때면 좌절하여 슬퍼하고 분노해야 할 때 제대로 그러지 못하고 어영부영 살아왔던 순간을 조금은 용서하게 되었다. 인생이 영화처럼 완벽하게 딱 떨어지지 않아서, 무료한 반복이어서, 의미 있는 서사로 깔끔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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