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소설
[목차: 꿈속에서]
♬ 꿈속의 로드킬
♬ 아기새가 새장을 벗어날 때
♬ 얼굴이 없는
♬ 끝내는 희미해져 끝에 가까워지는 것
♬ 길에서 온 고양이
♬ 해롭지 않다는 건
[소개글]
- '꿈속에서'는 놀이글 스타일을 적용한 그림 소설입니다.
- 이미지는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그녀는 텔레비전에서 낯익은 사람의 소식을 발견한다. 오래 전 그였다. 이제는 더는 자신과 연관된 일 때문은 아니다. 그 일은 오래 전에 어디선가 지워지고 말았다. 억지로 들추려 하지 않게 되었고, 그런 대로 살게 되었다. 오늘 약속 시간에 맞춰 저녁에 집을 나선다. 노을이 붉고, 곧 어둠이 밀려들었다. 아무런 것으로도 심리적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더는 해롭지 않았다. 심지어 그조차.
부활절 아침에 교회에 가는 대신 그 전 날 마신 술 때문에 늦은 오후에나 일어났다. 저녁에는 카페에 나가서 친구를 만나야겠다고 계획하는데,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검색하던 스마트폰에서 오래 전 그를 보았다. 어딘가에 쫓기다가 잡힌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기야 그건 여자 자신과는 상관 없었다. 그때의 일은 그때 끝났으므로. 그냥 오래 전에 좋아했던 영화 한 편을 넷플릭스에서 찾아서 보았다. 울다가 웃으면서. 그러곤 깜빡 잠들었다가 깨어나서는 약속 장소에 나가려고 옷을 입었다.
바깥에는 습기 가득한 무더운 바람이 불었다. 초여름의 붉은 노을이 이제 막 달빛에 젖어들 때, 잠깐 사이 언제 그랬냐는 듯 붉은 색감이 빠지고 푸른 흔적이 남았다. 마치 원래 푸른 색감이었다는 듯이. 나른한 저녁, 현란한 네온사인이 막 켜졌고 푸르게 할퀴고 지나간 저녁의 여백엔 담담한 표정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해롭지 않다는 건 무해한 것이거나, 무해할 필요가 없어졌거나, 어쩌면 이미 해가 졌다는 의미였다.
“현란한 불빛이 푸르게 할퀴고 지나간 자리, 피는 맺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