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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l 23. 2023

끝내는 희미해져 끝에 가까워지는 것

그림 소설

[목차: 꿈속에서]

♬ 꿈속의 로드킬

♬ 아기새가 새장을 벗어날 때

♬ 얼굴이 없는

♬ 끝내는 희미해져 끝에 가까워지는 것

♬ 길에서 온 고양이

♬ 해롭지 않다는 건


[소개글] 
- '꿈속에서'는 놀이글 스타일을 적용한 그림 소설입니다.
- 이미지는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여자는 어떤 추억을 떠올린다. 그것에 붙들린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에 그 모든 게 허망한 것임을 깨닫는다. 추억으로 미화했던 순간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그 시절엔 무엇이 그리도 야속하고 그리웠는지. 시간이 지나 보면 그리워했던 사람은 그리워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고, 무심코 스쳤던 사건이 못내 마음을 아리게도 했다. 어쩔 때는 그래도 한번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끝내는 보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런 일도 있는 법이다. 덮어두어야 할 일, 알면서도 서로 모른 척해주어야 할 일. 한가한 때가 되면 그런 일들과 배려에 대해서도 조금은 희미해지고, 야속했던 일조차 조금은 그리워졌다.


"는개 뿌리던 가을의 어느 저녁, 두 사람의 기억은 너무도 생생했다."






꿈속에 안개가 끼면 이상하게 가는 비 내리고 기억은 엄청 생생해지는 착각이 들었다. 그래 봤자 꿈이어서 꿈이 깨면,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을 터인데, 그 속에선 놀랍게도 살면서 겪었던 모든 슬픔이 한꺼번에 생생해져서 한없이 고단하다. 그곳에 어떤 한 사람이 있었다. 

깨어보면 전혀 그립지 않은, 끔찍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꿈에서는 기이하게도 피해야 할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언제나 시절이 지나면 끝내는 희미해져, 끝에 가까워지는 것들이 있다. 대개는 그렇다. 왜 그토록 아등바등했는지 모를 일들의 끝이란 의외로 소박하고 담담했다. 아무 맛이 없었고 무채색이었다. 그때야 비로소 맛을 원래 느끼지 못했고, 색깔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그럴 리가 없음에도, 어쨌든 꿈이었으니까.






초콜릿은 외로움 속에서도 달고, 술은 시원하게 썼는데 그런 것들이 다 의미 없는 것이 되었고, 아무런 사건이 아닌 것으로 기억되기로 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무언가 고소한 것을 입에 올려놓고 계속 단어처럼 음미하였는데, 단어는 아무 맛이 없었다. 


그것은 그저 하루 만에 죽는 팅커벨에 관한 이야기였다. 바삭하게 바스러졌다. 인생의 맛이란 미각보단 촉각으로 느껴졌다. 하늘거리는 바람이 볼을 스치며 간질였다. 

눈물이 났다. 아무 이유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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