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동호 & 천재론
[목차: 천재론] 57편 중 2번 원고
◑ 1부. 부자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천재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세 가지 방식
♬ 천재는 홀로 태어나는가?
♬ 자본주의와 천재
◑ 2부. 창의적 도전과 보상 체계
♬ 인정 욕구와 눈치 보기
♬ 정당한 보상과 문화적 토양
♬ 천재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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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동호: 부자와 천재 사이, 장래희망
그 시절엔 천재를 동경했어요. 미술을 공부하기도 했고, 입시에 시달릴 때는 초인적인 능력을 부러워했으니까요. 그냥 대충 하는 것 같은데,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애들이 꼭 있잖아요. 고등학교 때는 그런 친구들을 볼 때마다 역시 공부 쪽으로 나가면 승산이 없다는 자책도 했었죠.
그런데 요즘엔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어디를 돌아보아도 놀라운 역량을 지닌 친구들은 늘 있었거든요. 드물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런 친구들이 모두 천재라면 세상엔 천재들로 넘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다 대기업 취직하거나 장사를 하면서 자신이 똑똑했던 시절을 추억한다고 하던데,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개 제가 천재라 믿던 경우는 천재라기보다는, 박학다식하거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게 적절했어요. 아무래도 천재는 희소해야 할 것 같았죠.
한때 우리도 천재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뭔가 특별한 일을 해내주길 바랐죠. <플랜맨>을 보면 아이의 천재성을 과시하기 위해 노력하는 어머니가 나오죠. 그리고 과잉 경쟁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는 결벽증 환자가 되고, 트라우마가 된 기억을 안고 살죠. 어머니의 죽음이죠.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도 있었죠. 꼭 그런 순간을 지나올 필요는 없었을 거란 후회가 있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강박에 시달리는 주인공은 이제 천재 소년이 아니라 평범한 공무원으로 살아가요. 모든 부담스러운 시선으로부터 해방되는 방식이자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잊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작은 방에 유폐시킨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영화는 그 순간을 무겁지 않게 다루는 상업영화의 문법을 택하지만, 그 삶 자체를 곱씹다 보면, 경쟁으로 과열된 우리 사회의 단면이 담백하게 엿보이더라고요. 사실 이런 유의 실존인물들도 제법 있죠. 직접 이름을 언급하기가 그래서 영화를 예로 들어봤어요.
보통의 우리가 고등학생이라면, 어쩌면 학생일 때뿐 아니라 모든 시기를 걸쳐서 남들의 기준에 맞춰서 더 잘 살기를 원하잖아요. 저도 그러기 위해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노력했었고요. 그게 너무 힘들고 피곤하게 느껴지다 보니,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천재에 대한 동경이 없을 수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