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천재 유형, 테크니컬 천재

[3.1]민규 & 천재론

by 희원이

[목차: 천재론]

◑ 1부. 부자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천재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세 가지 방식

♬ 천재는 홀로 태어나는가?

♬ 자본주의와 천재

◑ 2부. 창의적 도전과 보상 체계

♬ 인정 욕구와 눈치 보기

♬ 정당한 보상과 문화적 토양

♬ 천재의 덕목

(→ 목차 상세보기)


※ 「등장 인물의 관점 & 소개글」 보시려면 → 목차 상세보기





[3.1] 민규: 두 번째 천재 유형, 테크니컬 천재

두 번째 유형은 테크니컬 천재예요. 우리가 쉽게 천재적 재능을 연상할 때 떠올릴 만한 유형이죠. 임윤찬이 유명 콩쿠르인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18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했을 때 사람들은 그의 유려한 피아노 연주에 감탄을 금치 못했죠. 거장에 이르러서야 보일 완숙한 연주를 보여주는 그의 테크닉은 이미 그 어린 나이에 경지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어쨌든 평범한 사람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취를 했을 때 우리는 경탄하죠. 그런 이들을 보통 천재라고 불러요. 우사인 볼트나 김연아에게서도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죠. 현격한 기량 차이를 보이며 도저하게 경이로운 성취를 보여주니까요. 누구나 천재로 합의할 만한 재능이죠. 이러한 테크니컬 천재들이 경이롭게 보이는 분야가 과학계만큼이나 스포츠계인 것 같아요. 너무도 현학적인 과학계의 이론을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채 구경해야 한다면, 스포츠계의 천재들은 우리가 결코 따라하지 못할 것을 깨닫게 하면서도 열광하게 하죠.


예술계에서도 당연히 있겠죠. 얼마 전 관객의 경탄을 이끌어내는 노련함을 어린 임윤찬에게도 봤지만, 여러 장르 중 개인적으로는 음악의 실황에서 천재의 탄생을 감동적으로 목격하곤 해요. 어린 연주자들이 실시간으로 실수를 허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채 아무렇지도 않게 감동적인 연주를 해낼 때가 있잖아요. 스포츠계의 김연아처럼요. 심지어 수많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촌각을 다투면서도 정서적이어야 할 때 그것을 완숙하게 수행하는 어린 연주자에게 놀라움을 느끼죠. 이때 어린 친구가 해냈다는 놀라움, 그 수준이 탁월하다는 감탄, 그 어려운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을지 상상하고서야 느껴지는 대견함까지. 뭔가 다른 세계의 존재를 발견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미술은 안 그러냐고요? 당연히 미술도 그렇죠. 어린 아이가 정교한 그림을 자기 개성대로 그려낼 때 어떻게 놀랍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다만 개인적으론 자기 호흡만을 맞추어도 되는 장르보단 실시간으로 상대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그 수준을 끌어올리고 상대의 연주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급박한 상황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음악 신동에 더 경탄한 것뿐이죠. 사실 이런 면에서 보면 문학의 신동이 자기 호흡에 맞추기 편한 편이에요. 자신에게 집중하면 된다는 점에선 회화의 신동과 유사한 처지지만, 테크닉적인 면에 대한 강박이 가장 덜하죠. 글도 써야 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 꼭 쓰기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죠. 삶을 성실히 살다 보면 거기서 놀라운 통찰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나이 들어서 낸 첫 작품에서도 엄청난 관록이 느껴지기도 하죠. 오랜 세월 동안 습관처럼 지속했던 사유가 곧 글쓰기 훈련이었던 셈이잖아요. 그에 반해 회화의 경우엔 분명 손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음악만큼이나 꾸준한 연습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 문학과 다르다면 다르죠. 우리가 경탄할 만한 세계적 수준의 테크닉에 도달하기 위해서 더 많은 훈련이 요구되는 장르가 음악이겠죠. 그런 점에서 꾸준한 훈련이 필요한 스포츠와 유사한 면이 있죠. 이러한 꾸준함과 기술적 난도를 소화할 수 있으려면 분명 천재적인 재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믿는 편이에요. 천재가 노력까지 꾸준히 한다면 큰 성취를 이루겠죠. 오랫동안 그걸 증명해내는 삶을 살았다면 명인이나 거장으로 불리지 않을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첫 번째 천재의 유형, 패러다임 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