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민규 & 천재론3.2
[목차: 천재론]
◑ 1부. 부자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천재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세 가지 방식
♬ 천재는 홀로 태어나는가?
♬ 자본주의와 천재
◑ 2부. 창의적 도전과 보상 체계
♬ 인정 욕구와 눈치 보기
♬ 정당한 보상과 문화적 토양
♬ 천재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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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민규: 사회의 영향력은 강하고, 그 안에서 무엇이라도 해내고 싶은
그래서 저는 제 운명을 온전히 극복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아요. 물론 사회의 파도를 잘 타면, 분명 지금보다 나은 상황을 맞을 순 있다고 봐요. 사회인을 벗어난다거나 죽음을 이겨낸다는 것은 애초에 어렵잖아요. 그런데 그 안에서도 분명 조금 더 행복하게 주도적으로는 살 수 있고요.
사회에서 ‘어떤 필요에 따라’ 현재의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방향으로 흘렀는데, 그것을 쉽사리 바꿀 만한 조류가 일지 않았다면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택, 제게 허락된 선택을 해나가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뿐이죠. 그런 존재 중에서 우연히 천재로 호출되는 행운을 누리기도 하겠죠.
천재 이런 것엔 관심이 없는데 좋은 시민이었으면 해요. 저는 지방대를 나와서 뒤늦게 대학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그전에 알았다면 고등학교 때 그렇게 놀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뒤늦게 보니 극복하기가 어려웠죠. 그렇다고 수능을 다시 보기에 시간이 흘렀고요. 제게 선택지란 편입과 대학원 과정밖에 없더군요. 대학원을 택했어요. 그렇게 해서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서울대까지 흘러들어오게 되었어요. 이렇게 학력을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저 자신의 미래를 바꾸어놓은 것에 긍지를 느끼지만, 여전히 처음부터 서울대로 학사 과정을 입학한 학생들과는 차이가 있더군요.
그리고 저는 유학에 성공하지도 못했어요. 집안 형편도 있고 해서요. 그러니 제가 강사로 자리를 잡더라도, 최고의 선택을 할 수는 없을 확률이 높죠. 이런 구조가 답답해서 저는 집에 가면 저 나름대로 철학적 담론을 메모해두곤 해요. 사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회학에서도 가능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문학을 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건 오래 전에 재능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그냥 뭐라도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정리하고 싶죠. 그게 어쩌면 제게 위로이자, 호출된 희망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도 인정받고 싶거든요. 그러면서 가장 아카데믹하지 않은 방식으로 작업을 하니, 모순적이긴 하네요. 아카데믹한 관습을 정면으로 수용한 대학원생이 말이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