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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가치의 우주 너머를 상상하게 해주는 다중우주의

[3.0]희정 & 천재론3.2

by 희원이

[목차: 천재론]

◑ 1부. 부자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천재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세 가지 방식

♬ 천재는 홀로 태어나는가?

♬ 자본주의와 천재

◑ 2부. 창의적 도전과 보상 체계

♬ 인정 욕구와 눈치 보기

♬ 정당한 보상과 문화적 토양

♬ 천재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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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희정: 보편적 가치의 우주 너머를 상상하게 해주는 다중우주의 여행자

저는 동호 씨와 민규 씨 의견에 모두 공감하는 지점이 있어요. 당연히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웃음) 간단히 요약하면, 사회가 강한 경우가 많지만 개인의 역할을 무시할 순 없다는 거예요. 천재는 천재인 이유가 있단 거고, 사회에서 호출하여 호명하기 때문에 천재가 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었기에 그러한 천재적인 사건이 생긴다는 걸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는 거였죠.

물론 천재의 덕목에 답해야 한다면, 그냥 섞지 않고, 동호 씨의 의견은 의견대로 말이 되고, 민규 씨의 의견도 그 의견대로 천재의 덕목에 부합한 것 같아요. 그냥 둘 중 하나의 방식으로 충족해도 천재의 발현 요건이라고 보죠. 꼭 황희 정승의 대답 같네요. ‘너도 맞고, 걔도 맞다’는 거니까요. (웃음)


그런데 뭐,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선 천재는 동호 씨의 의견대로 소집단에서도 탈주하는 천재일 수 있어요. 저는 그 내부에서도 충실한 천재를 선호하지만, 소집단 내에서도 반역을 꾀하는 존재는 있기 마련이죠. 솔직히 어감을 좀 바꿀 필요는 있어요. 그들은 반역을 꾀했다기보다는 자기의 개성을 인지하였는데, 그게 큰 사회의 보편적 주류든 소집단의 보편적 주류든 그곳에 제대로 속하지 못하는 존재예요.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우주 바깥의 존재죠. 때로는 의기소침하겠지만, 예전보다는 덜 공포스러울 거예요. 큰 사회에선 완전한 외곽이었지만, 소집단 내에서는 그래도 이해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니까요. 희망이 생기는 거죠. 자기가 결코 이상하거나 한심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요.

보편적 주류에서 밀려나 있지만, 상당한 존재 가능성을 거론하게 되는, 이를테면 다중우주적 천재라고 해야 할까요? 절대로 없을 것 같은 틈새를 파고들어서 반드시 생겨나는 존재라고 해야 하겠죠. 우주의 소우주에 또 다른 소우주, 혹은 우주 너머의 새로운 우주를 찾아내는 존재죠. 기본인 우리우주에게 그 너머의 우주를 상상하게 해주는 존재인 셈이죠. 그 소우주가 예상치 못했던 지점의 균열 안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하기도 하는 거죠. 탈사회의 반영이랄까요? 끊임없이 다원화된 상태로 분화하는 것을 촉진하는 패러다임의 탐험가예요. 천재는.

이들은 다시 소집단의 중심으로 편재되기도 하지만, 소집단 내에서도 분화하여 또 다른 하위 소집단을 만들어내기도 해요. 아예 독립된 소집단을 만들기도 하고요.


이러한 방식으로 설명하기 용이한 천재가 많이 태어나려면 다원화된 집단이 많이 확립되어 있을수록 좋아요. 즉 새로운 생각이 많이 나오려면 다원화된 집단이 많을수록 좋다는 의미기도 하죠. 만일 클래식만 있는 시대라면 포크 뮤지션이 비평가들 눈에 들 가능성이 그만큼 낮지만, 포크 씬이 잘 형성되어 있다면 그 안에서 더 독특한 포크 뮤지션에 대한 평가가 수월해지니까요. 그런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 있으면 그냥 천재 개개인이 훅 등장하여도 내집단 비평가들에게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다양한 생각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기존 집단의 저항을 느끼기도 전에 과감히 실천해버리는 것, 다행히 그런 선구자의 사례가 많다면 더 용기를 내기 쉬울 거예요. 더는 밀려난 존재로 자신을 폄하하며 개성을 포기하려는 충동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겠죠.

이미 수많은 갈라파고스들인 소집단을 봤기에 심리적 부담이 훨씬 덜하죠. 오히려 너무 다양성이라는 가치에만 매몰되어 절대적인 고품질에 소홀할까 봐 걱정하게 된다면, 정말 좋을 거예요. 그런 때에는 새로운 것에 열광하던 추억도 다 시들해지고 진짜 좋은 게 무엇이냐를 두고 각 집단이 품질을 올리기 위해 경쟁하겠죠. 테크닉적으로요.


물론 동호 씨의 방식보다는 민규 씨가 말한 상황에 우리는 더 자주 처하게 돼요. 따라서 민규 씨가 말한 덕목을 더 유심히 보게 되기도 하고요. 민규 씨가 말한 대로 사회가 호출하지만, 약간 다른 점도 있긴 하죠. 조금 더 범위를 좁히자는 거죠.

즉 제가 말하는 천재란 다양한 소집단에서 각각 호출해내는 존재죠. 동료가 호출하는 천재이기도 하고요. 서로가 합의한 가치가 성립된 셈이니까요. 그것을 테크닉적으로 잘하는 천재이기도 하니까요. 자신이 속한 우주에서는 사회의 일원으로 그 우주가 원하는, 즉 나아갈 방향을 반영하는 존재가 되는 거죠. 사회인으로 발현된 것이라 해야 할까요.

시장 규모가 협소하더라도 다원화의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되고, 실패해도 시도해야만 하는 중요한 목표라고 했는데, 그러지 않으면 개인이 홀로 사회를 대면하면서 결국엔 의미 있는 잠재된 가능성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잖아요. 민규 씨는 천재 개개인이 홀로 고군분투하는 점을 강조했는데, 저는 사회가 그런 제안을 들어줄 만큼 한가하지 않고 엄청 빠른 속도로 빠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많은 몽상은 결국엔 사장되죠.


그러지 않을 확률을 높이려면 다원화된 집단 내 동료들이 필요해요. 수요층도 절대적으로 중요하고요. 연대하여 다원화된 작은 집단이 많아지면 그만큼 덜 고군분투할 수 있거든요. 만일 주류에 속하지 못하더라도 그들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면서 자기들만의 문화를 창출해나갈 수 있으니까요. 천재의 능력은 이것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충격파를 주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죠. 집단 내에서는 테크니컬 인재들이 양성되고, 외부이자 큰 사회로 나아갈 때는 그 집단의 대표주자가 전체의 판을 흔들 패러다임의 천재 역할을 할지도 몰라요. 보편성의 천재가 대중을 몰고 다니면서 소집단 전체가 무브먼트의 주역이 될 수도 있고요. 그리고 그것은 더 새로운 소소한 개성들의 소우주가 탄생하는 사건을 가능하게 해요.

제가 몽상하는 천재란, 지금 자기가 속한 상황이 절망적이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주류에서 밀려나더라도 개성을 잃지 않는 존재에요. 동시에 자기의 지지기반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세상에 출사표를 던지고 변화를 기획하는 존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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