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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Dec 11. 2023

이 노래가 수상하다: 포맨의 <고백>

놀이글 & 조선풍속화

사실은 고민했었어 니가 떠날까봐

내맘은 불안했었어 내 나름대로

나 많이 생각했어 니가 날 외면할까봐

내게 부담가질까봐 난 두려웠었나봐

Don't say goodbye

난 네게 부족하지만 참 많이 부족하지만

세상을 다 뒤져도 나같은 남자 없다는 걸 아니

조금은 어색하지만 많이 부족하겠지만

시간이 흐른뒤엔 날 바라보면서 웃을꺼야

이런말 하기까지가 참 오래 걸렸어

참기 힘들었어 이런 내 맘을 보여주면

너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난 궁금해

이렇게 두려워하는 이런 내 바보같은 모습을

난 네게 부족하지만 참 많이 부족하지만

세상을 다 뒤져도 나같은 남자 없다는 걸 아니

조금은 어색하지만 많이 부족하겠지만

시간이 흐른뒤엔 날 바라보면서 웃을꺼야

세월이 흘러가도 난 변하지 않겠다고

너의 작은 실수라도 따뜻하게 안아주겠다고

이런 말 하는 남자들도 많이 봤겠지만

눈을 뜨면 볼 수 있는

눈 감아도 느낄 수 있는

내 사랑을

난 네게 부족하지만 참 많이 부족하지만

세상을 다 뒤져도 나같은 남자 없다는 걸 아니

조금은 어색하지만 많이 부족하겠지만

시간이 흐른뒤엔 날 바라보면서 웃을꺼야

You're My Angel, My Soul

나와 결혼해줘요

포맨: 고백





이 노래 듣다 보면 자꾸만 이런 가사가 귀에 걸립니다. “세상을 다 뒤져도 나 같은 남자 없다는 걸 아니?”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조금은 어색하지만, 많이 부족하겠지만”이라고 합니다. 이럴 때 보통 선입견이 작동하여 여러 가설이 생기고 맙니다.




"뭐여? 말이여? 방구여?"

일단 첫째, 잘난 척하고 싶었는데,




그래선 안 될 것 같고, 겸손은 미덕이니, 아무래도 일부러 말이 엉킨 전략을 쓴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면서 여자에게 자신이 잘났다고 말하려고 한 것이죠. 그러니 자신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아저씨, 술이 과하셨어요. 아저씨는 페라리를 몰지 않아요. 외상값도 많고요."

이럴 경우 이 자식 남자들에겐 왕 재수일 수 있습니다.





또 "난 네게 부족하지만 참 많이 부족하지만 / 세상을 다 뒤져도 나같은 남자 없다는 걸 아니"라고 말해서 어쩐지 너 같이 별난 여자를 좋아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 같기도 하여서, 자신의 애정을 과시하며 여자를 평가절하하는 것으로 들리기도 하였습니다.


"너 같이 별난 여자, 참을성 하면 세계 최고인 내가 데리고 살아줄게."

여자에게도 왕 재수일 수 있단 말이죠.





둘째, 세상을 다 뒤져도 그런 새퀴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족한 찌질남일 수도 있습니다. 설마 그런 엉뚱한 전략으로 고백할 것이라 상상도 못한 사람들이라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하겠지만, 이건 정말이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백이 꼭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하는 것은 아닐 수 있으니까요.





남자로선 자신이 싫어하는 여자에게 찐따붙듯 하면





"아이를 가졌더니, 그때부터 남친이 돌변했죠. 세상에 그런 상또라이가 없었죠."

그를 좋아하던 여자도 그런 남자에게 정이 떨어질 수도 있겠죠.

즉 '내가 이렇게 모자란 인간이고, 남들은 상놈의 새퀴, 쓰레기, 똘아이, 찌질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난 널 좋아한다…….'





이건 뭐 그만 만나자는 말만 안 했지 아주 악질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익은 몇 대 몇으로 할까요?"

셋째, 그도 아니라면 어쩌면 이것은 냉철한 비즈니스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일명 계약결혼. 평강공주 콤플렉스에 걸린 능력녀를 찾아가서 자신이 좀 잘 생긴 것으로만 치자면 세상을 다 뒤져도 찾기 어렵겠지만





그 외엔 참 부족하여 협찬이 필요하다면서, 평강공주가 투자만 해주시면 환골탈태하여



 


온달 영웅이 될 것이 분명한 블루칩이라면서 결혼하자는 것이겠죠. 아직은 남들이 못 알아보지만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원석이라고 설득하는 것이죠.

그러나 대개 이런 경우도 타인의 시선을 거치면서 원석은 짚신으로 바뀌게 되고 원석과 원석, 다듬으면 다이아몬드가 될 줄 알았던 두 짚신은 짝이 맞아서 짚신으로서 제구실을 하게 됩니다. 하기야 타인의 시선만큼





"원석은 무슨... 그냥, 짚신이구만."

막강한 변환 기능을 지닌 컨버터도 없습니다. 원석이 루비든 다이아몬드든 에머랄드든 사파이어든 다 상관없이 짚신으로 바꾸어주니까요.

마지막으로 그야말로 횡설수설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저씨, 술이 과하셨어요. 아저씨는 페라리를 몰지 않아요. 외상값도 많고요."

취중진담이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죠.

자기 잘난 척하고 싶은데 '어라!' 그런 건 여자가 엄청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는




"수습하기 어려울 땐 대놓고 취한 척!"

금방 앞에 한 말을 잊고 익숙지도 않는 겸손을 떠는 것이겠죠.

정말로 대취한 것이라면,





다음날에 깨서는





"아, 진짜 살고 싶지가 않다."

어느 부분이 기억 날까요?

잘난 척한 부분이 기억나서 모든 걸 쫑낸 것 같은 기분에 우울해질까요?





아니면 겸손을 제법 잘 떨었다면서 혹시 비굴하고, 구질구질해보인 건 아닌지 걱정하게 될까요? 그나저나 술 취해서 고백하는 것 자체가 가장 안 좋다는 사실을 그는 알랑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인제 포맨의 <고백> 가사를 다시 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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