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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Mar 02. 2024

인용: 교양서 저술 때 유의 사항

칼럼

[목차: 바깥의 글쓰기]

♬ 인용글 활용: 삐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 탁월한 편집: '국화와 칼'과 교양서적

♬ 인용: 교양서 저술 때 유의 사항

♬ 재즈문화사: 교양서 주제 선택 때 유의 사항

♬ 목차 타이핑: 교양서 집필 때 유의 사항

♬ 인용 표기법: 교양서 집필 때 유의 사항

♬ 지식놀이: 편집인용과 그 사례

♬ 놀이글: 혼융인융과 코멘터리

♬ 르포 일기 수집: 교양서를 쓸 시간이 없다면

♬ 미디어비평: 코멘터리의 종류

♬ 트위터에서 보았던 기법 두 가지

♬ SF: 전자책과 링크 기법

♬ 직장인 창작: 미니픽션과 에피소드

♬ 미니픽션

♬ 에세이, 글쓰기의 멀티플레이어

♬ 상호텍스트성: 링크가 너무 많다는 건

♬ 1인칭 문학: 픽션에세이와 사소설

♬ 매드무비와 팬뮤직: 매쉬업과 리믹스

♬ 성경의 글쓰기 방식     





♬ 인용: 교양서 저술 때 유의 사항

이번에는 교양서를 준비할 때 어떻게 참고문헌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인용할지 생각해 보려고 한다. 사실 내 경우엔 첫 책을 재즈 교양서를 내는 바람에, 아주 ‘빡세게’ 인용을 위한 훈련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건, 자기 의견이 아닌 것을 냉철히 가려내는 작업이라고까지 생각한다. 지금도 어느 정도 그러한 견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건 출판 현실을 고려하면 좀 과격한 면도 있다. 원래는 주석을 꼼꼼히 달아야 하고, 특히 이 분야에서 권위를 획득한 사람이 아니라면 더더욱 세분화된 인용 방식으로 정보의 신뢰성을 높여야겠지만, 실제로 그러한 지면을 할애하려면 제작비도 올라가고, 독자로서도 그런 책을 부담스러워하기 마련이다. 갈수록 독서율이 떨어지고 이를 반영하여 출판계의 매출도 떨어지는 상황은 만성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되도록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또 검증된 저자나 확실한 판매가 보장된 여러 안전 장치를 찾으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특수한 학술서가 아닌 바에야, 무겁게 접근한 교양서라면 조금 고리타분한 접근이라 해야겠다.


참고문헌 정도를 언급하는 정도에서 타협하는 것도 보편화되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니 이를 부정적으로 단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살짝 주객이 전도될 때는 조금 씁쓸할 때도 있다. 원래는 적어야 하는 것이 맞을 텐데, 워낙 안 적다 보니, 안 적으면 원래 저자 의견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인용을 성실히 표기한 사람에게 그건 ‘다른 정보를 도용한 것이거나, 저자의 의견이 아니니 창의적이지 않다’는 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실 관련 분야(의학, 역사 등) 서적 중에서는 애초에 출처를 안 적고는 의견 개진 자체가 불가능했는데, 그런 서적에서는 참고 문헌에 ‘퉁’쳐서 적으니, 그냥 그런 경우엔 저자가 다 알아서 적은 것으로 여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당황했었다.

또 어떤 편집인 중에는 최근 화제가 된 책이 자신이 출판한 책에서 인용한 부분이 있다면서, 허락을 얻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시 삼았다. 실제로 인용한 부분은 누군가 의견 개진을 위해서 몇 줄(1~2문장) 적었던 정도였다. 그것에 대해 출처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이를 빌미로 돈을 받거나, 그 작가에게서 원고를 얻어내겠다는 발상을 하던 것이 떠오른다.

다시 말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인용을 세밀하게 적어주는 것이 좋다. 과격하게 말하면 한 문장씩 모조리 달아주는 게 좋고, 그 인용의 기능도 세밀할수록 좋지만, 논문이 아닌 바에야 현실적으로 이건 좀 어렵다. 마음 같아서는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또 원한다면 볼 수 있도록, 디지털적으로 모든 문장에 출처 여부를 적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지만, 정말 그렇게 제작하는 것에도 여러 사람의 노고가 깃들 것이다. 현실적으로 종이책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이기도 하다.


설령 그렇더라도, 참고 문헌쯤은 달아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출처 표기만 제대로 한다면, 인용 분량으로 표절 시비를 거는 것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관대한 쪽으로 명시적으로 정립되면 좋겠다. 지금은 묵인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정도로 관행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해야겠다. 교양서를 쓸 때는 다른 정보를 활용해야 할 상황이 많아서, 늘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그나마 현재로서는 일단, 인용 출처 제대로 밝히면 학술 논문이 아니라면, 가급적 허용해 주는 편이다. 물론 상업 출판물이라면, 일단 인용이 정확히 되더라도 너무 그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으면 표절 시비가 붙을 수 있다. 분량만으로 모든 게 재단되는 것만도 아니다. 그 내용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면 분량이 적더라도 시비가 붙을 수 있다. 인용 표기가 안 되어 있다면 더 말할 것 없다.

원칙적으로는 모두 일일이 저작권 이용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그러니 문장마다 명기하기보다는 그냥 슥 지우는 편이 편하다. 솔직히 인용 여부가 애매할 때도 있다. 역사 분야라면 특히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인용 표기가 제대로 되어 있고, 그 내용 인용이 원본의 상업적 판매에 절대적 치명상을 주지 않는다면, 명시적으로 이용의 범위를 넓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여담이지만, 기사글을 비평하는 출판물을 기획하려고 하더라도 각 기사글을 정식으로 활용하려면 원칙적으로 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 비용을 고려하면 애초에 이런 기획은 무의미하다. 문장 하나 하나 인용하여 건드리지 않으면 무의미한 경우라면 특히 그렇다. 그럴 때는 역시 블로그가 좋다. 상업적 용도는 아니더라도 대안출판물 기획에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해야겠다.


그림이나 사진의 경우엔 더욱 엄격하다. 하기야 <재즈문화사>의 경우, 사진을 쓸 때 출판사에서 일일이 사서 썼다. 계속 출판할 때마다 갱신하는 부분도 있다는데, 유감스럽게도 3쇄를 못 찍었으니 그런 배부른(?) 걱정은 없었다. 앨범 커버 이미지까지 일일이 레코드사에 전화 걸어 허락을 얻으니, 그쪽 관계자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했다. 그냥 다 쓰는데, 그냥 써도 사실, 앨범 이미지 가지고 문제 삼지는 않기 때문인데, 여하튼 그때 편집장에게 조금 배운 바는 있었다.

2010년대 초반이었으니,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겠지만, 당시 편집장의 말을 빌리자면 사실 많은 한국 출판물에서 자기 이미지컷 아닌 여러 이미지를 예쁘게 편집 디자인 하는데, 그거 다 비용 물려면 쉽지 않다고 했다. 외국 책들 중 시각적인 이미지컷이 많은 책이 비싼 이유, 그리고 그걸 다 빼고 문자 위주로 디자인한 책이 많은 이유는 다 이 지불 비용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지금 책값도 비싸다고 하니, 그런 건 꿈도 꾸지 못하고, 그걸 빼면 책이 왜 이리 심심하냐고 타박하니, 많은 출판사에서 이런 식의 ‘눈 감고 무단 인용’ 방식으로도 책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작가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준비해 주는 경우를 반기게 된다는 것이다. 소규모 출판사일 경우라면 일손마저 모자라니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 2024년 3월 현재를 기준으로 개인적 차원에서는, 이러한 생각 중 다소 바뀐 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소규모 출판사라고 해서 지금의 기점에서 '눈 감고 무단 인용'을 지속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힙니다. 저작권 관행이 더 엄격해져서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니까요. 다만, 이 글의 의견 역시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유의미하므로 그대로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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