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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Dec 15. 2023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 더 무서운 #2

콜라주 & 빌드업

[소개글]
- 삼행시 등을 콜라주 재료로 활용하여 그림 콩트로 빌드업했습니다. 
- 이 중에 일부는 브런치스토리에서 공개할 수도 있습니다.
- 이미지는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콜라주 재료]
- [삼행시]그저께 보았던 냥이가 오늘도 그 자리에 있었다
- [삼행시]한낮의 설움으로 숨소리에 김이 나고
- [삼행시]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 [삼행시]홍시 샤베트에 반지를 넣으면
- [삼행시]요령도 없고, 그립지 않은 추억도 없고
- [삼행시]그럼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불행은 우리의 무심함 때문에도 오지. 섬세하게 다정한 건 무척이나 힘들지만.”


굿을 하던 여인의 목소리를 따르던 쓸쓸한 넋들이 밤의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 조용히 운다고도 하더군요. 그 울음 하나하나가 떠돌던 날들을 세는 것이라고도 했어요. 대체 그립지도 않을 과거를 왜 그리 요령도 없이 기억하겠다는 것인지. 

마음이 아리면서도 불편했죠. 은밀한 생의 비밀을 아무도 알 수 없다 여겼고, 여태껏 몰랐으니 앞으로도 몰랐다면 좋을 일이었죠. 






어리석은 존재가 사람인 걸까요. 우리가 알 수 없는 너무 많은 것들을 뒤늦게 깨닫는 존재인 걸까요? 운다는 건 사람과 동물이 다르잖아요. 사람은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는 것을 운다고 하지만, 말하지 못하는 동물은 소리로 표현하는 것도 운다고 하잖아요. 어쩌면 동물이 흐느끼며 우는 것인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우는 것인지 사람으로선 제대로 구분할 수 없죠. 


“굿을 하던 여자는 말했죠. 나중엔 고양이처럼 우는 것도 같았죠.”






“저 녀석들은 떠돌던 날들을 세는 거야. 우리 때문에 터전을 잃었으니 그걸 기억하려는 게지. 자신들이 있던 곳이었음을 기억해 달라는 거겠지. 인간은 그마저도 해줄 수 없을 만큼 야박하거나, 그 울음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둔감했던 것이고.”






오래 전 당신을 수수밭 옆에 묻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여생을 함께 보낼 한 사람 만났습니다. 

평생 당신만 그리워하며 살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부조리하고,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건 좋지도 않은 일입니다. 당신은 술만 마시면 저를 괴롭혔지요. 이 사람은 그러지 않습니다. 당신을 원망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 나, 순지윤


이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게 해주어서 고맙다면 고맙습니다. 그렇다고 진심으로 고마워한다고 착각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이 말을 들을 수 없어도 아무런 아쉬움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때로는 애처롭기도 합니다. 당신을 사랑하였던 적이 있었지요. 이제는 아닙니다.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홍당무처럼 빨개져 제게 고백한 그 사람, 지상에서 처음 만난 진실한 남자라고 해두지요. 윤회를 하여서 이제야 와서 만난 것으로 하지요. 

당신과 헤어진 그때가 이제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신을 죽인 게 제가 아니라는 것만은 기억납니다. 당신은 홀로 어디론가 들어가버려서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지요. 그렇게 놓아두지 말았어야 하는 생각은 오래도록 들었습니다. 






그런 식의 결말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요.

그래요, 그때는 사랑하였습니다. 이제 내 곁에 있는 이 사람, 오래 전엔 길에서 살던 고양이라 하더군요. 아빠의 부탁 때문에 저를 찾아왔다고요. 저는 그런 농담도 좋아한답니다. 당신이 그리 된 것이 나 때문이 아니라, 자신 때문이라는 위로 같았지요.

당신이 없는 이곳에서 힘껏 살고 싶습니다. 


“제가 쌓은 업보는 언젠가 제가 풀어야 하겠지요. 당신도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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