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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Mar 20. 2024

SF: 전자책과 링크 기법

칼럼

[목차: 바깥의 글쓰기]

♬ 인용글 활용: 삐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 탁월한 편집: '국화와 칼'과 교양서적

♬ 인용: 교양서 저술 때 유의 사항

♬ 재즈문화사: 교양서 주제 선택 때 유의 사항

♬ 목차 타이핑: 교양서 집필 때 유의 사항

♬ 인용 표기법: 교양서 집필 때 유의 사항

♬ 지식놀이: 편집인용과 그 사례

♬ 놀이글: 혼융인융과 코멘터리

♬ 르포 일기 수집: 교양서를 쓸 시간이 없다면

♬ 미디어비평: 코멘터리의 종류

♬ 트위터에서 보았던 기법 두 가지

♬ SF: 전자책과 링크 기법 

♬ 직장인 창작: 미니픽션과 에피소드

♬ 미니픽션

♬ 에세이, 글쓰기의 멀티플레이어

♬ 상호텍스트성: 링크가 너무 많다는 건

♬ 1인칭 문학: 픽션에세이와 사소설

♬ 매드무비와 팬뮤직: 매쉬업과 리믹스

♬ 성경의 글쓰기 방식 





♬ SF: 전자책과 링크 기법 

앞서서 트위터의 링크 기법을 언급하였으니, 여기서는 조금 더 이어보겠다. 

사실 링크 기법은 온라인이 생기면서부터 검토할 수 있을 중요한 방법이다. 개인적으로는 온라인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 바로 ‘링크’라고 생각한다. 출처를 책 뒤편에 기록하지 않고, 그 순간 그 지점에 심어놓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해당 지점을 누르면 곧장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다는 것도 그렇다. 

최근에는 그냥 거기에 커서를 올려놓으면 메모장이 보이면서 출처나 주석이 보이는 기능도 있다. 그렇게 됨으로써 읽기는 선형성의 정통적 방식이 많이 깨지고 방사형처럼 되었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다가 서핑하는 과정에서 정작 진짜 읽던 중심 줄기를 잊게 되기도 한다. 보르헤스 식으로 말하자면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이 인터넷 공간이다. 그 순간마다 일종의 게임처럼 어느 길을 선택할지 질문지를 배치해도 되겠다. 수많은 경우의 수에 따라 다양한 서사가 나올 수도 있는데, 이는 하이퍼픽션적인 기법일 것이다. 최근에는 책에 큐알코드를 심어서 이러한 링크기법을 오프라인 지면에서 적용하기도 한다. 그냥 이벤트적이긴 했지만, 최제훈의 <퀴르발 남작의 성>이라는 소설집에서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은 다 주변적이고 눈요깃거리 정도에 그칠 수 있다. 링크가 지닌 여러 허무한 속성과 긴밀한 연결성을 진지하게 검토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일 이러한 것이 잘 설계되었다면, 우연적 속성으로 인해 링크가 깨질 경우, 죽어야 할 사람이 살아있는 서사가 생긴다거나 하는 등 기묘한 장르적 전환을 꾀할 장치를 설계할 수도 있었다. 

한때 이런 논의를 한 적이 있었다. 링크의 연결성을 중점에 두고, 링크는 깨지기도 하고, 원하는 정보의 링크 주소가 바뀌기도 한다. 또 온라인 접속 여부에 따라서 항상 정보가 보이도록 장치할 수도 있고, 반드시 온라인상에서만 그 정보가 보이는 경우도 있다. 당시 전자책 시스템에서는 온라인 연결이 안 되면, 주석 처리가 조금 애매하게 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차이를 이용하여 존재론적 의미를 만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확실한 건 디지털 글쓰기가 아직도 종이책의 연장일 뿐이라면, 여전히 전자책의 진짜 가능성의 본궤도에 올려놓을 시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자책이란, 전혀 다른 장르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금 더 벗어난 맥락이지만, 뇌파독서라는 걸 상상한 적이 있다. SF적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것은 SF에서 흔한 설정인 듯하다. 어쨌든 그때 공상한 대로라면, 그냥 뇌파를 연결하여 전자책을 ‘켜면’ 죽 그 내용이 머리로 입력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여러 기능도 있어서, 산속에서 독서하는 모드, 클래시컬한 배경음악이 흐르는 버전, 속성 버전, 고전적 독서 모드 등등 여러 방식으로 독서하는 기능도 생기지 않을까 상상했다. 이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책이란 아예 영화를 능가하는 독특한 에어픽션의 체험장이 되기도 하겠다. 책을 읽는다는 물리적인 체험이 없는 상황에서 책의 콘텐츠를 향유하는 것이겠다.

물론 현재로서 생각할 수 있는 전자책, 멀티미디어책의 가능성이란 이런 정도는 아니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선형적 독서와는 다른 체험 정도가 될 수준에서 맴돌 것이다. 그럼에도 그 정도라도 분명 지금과는 다른 방식이어서, 종이책을 사는 이유와는 다르지 않을까? 지금까지 고농축 지식 압축의 집적체였던 책의 대체재(보완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영상 다큐멘터리의 (비용 대비) 정보 집적 수준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지겠죠.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그 실현을 위한 제작비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면 더더욱 그렇겠어요. 물론, 인공지능으로 실사와 구별하기 어려운 가상배우도 제작해서 소설을 쓰는 시대라면, 뭔들 불가능할까?

몽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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