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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Mar 25. 2024

에세이, 글쓰기의 멀티플레이어

칼럼

[목차: 바깥의 글쓰기]

♬ 인용글 활용: 삐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 탁월한 편집: '국화와 칼'과 교양서적

♬ 인용: 교양서 저술 때 유의 사항

♬ 재즈문화사: 교양서 주제 선택 때 유의 사항

♬ 목차 타이핑: 교양서 집필 때 유의 사항

♬ 인용 표기법: 교양서 집필 때 유의 사항

♬ 지식놀이: 편집인용과 그 사례

♬ 놀이글: 혼융인융과 코멘터리

♬ 르포 일기 수집: 교양서를 쓸 시간이 없다면

♬ 미디어비평: 코멘터리의 종류

♬ 트위터에서 보았던 기법 두 가지

♬ SF: 전자책과 링크 기법

♬ 직장인 창작: 미니픽션과 에피소드

♬ 미니픽션

♬ 에세이, 글쓰기의 멀티플레이어

♬ 상호텍스트성: 링크가 너무 많다는 건

♬ 1인칭 문학: 픽션에세이와 사소설

♬ 매드무비와 팬뮤직: 매쉬업과 리믹스

♬ 성경의 글쓰기 방식





♬ 에세이, 글쓰기의 멀티플레이어

에세이는 그냥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무형식의 글이다. 적어도 기법적인 면에서 딱히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스타일을 상당히 포괄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 일기 형식도 에세이에서 주로 적용된다. 물론 일기라고 하면 소설을 쓰더라도 매일 기록하는 형식을 취한다면 소설 일기가 되겠지만, 대개 일기라고 하면 에세이 형식이 떠오른다. 매일 쓰되 보통은 자기 일상적 기록을 쓰는 것을 일기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블로그는 에세이적인 요소와 잘 맞는다. 블로거들의 자유로운 일상을 기록하거나, 특정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대개는 에세이적이다. 또 인터넷 사이트에서 모두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할 때도 보통 에세이 형식을 중심에 둔다. 기법적으로 소설은 아무래도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반대로 그만큼 에세이는 유연한 저술 형식이다. 또한 여러 장르, 소재 표현과 호환도가 높다. 그래서 르포를 다루더라도 여러 제약을 진솔하게 극복하려면, 개인의 사례로 국한하여 에세이로 흡수하면 나름대로 강점을 지닐 수 있다. 그러면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하지 않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르포적으로 연결해서 진술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안네의 일기>는 전쟁을 고발하는 르포적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블로거로서 자기 분야와 관심사에 집중하면 묵직한 르포적 주제를 다룰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마서 밸러드의 <산파일기>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작업일지이면서 에세이 형식을 취한다. 그것을 통해서 미시사적 상황을 관통한다. 고흐의 서간문, 네루가 딸에게 썼던 역사교육 서간문, 카프카의 일기 등등 무언가에 집중하고 생각했다면 그걸 글로 드러낼 때 에세이만큼 쉬운 형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즉 에세이 형식은 사유를 진솔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정직하게 자신의 사유 수준과 대면하고 씨름하는 형식일 수 있다. 복잡하게 여러 장치를 해야 할 필요가 없어서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을 걸어야 할 만큼 기본 노출이 전제되기에, 눈치 보면서 적당히 중도적이고 교양적인 포즈를 취하게 되는 한계도 있다. 그걸 과감히 뿌리치면 그건 곧 작가의 혁신성이기도 하지만, 비난받을 빌미를 그대로 노출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오래 전 서갑숙과 마광수의 에세이 작품이 문제가 되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니 에르노는 이러한 글쓰기 방식을 소설적으로 실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사소설이라는 형식 속에서 에세이인 듯 아닌 듯 자신을 숨기게 되기도 한다. 아니 에르노는 그것을 거짓인 이야기는 한 줄도 쓰지 않았다는 말로 대신하면서 소설을 자기 표현 수단으로 한정했지만, 보통은 사소설 형식에 약간 모호한 모습으로 서 있기 마련이다. 혹은 픽션에세이(페이크 에세이)와 같은 장치를 활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픽션에세이는 그냥 간헐적으로 작가들이 별 애정 없이 툭 쓴 것 같아서, 정확히 에세이에서 과연 솔직하지 않은 장치 같은 ‘픽션’이 에세이에서 어떻게 드러날지 정확히 말할 사람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이라고 보면서도, 정통적인 기법을 적용한 것이 아니라, 기존 에세이 형식을 그대로 적용하면서도 내용에서 허구인 경우로 본다. 이 경우 쓰기 수준의 난도는 여전히 자유로운 에세이 형식이라는 점에서 사소설과 다른 점이겠다.

어떤 난감한 주제를 과감하게 말할 때 사소설의 돌아가는 흐름을 생략하고, 에세이처럼 말한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면도 있고, 에세이의 진실성을 탐구하는 메타적인 방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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