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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Apr 02. 2024

매드무비와 팬뮤직: 매쉬업과 리믹스

칼럼

[목차: 바깥의 글쓰기]

♬ 인용글 활용: 삐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 탁월한 편집: '국화와 칼'과 교양서적

♬ 인용: 교양서 저술 때 유의 사항

♬ 재즈문화사: 교양서 주제 선택 때 유의 사항

♬ 목차 타이핑: 교양서 집필 때 유의 사항

♬ 인용 표기법: 교양서 집필 때 유의 사항

♬ 지식놀이: 편집인용과 그 사례

♬ 놀이글: 혼융인융과 코멘터리

♬ 르포 일기 수집: 교양서를 쓸 시간이 없다면

♬ 미디어비평: 코멘터리의 종류

♬ 트위터에서 보았던 기법 두 가지

♬ SF: 전자책과 링크 기법

♬ 직장인 창작: 미니픽션과 에피소드

♬ 미니픽션

♬ 에세이, 글쓰기의 멀티플레이어

♬ 상호텍스트성: 링크가 너무 많다는 건

♬ 1인칭 문학: 픽션에세이와 사소설

♬ 매드무비와 팬뮤직: 매쉬업과 리믹스

♬ 성경의 글쓰기 방식





♬ 매드무비와 팬뮤직: 매쉬업과 리믹스

몇 년 되었지만, 서태지 ‘크리스말로윈’ 리믹스 콘테스트를 연 적이 있었다. 외국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또 힙합에서는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약간 이채로운 행사였다.

이는 2014년 11월에 크리스말로윈 음원 소스를 무료로 공개하면서 행사가 시작되었다. 크리스말로윈을 재료로 해서 참가자들의 개성 있는 리믹스 작품을 심사하는 행사였는데, 팬덤 문화를 활용하여, 인용의 방법으로 새로운 창작을 해보자는 것이었겠다. 물론, 여러 관심을 서태지 쪽으로 쏠리게 하려는 마케팅 차원의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내 관점에서 보면 ‘탁월한 편집가’를 뽑으려는 행사였다. 아니면 최소한의 재료로 시작해서 서태지와는 다른 경우의 수로 펼쳐지는 작품을 협업해보고자 하는 의도였을 수도 있다. 이 역시 탁월한 편집가의 한 예겠지만, 절대적으로 편집에만 의존한 건 아니다. 편집적 행위에서 출발하는 게임적 요소를 도입하되, 예술적으로 자유로운 부분을 허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리믹스를 통해 전혀 다른 맥락의 흐름을 뽑아낸다는 점에서, ‘동일한 주제에 따른 변주’라고도 할 수 있다.     


엄밀한 편집적 창작이라면, ‘매쉬업’을 떠올려 볼 만하다. 마치 레고를 조립하듯, 다양한 결의 기창작 블록을 정교하게 꿰어 맞추는 것이죠. 매드무비가 그랬고, 팬뮤직에서도 그런 창작 방법론을 따르는 경우가 있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창작자 집단들이 있다고도 하는데, 어디까지나 이벤트적 성격이 강하다. 만약 이들이 그러한 방법론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예술가로 활동하며 돈을 벌겠다고 한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오히려 게릴라적 성격을 띠면서, 혹은 놀이꾼의 겸허한 자세를 지니며, 온라인 하위문화 안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여기는 게 현재의 분위기다.

어쨌든 이러한 방법론은 글쓰기에만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히려 글쓰기보다는 다른 장르에서, 특히 팬덤 문화에서 활발할 수 있을 방법론을 글쓰기에 적용시켜보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관해서는 인터넷에서만 주로 통용된다.

물론 드물게도 주류 출판계에서 이채로운 사건으로 드러난 경우도 있긴 하다. 물의를 일으켰던 한 독일 출신의 젊은 작가의 데뷔작(“아흐로틀 로드킬”)이 그렇다. 이것이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은 일단 뒤로 물리고, 그저 이 방법론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데서 출발하고 싶었다.      


이는 저작권절대주의적 가치와 맞물려서, 보통 비도덕적인 것처럼 평가된다. 우리가 탈저작권적인 협업을 통해서 지금과 같은 발전도 했다고 보기에, 저작권 윤리 일변도의 흐름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관행을 무시하는 돈키호테가 될 수도 없다. 그런 면에서 아마추어적인 놀이 문화는 꽤 괜찮은 타협점이 될 수도 있겠다.

즉 어떤 이에게는 이것이 자신의 고결한 작업 방식이 되기를 원할지도 모르겠으나, 한 수 접고, 그저 신명나는 놀이판에서 논다는 기분으로 접근해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진지하게 믹싱해야 할 경우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걸 자기 작품으로 팔려고 한다면 매우 제한적인 조건이 따라붙는다. 지금의 관행을 뒤엎으려는 엄청난 음모를 꾸미는 야심가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세계의 상식적인 규칙을 수용해야 할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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