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글 & 조선풍속화
합격자 발표날이 되면, 제 아무리 관심 없는 척하던 수험생도
슬렁슬렁 걸어서 합격자 발표 장소에 서곤 합니다. 요즘엔 홈페이지를 방문하곤 하는데, 그렇게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지 살필 수밖에 없습니다. 시험이란 게 어쩔 수 없이 특정 기준으로 합격자를 가리기 때문에
어느 선에선 칼같이 아쉽게 잘려나가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고, 그러면 꼭 그 지점 바로 앞에서 턱 서버린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합격자야 덩실덩실 춤을 추겠지만,
너무 아쉽게 떨어진 학생은 눈물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털썩 주저앉아 아무 말 잇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주저앉은 학부모를 위로하는 불합격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장수생은 이미 그 학교를 다니는 동생의 부축을 받아서 교내식당으로 향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학적은 얻지 못했지만 밥을 먹어볼 수는 있었습니다. 그렇게 언젠가 이곳에 당당하게 들어오리라 하는 다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한순간 영예로운 합격생을 모습을 꿈꾸다가,
백의종군을 해야 할 처지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잠깐의, 일말의 기대는 사라지고, 이제 현실에서
합격생은 축하주를 하며 뱃놀이를 하고, 불합격생은 마음의 불을 안고 다시금 다음을 기약해야 합니다.
물론 아직은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그때의 아쉬움을 떨치지 못해 그 순간순간이 지나가는 새처럼 기억에 떠올라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다른 일에 집중하며 땀을 흘릴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한동안 잠만 잘 수도 있는데, 그러다 친구들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도 차츰 정신을 차리고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활시위를 부여잡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