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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an 19. 2024

훔친 불상이 얼마라고?

인용글 & 빌드업

『“600년 된 불상이 모조품 값 정도라니….” 

사찰에 있는 낡은 청동불상이 1400년경에 제작된 유물이라 믿고 모조품을 만들어 빼돌린 승려 등 일당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개인 사찰에 있던 ‘청동관음보살불상’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승려 황모(44)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정모(52)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 씨 등 3명은 우연히 둘러본 고양시의 S사찰에서 본 불상을 국보급 고미술품으로 지레짐작했다.

이들은 이 불상을 최소한 3억∼5억 원에 국내 고미술품 수집가에게 팔거나 그 10배의 가격으로 일본에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찰 주인인 곽모(51·여) 씨와 6억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금으로 6000만 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이들은 잔금 기일이 다가오는데도 남은 돈을 마련하지 못하자 불상을 빼돌리기로 마음먹고 납으로 만든 모조불상 2점을 490만 원에 제작해 7월 20일 곽 씨가 절을 비운 사이 불상을 바꿔치기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분을 놓고 다툼을 벌이던 일당 중 한 명의 신고로 들통이 났다.

경찰 관계자는 “훔친 불상을 고미술협회에 감정 의뢰한 결과 7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동욱, <불상 훔친 승려 “도로아미타불~”>, 동아일보, 2006-09-07)

 

훔친 불상은, 3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가끔 기사를 읽다 보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기사도 있었죠. 짜고 영화를 찍은 게 아닐까 싶고, 요즘 같으면 그런 기사를 트위터로 보면 가짜뉴스가 아닐까 싶었을 거고요. 그런 기사는 스트레이트로 써도 그 자체로 콩트처럼 기능하기도 해요.

2006년 9월 7일자 동아일보의 <불상 훔친 승려 “도로아미타불~”>란 기사도 그랬죠. 가장 먼저 난 기사였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 기사를 읽고는 KBS였나 방송에서도 그 기사를 보았던 기억이 있지요.

이거 소설이여, 뭐여?





얘기는 별 게 아닐 수도 있어요. 별 것일까요?

어쨌든 사건이 발생한 곳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개인 사찰이었어요. 개인이 사찰을 매입하기도 하잖아요. 개척 교회처럼요.

표면적인 사건을 보면 좀 건조하고 평이해요. ‘청동관음보살불상’을 도둑들이 작당해서 훔쳤다가 걸린 사건이었으니까요. 

“몰라요. 나도 왜 그랬는지 몰라요. 잘 되려고 훔쳤지, 이리 되려고 훔쳤나?”





“참 내가 봐도 딱하다. 밥은 먹고 다니냐? 그래도 그렇지, 뭘 잘했다고 되레 큰 소리야?”





“형사님이라면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어요? 내가 창피해서 잠이 안 와.”





그래요, 좀 특이한 면이 있긴 했어요. 그냥 절도 사건이라고 하기엔 말이죠. 무엇에 홀린 것인지 그들은 해당 사찰에서 그 불상을 보고는 국보급이라고 착각했던 모양이에요. 1400 년경에 제작된 유물이라 믿었대나 어쨌대나.

“몰래 가서 자네가 한 번 봐봐. 분명해. 내 눈은… 일단 부부로 말은 맞추자고.”





그래서 사찰 주인 곽 모(51·여) 씨에겐 비밀에 부치고 6억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던 거죠. 자기들 계산으로는 최소한 3억∼5억 원에 국내 고미술품 수집가에게 팔거나 그 10배의 가격으로 일본에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거라나요. 

“그 불상? 불상은 왜 사려고? 애호가라고? 6억 원? 지금 와서 하는 말인데, 그 불상이… 기품이… (어쩌고저쩌고)”





그런데 어째서 6억 원이었을까요. 절을 산다고 하기엔 너무 싸고, 불상을 산다고 하니, 최소 3~5억 원에 팔 경우 손해니까요. 아마도 30억 원 정도에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봤던 거겠죠. 아니면 6천만 원을 계약금 형식으로 지불한 뒤, 방심한 틈을 타서 무슨 꿍꿍이를 실행하려던 것이었던 걸까요. 그런 건지 정확히 알 순 없어도, 여하튼 그들은 이때부터 뭔가 허술하게 느껴지기는 했어요. 

커리어에 큰 흠집이…





잔금 기일이 다가오는데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서 결국 그들은 불상을 빼돌리기도 했죠. 그 절에 협력자가 있었을까요? 아마도 계약금도 냈고 하니, 절에서도 방심했던 탓일까요?

그들은 결국 490만 원에 모조품으로 불상을 제작했다고 하네요. 그걸로 바꿔치기 하려고요. 

그리고 성공하죠.





하지만 악당들은 언제나 자기들끼리 더 많은 몫을 챙기려고 한다든가, 다른 꿍꿍이로 공멸하고 말죠. 먼저 자백하지 않으면 중형을 면할 수 없다는 압박으로 반드시 서로 배신하게 되는 <죄수의 딜레마>도 떠오르고 그러네요. 

일당 중 한 명이 지분 배분에 불만을 품고 이 사건을 제보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 자식들, 감히 나를 호구로 알아! 본때를 보여주겠어. 그 불상은 내 것이야. 너희들에겐 콩밥이 있겠지.”





“그런데 말이야, 너희들 그건 왜 훔쳤니? 내가 진심 궁금해서 묻는 거야. 형사 밥 먹으면서 이런 경우도 드물어서.
훔친 불상, 너희가 상심이 클까 봐 고민했는데 말이야, 고미술협회에 감정 의뢰한 결과를 보니, 음, 70년밖에 되지 않았대. 알고 6천 만에, 490만 원을 쓴 거니? 6억 원에 매매계약 체결했다며? 절 주인이 나빴네. 하기야 그분이 불상의 가치를 알았겠느냐 싶고. 니들이라도 똑바로 알아야지. 훔쳐 먹고 살려면 정신 바짝 차려.”





그 기사를 읽고 다음 날 아침엔가 우연히 KBS였나, 공중파 뉴스를 보는데, 마지막에 한마디 하더라고요. 훔친 불상의 가격은 약 30만 원 정도였대요. (웃음)

“아저씨들, 공수래 공수거가 뭐예요?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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