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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an 17. 2024

바닥엔 물이 고여 있었다

원피스 & 콩트


바닥엔 물이 고여 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온 남자는 물이 튀기는 것에 개의치 않고 군화를 벗었다. 군화에 묻은 진흙 탓에 물이 묻어 바닥이 더러워질 것이었지만, 어차피 더럽다고 여겼는지, 너무도 귀찮았는지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곧 현관을 비추는 백열등이 꺼질 것이었다. 자동 센서가 켜져 있는 시간은 짧다. 계속 손을 휘휘 저으면 현관의 신발장 옆에 서 있을 이유는 없었다. 현관의 노란 불빛이 꺼지기 전에 신발을 돌아보는 습관이 있었다. 신발이 잘 못 놓일 리 없지만. 혹시나 신발이 넘어져 물에 젖을 것을 염려한 것도 아니었다.

버릇처럼 누렇게 뜬 벽면의 이름, 빈센트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지우지 못했다. 아들은 자신의 이름을 이곳저곳에 적어놓았었다. 몇 해 전 자신의 이름을 처음 쓸 줄 알게 되었을 때, 자랑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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