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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an 21. 2024

글씨인 듯 글씨 아닌 듯 하노라

놀이글 & 조선풍속화

 자녀의 답안 작성 글씨를 보고는 학부모도 못 알아먹을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 자신도 못 알아먹을 때도 있으니까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이걸 고치려고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학생들이 체질적으로 무서워할 만한 호랑이선생님이라면 모를까, 웬만해서는





쉽질 않죠. 어설프게 혼냈다가는 학생이 울음을 터트려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 그러면 학부모가 발끈하여서





인터넷에 항의서한을 띄우기도 하니까요. '선생님이 무서워서 애가 학원에 가지를 못하겠다고 한다'는 식으로요.





담대한 학생이라면 아예 선생님의 조언을 능청스럽게 무시해버리기도 합니다.





바로 해준 조언을 앞에서 고치지 않는 오만한 나태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기왓장을 들고 툭툭 공중으로 날리며, 선생의 말은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는 것이죠.





연서를 쓸 때는 그렇게나 또박또박 쓰면서.





어쨌든 도무지 글씨 개선할 생각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힘을 빼보았자 소용이 없습니다. 간결한 충격 요법이 좋죠.





 "너 이렇게 쓰면 무조건 대학 떨어져. 누가 이 글씨를 읽을 수 있겠니"라고 하면 갑자기 자세를 고쳐잡고는 '와 너무 세다'라면서 울음을 훌쩍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러고 나면 학생이 원래 명필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대학에서 이런 걸 원한다고 하면서 "논술 답안 글씨 못 쓰면 대학에서 널 원하지 않아. 99% 탈락이지"라고 하는 편이





천하의 호랭이 선생님 말씀보다 더 자극을 받는 것이죠.

호랑이가 잡아간다는 말보다 곶감 안 준단 말에 울었던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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