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이 Jan 21. 2024

적성과 맞지 않는 과목도 있기 마련이어서

놀이글 & 조선풍속화

활시위를 목표물을 향하여 당겨야 함에도

정작 그 활을 심심하다는 이유로 해체하여서는





활시위로 발가락 힘을 키우는 데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발가락 사이 때를 벗기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고도 하지만, 학생의 진심을 알기란 어려운 법입니다.





수업 시간에 멍 때리다가, 결국엔 마땅히 갈 대학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망연자실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제대로 대학에 보내주겠노라고, 허허로운 마음을 달래주는' 선생님의 말에 혹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너 그런 식으로 안 돼!"라며 충격요법을 쓰는 선생님에게 매달릴 수도 있습니다.





점점 엄지발가락만으로 이족보행이 가능할 만큼 힘을 키운 때였습니다. 어째서 엄지발가락으로 이족보행을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니 그해의 막바지에 이르렀음에도,




여전히 활시위는 르네 마르그리트의 전치 기법처럼 엄지발가락을 위하여 쓰였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멍 때리다가





이름을 쓰고는





백지를 내니 마땅히 해주어야 할 말도 없기 마련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이라고 내용 없는 답안지에 대해 첨삭할 게 없고,





꾸짖기를 반복하거나,





학생의 공허한 마음을 어루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생으로선 어렸을 적 범을 꿈꾸었지만, 이제는





혼나기만 하는 까치가 된 것 같아 위축되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럴 때면 세상이 꼭 성적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라며, 누구나 그 분야의 탑이 되길 원하지만, 때로는





백의종군하는 의미있는 삶도 많고, 각자가 할 일이 있기 마련이라는 공생의 원칙을 환기하기 마련입니다.





세상에는 높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아래를 지탱하는 사람도 있다며, 각자 필요한 역할이 있으므로 그걸 충실히 하면 삶이 충만해지니, 너무 아등바등할 필욘 없고 지금 이순간의 고민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출발의 순간 힘껏 아래로 당긴 줄을 따라, 주저앉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인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학보단 학과가 중요하다고도 할 것입니다.





차마 호랑이의 비전을 내주지는 못하여 조금 아담하게 축소하여 고양이가 꿈꾸는 것인지, 나비가 꿈꾸는 것인지 모르는 게 삶이라며 알듯 모를 듯한 말로 경쟁의 무상함을 넌지시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학생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을 뿐입니다. 그동안 왜 그토록 발가락 힘만 키웠는지 되짚으며 한숨을 지을 뿐이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씨인 듯 글씨 아닌 듯 하노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