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글 & 고흐
인생은 정해진 좁은 곳에서 뺑뺑이를 돌다가, 불리는 숫자대로 편을 먹는 것이라 했어요. 규칙대로 편을 먹지 못하면,
징벌의 의자에 앉아야 했어요.
거기서 죽을 때까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죽을 때까지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는 것이라니... 조금 싱겁기는 하였어요.
하기야 그도 그럴 것이 책을 너무 읽으면, 세상에 시큰둥해지고,
세상이 흘러가는 꼴을 쉽게 예측해내곤 해서, 세상 사는 게 재미 없어져서는
처음에는 좋기만 하다가 차츰,
생각에 사로잡혀 생각에 갉아먹혀서는
관념의 뼈만 남는다는 것이었어요.
그렇다고 편을 잘 먹는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었다고 해요. 징벌의 의자 대신
노동의 들판에서 틈만 나면 초과근무를 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