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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Apr 10. 2024

사동형 ‘~시키다’가 출몰하는 세 가지 유형

자동사 타동사 모두 가능 &  능동적 주체의 사동 표현 & 사동형 습관

서술절은 해석만 달리 하면, 쉽사리 문장 분석 등의 애로사항을 상당히 해결할 수 있지만, 사동의 문제는 언어 습관이 전반적으로 엮여 들어서 변화해야 하는 거라서, 몽상보다는 현실의 준수 속에서 쉽게 쓰는 방식이 실용적인 듯하다. 

즉, 못맞춤법 놀이 기준을 적용하자니, 그것 역시 그것대로 어색해지고, 맞춤법 기준에 맞추어도 여전히 흔들리는 지점이 꽤 있다. 문법 검사기로도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거나, 때로는 고쳐주었는데 ‘향상하다’보다는 ‘향상시키다’처럼 권장하지 않는 표현을 쓰는 게 더 자연스러운 경우도 많다. 어쩌면 사동형 지점은 현대 국어에서 많이 변하고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피동형과 함께 복잡한 성분 관계 속에서 더 세밀하게 역학 관계를 표현하려다 보니, 그런 것 아닐까 싶다. 특히 화학, 의학, 그리고 인공지능 관련 분야에서 AI에게 ‘시키는’ 건지 ‘하게 하는’ 건지 애매한 지점들이 발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학문 분야(화학, 의학 등등)에서 '~시키다'가 참 까다롭다. 또 조금 느슨하게 ‘~시키다’란 사동형 어미를 갖다 붙이곤 한다. 또 그게 어색하지 않다는 게 당혹스럽다. 대개 ‘시키다’가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면 세 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첫째, 주로 "~숙성하다, ~숙성되다"가 모두 주어가 매칭될 때 "~을 ~숙성시키다, ~을 ~숙성하다" 등이 모두 되는 경우다. 한국에서 자동사 같으면서도 타동사 같을 때인 셈이다. ‘김치가 숙성하다’도 맞지만, ‘김치가 숙성되다’도 맞는 셈이다. 이럴 경우 김치를 목적어로 바꿀 경우 ‘김치를 숙성시키다’와 ‘김치를 숙성하다’가 모두 어색하지 않게 된다. 이럴 때는 어떻게 써도 문법 검사기에서 통과된다. 그리고 습관처럼 ‘시키다’로 강조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둘째, 주체가 능동형의 주체라 ‘~하게 하다’는 식으로 써야 한다는 경우를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그가 영어 성적을 향상하게 (지도)했다”로 쓸 수 있다. 그가 결국엔 성적을 올리기 때문에 ‘하게 하다’는 식으로 사동을 우회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역시 “나는 그의 영어 성적을 향상시켰다.”라는 식으로 ‘그’의 능동적 성향을 외면한 채 써버리기도 한다. ‘시키다’를 강조하기도 하지만, 그냥 좀 단순화한 경향이 아닐까 한다. 이걸 꼭 틀렸다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럽게 쓰이곤 한다. 영어의 문법 습관이 들어와 적용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make, let 사동사). 이럴 때 ‘하게 하다’를 ‘시키다’로 축약했거나 사동의 의미를 강화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시키게 하다’를 ‘시키다’로 압축하는 경우에는 미세한 차이가 생기지만, 대개 모호하게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그가 올해 매출액을 증가시키게 (독려)했다.”라는 문장을 떠올려 보자. ‘매출액이 증가하다’였으므로 ‘매출액을 증가시키다’가 맞기 때문에 여기에 ‘그’의 능동적 의지를 존중하여 ‘~시키게 하다’로 한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시키다’로 압축하기가 애매해진다. “나는 그의 올해 매출액을 증가시켰다”라고 하면 꼭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단순히 명령만 했을 뿐이고 발로 뛴 건 그인데, 마치 내가 상당히 뭔가를 수행한 것 같은 어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라면 “나는 그가 올해 매출액을 증가시키게 (독려)했다.”와 “나는 그의 올해 매출액을 증가시켰다”가 온전히 같은 느낌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시키게 하다’를 ‘시키다’로 축약했다거나 강조했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셋째, 그냥 ‘시키다’는 문법적 고려 없이 습관적으로 느낌에 따라 강조한 경우다. 이런 경우는 문법 검사기에서 잡아내는데(개선시켜->개선해, 향상시켜->향상해, 촉진시켜->촉진해), 사동형이 까다롭고 이미 많이 변화했다고 보는 건, 이런 습관성 강조를 위한 '~시키다' 버릇이 그다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사동형 문법이 미래에는 어떤 식으로든 조정되지 않을까 싶은 짐작을 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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