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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Apr 09. 2024

가급적 서술절을 해체하려는 마음

서술절에서 관형절로 이어지는 문장 &  서술절의 서술

서술절이 매우 요긴하게 한국어를 한국어답게 하는 당혹스러운 지점도 있지만, 주어와 서술어의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독특한 특징이 생긴다. 짝이 안 맞아서 서술절에 안은문장 주어가 덧붙은 곁다리 느낌을 줄 것 같지만(의자는 ⊂ 다리가 네 개다), 오히려 서술절이 주어를 위해 묶여 들어가야만 할 것 같으니(의자는 ⊃ [다리가 네 개다]), 거 참, 서술절 해석은 기이한 느낌으로 남는다.  

가뜩이나 생략이 많은 스타일의 문장 때문에 주어가 서술어보다 비어보이는 것 같을 때(문어는 전장을 측정한다), 애초에 서술어가 더 적은 방식으로 인해 자칫 허수의 주어와 일치해버리는 실수(문어는~측정한다)도 저지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일상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어려운 내용을 학술적으로 다룰 때는 그 명확한 연결성이 약하다는 점에서 문장을 까다롭게 한다. 내용이 어렵기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어에서 까다로운 여러 특징이 겹칠 때 서술절의 특징 역시 불편한 역할을 하게 되기도 한다. 종종.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다면 서술절을 해체하려고 한다.

(문어의 길이를 재려고 할 때는 전장을 측정한다, 문어의 전장을 측정한다.)     


그렇게 부득이하게 서술절을 놓아두어야 효율적일 때만 그러는 편이다.

의료데이터는 [텍스트, 영상, 생체신호 등의 시계열 데이터를 아우르며 다양해지고,]
(의료데이터는) [수명 연장과 의료접근성 개선이라는 현상이 맞물려]
(의료데이터는) [그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관형절과 뒤섞이면서 문장 구조가 모호해질 때는 가급적 해체하려는 편이다. 물론 별 문제가 없다면 놓아둔다.


그 의자는 [다리가 세 개이고,] (서술절)
(그 의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가 한정판으로 제작한’ 예술품이다. (관형절)     


문장의 호흡을 잘 다듬는다면, 서술절을 안은문장의 주어가 그냥 그대로 다음 이어진 문장에서 주어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벗어나 확장할 때 문장이 꼬이거나 어렵게 되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주로 어려운 수준의 학술적 문장, 관형절과 안 좋게 엮인 문장에서 그런 경향이 강해지고, 도치된 서술절의 문장과 엮일 때 문장 분석 난도가 높아진다. '서술절의 서술절'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로 분석이 어려워진다.


소금은 1~3%의 농도에서 [일부 부패 세균이나 병원성 세균 등이 (오히려 발육이 촉진되는 경우가 있다.)] (서술절의 서술절)
1) 병원성 세균 등은 ‘오히려 발육이 촉진되는’ 경우가 있다. (세균은 오히려 ‘발육이 촉진된다’, 세균은 오히려 ‘발육이 촉진되는 경우가 있다’ ‘발육이 촉진될 수 있다’)
2) 소금은 [세균이 [발육이 촉진된다]].     


이런 문장이라면 아무래도 서술절을 해체하는 쪽이 낫다. (소금 1~3%의 농도일 경우 일부 부패 세균이나 병원성 세균 등이 오히려 많아질 수 있다. / 소금은 1~3%의 농도일 때 오히려 안 좋아져, 일부 부패 세균이나 병원성 세균 등의 발육이 촉진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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