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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Apr 04. 2024

숨겨진 서술절

능동형 피동형 서술어 & 서술절의 숨겨진 주어

새우는 전장 또는 두흉갑장, 게류는 두흉갑장과 두흉갑폭을 각각 측정한다.
오징어류는 몸통 길이(동장)를 측정하고, 문어는 전장을 측정한다.
그리고 갈치는 항문장을 측정한다.   

   

이 문장들의 공통점으로는 ‘숨겨진 서술절’ 또는 ‘서술절에 숨겨진 주어가 있다’는 것이겠다.

일단 겉으로 보이는 주어 지점에 ‘새우는, 오징어류는, 갈치는’이 ‘측정한다’와 호응하지 않는다. 새우도, 오징어류도, 갈치도 자신의 길이를 측정할 수는 없다. 누군가 어떤 사람이 측정하는 것이다. 즉     


새우는 / [(누군가) 전장 또는 두흉갑장을 측정하고], 게류는 / [(누군가) 두흉갑장과 두흉갑폭을 측정한다.]
오징어류는 / [(누군가) 몸통 길이(동장)를 측정하고], 문어는 / [(누군가) 전장을 측정한다.]
그리고 갈치는 / [(누군가) 항문장을 측정한다.]      


그런데 서술어 ‘측정한다’를 피동형인 ‘측정된다’로 바꾸면, 영어로 치면 ‘by 주체’인 ‘측정의 능동적 행위자’는 이 문장에서 빠진다. 그리고 목적어의 조사를 살짝 바꾸는 것이다. ‘으로’로.   

  

새우는 전장 또는 두흉갑장으로, 게류는 두흉갑장과 두흉갑폭으로 각각 측정된다.
오징어류는 몸통 길이(동장)으로 측정되고, 문어는 전장으로 측정된다.
그리고 갈치는 항문장으로 측정된다.      


한국어에서는 가능하다면 서술어를 능동형으로 쓰는 것을 권장하지만, 영어의 수동형 문장 습관이 도입되고, 논문 등에서 주어 자리의 행위를 세밀하게 구분하려 할 때 피동형 역시 세분된 용도로 쓰이곤 한다. 철학과 같은 분야에서는 주어 지점의 행위에 ‘주도적인 자발성이 있느냐’ ‘되고 있는 상태냐’ 등등으로 강조하는 어감을 나눌 수도 있기에 요즘에는 이를 아예 피해야 할 표현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일반적인 문장에서는 여전히 가능하다면 능동형 위주로 쓰기 마련이고, 그래서 주어 지점에 있는 단어가 실제로는 서술어와 정확히 호응하지 않고, 주어가 숨을 때가 많다. 여기서는 ‘새우가 ~ 측정한다’로 호응하지 않고 ‘누군가’가 생략된 경우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주술 호응이라는 간단한 규칙으로만 보면 거슬리는 지점이 생기기 때문에 자꾸만 서술어 지점을 피동형으로 바꾸려는 유혹에 빠진다. 연구자의 논문에서는 그러한 특성을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서술절을 싫어하는 경우라면 의도적으로 피동형으로 바꾸거나, 서술부를 능동형으로 유지하되 좀 더 헷갈리지 않는 표현으로 바꾸기도 한다.      


새우의 길이를 측정할 때는 전장 또는 두흉갑장을 기준으로 삼고, 게류의 경우에는 두흉갑장과 두흉갑폭을 각각 측정한다.
또 오징어류의 몸통 길이(동장)를 측정하고, 문어라면 전장을 측정한다.
그리고 갈치를 측정할 때는 항문장을 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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