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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Apr 13. 2024

서술절로 해석하려는 접근법이 싫어요

서술절을 안은문장의 주어 & '~은/는' 보조사

서술절 확실히 까다롭다. 못맞춤법 놀이로 전환하기도 애매한데, 그 자체로도 쉽지 않은 경우라면, 서술절 파트와 함께 사동형 파트가 있다. 이 중 사동형의 경우에는 그 자체가 어렵긴 하지만, 한국어 문장으로 학술 문장 쓸 때 전체의 의미를 흐려놓지는 않지만, 서술절은 한국어 문장의 명료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관형절, 생략 특징, 피동형 능동형 문제, 서술절, ‘~은/는’ 보조사, 주술 성분의 거리 등)     


의자는 다리가 네 개다.     


개인적으로 서술절로 해석하기보다는 가급적 ‘~는’ 등을 범위를 한정하는 보조사로 보면서 서술절을 다르게 해석하여 접근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데 이 역시 서술절의 장점이 드러날 때를 보면, 여의치 않은 면도 있어서, 여전히 도 닦는 심정으로 공부 중이다.

서술절 자체가 비실용적이라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못맞춤법 놀이로 실용적인 면을 강조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서술절은 불편하더라도 나름대로 어쩔 수 없는 장점도 있는 셈이다. (언젠가 언급했듯이) 문장의 호흡을 잘 다듬는다면, 서술절을 안은문장의 주어가 그냥 그대로 다음 이어진 문장에서 주어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데이터는 [텍스트, 영상, 생체신호 등의 시계열 데이터를 아우르며 다양해지고,]
(의료데이터는) [수명 연장과 의료접근성 개선이라는 현상이 맞물려]
(의료데이터는) [그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그 의자는 [다리가 세 개이고,] (서술절)
(그 의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가 한정판으로 제작한’ 예술품이다. (관형절)     


또 나름대로 다른 방식으로 서술절을 해석하려는 접근법으로도 속 시원하게 압도적인 설득을 당하지는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서술절이 아니라 ‘밀접한 개념(같은 성분)의 점강적 특성’으로 보는 접근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의자는 다리가 네 개다.’를 생각해 보자. 의자에 다리가 속하고, 다리가 몇 개인지 언급하니 그 범위가 다리가 개수보다는 넓다. 이런 때에 ‘다리가 네 개다’가 의자를 서술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들어, 서술절이 아니라 ‘밀접한 개념(같은 성분)의 점강적 특성’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면적의 70%가 산이다’란 개념의 밀접성이 설득력 있게 들릴 때도 있지만, ‘나는 짬뽕이다’처럼 나와 짬뽕이 굳이 연결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즉, 꼭 개념이 밀접하게 연결되는 방식으로 점강적 특성을 보이는 게 아니라면, 대개는 안긴문장의 주어에 붙은 조사 (보통은) ‘~는’이 ‘범위를 한정하는 보조사’로 작동할 때가 많은 듯하다. ‘나는 짬뽕이다’에서도 ‘나’가 ‘짬뽕’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은 아니지만, ‘나’로 제한한다고 전제하고, 그 차원에서만 말하겠다는 조건을 세운 정도로 본다면, ‘내 경우엔 짬뽕을 시킬 거야’라는 식이 된다. 개념이 밀접하다거나 성분이 같을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분명 안은문장을 설명(서술)하기 위해서는 그 범위로 한정할 필요는 생긴다.

이럴 경우 무엇보다 그냥 직관적으로 형식적으로 보이는 문장을 따라가면 더 편해진다. 물론 이 경우에도 온전치는 않다.     


(의자는) 다리가 네 개다
(의자의) 다리는 네 개다
(의자의 영역에서라면) 다리는 네 개다.   

  

뭔가 ‘다리’를 주어로 삼으면 마치 일반적인 여러 경우에서 ‘다리가 네 개’인 경우를 떠올리게 되고, 그다음에 ‘의자라는 범위’로 영역을 그려주는 느낌이 든다. 형식적으로 보면 간편해 보인다.

그런데 의미적으로 보면 분명 ‘다리’가 곁다리고 ‘의자’라는 포인트를 찍어서 그것을 서술하는 과정 같다. 마치 화제어 같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 해당 문장에서 ‘의자’를 중심으로 살펴본다고 할 때, ‘의자는 다리가 네 개다’에서 ‘다리’가 주어이고, ‘의자는’은 부사어 기능을 하면서 화제어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자는 것이다. 다만 이런 경우 도치가 가능한 서술절 문장에서는 화제어가 다른 지점에 생긴다. “코는 코끼리가 길다”는 “코끼리는 [코가 길다]”에서 ‘코와 코끼리’가 도치된 것이기 때문이다. “코는 코끼리가 길다”에서는 ‘코’가 화제어로 강조되는 감이 있으므로, 화제어로 의미상 주어를 해석하려는 것도 온전치 않다.  

    

역시나 서술절 해석법보다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의미적으로 보면 분명, 이번 경우는 서술절로 해석하는 쪽이 명분이 있기는 하다. 분명 형식적인 문법의 관계성으로만 보자면, 쉬운 면이 생기지만, 의미상으로는 서술절을 안은문장의 주어가 그 문장에서 주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 문장에서 실제로 의미적인 주어가 있고, 이 주어를 설명할 때 이상하게도 서술절은 누락된 성분 없이 완성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러고는 의미적으로는 안은문장의 주어를 충실히 설명하는 서술어 기능을 하는 것이다.

어느 것이 옳다기보다는 실제 문장의 화제어가 주어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고 이를 잘 설명해주는 셈이다. 그 의미적인 느낌을 보자면 ‘의자’가 서술절은 안은문장의 주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 점을 폄하하지는 않다. 오히려 실용적이기도 하다. 그것을 문법적인 형식으로 정립한 셈이다. 서술절은. 한국어의 독특한 특징으로.     

      

다만, 개인적으로는 ‘~은/는’이라는 보조사가 주어의 역할까지 병용할 때를 판별하려는 작업에서 몇 가지 대체어를 넣어서 살피기도 하는데, 서술절은 안은문장에서는 그러한 판별이 애매해지면서, 판별도를 떨어뜨린다는 아쉬움도 생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서술절을 최소화하려고 하면서, 되도록 '범위를 한정하는 부사'로 '~은/는'을 보고 서술절을 안은문장의 주어부(의자는)를 부사어로 취급하고 싶어진다. 못맞춤법 놀이의 관점에서.

이에 대해선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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