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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May 05. 2024

어지러운 문장 속 뉴진스와 르세라핌과 전유진

띄어쓰기 놀이 & 관형절 표지 놀이

나는 지난해 뉴진스 공연에 몰래 갔었다는 그의 고백을 들었다는 그녀의 말을 가만히 곱씹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씁쓸하게 곱씹어보던 나는 약속을 어긴 그를 보고는 어째서 뉴진스 공연을 혼자만 보러 갔느냐며 추궁하는 자신을 상상해보았다. 너희가 뉴진스에게 쓴 돈의 3분의 1만 유진이에게 써도 유진이는 K-트롯의 유진스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무척이나 상심하여서 뉴진스에게 돈을 퍼다준 녀석들을 르세라핌의 촉으로 발본색원할 것이라 다짐하였다.
나는 새로운 스타일의 편안한 패션을 제시한 4세대 K팝 걸그룹인 뉴진스와 자신 있고 당당한 채로 유망한 신예로 떠오른 르세라핌과 노래를 너무도 잘하고 천재적인 감성 표현의 장인 전유진에게 주목했다.                   


나는 「‘지난해 뉴진스공연에 몰래 갔었다는’-그의 고백을 들었다는」-그녀의말을 가만히곱씹었다.

→ 나는 그녀의 말을 가만히 곱씹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그는 지난해 뉴진스 공연에 몰래 갔었다. (이 자식... 치사하게 자기 혼자만...)

→ 나는 그녀의 말을 가만히 곱씹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그는 지난해 뉴진스 공연에 몰래 갔었다. 어느 날 그런 고백을 그녀에게 했다고 한다.      


「그녀의말을 듣고 씁쓸하게곱씹어보던」-나는 약속을어긴 그를 보고는 「어째서 뉴진스 공연을 혼자만 보러 갔느냐며 추궁하는」-자신을 상상해보았다.

→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씁쓸하게 곱씹어보았다. 약속을 어긴 그를 보고는 이런 상상을 했다. 그 상상에서 자신은 '어째서 뉴진스 공연을 혼자만 보러 갔느냐'며 그를 추궁하고 있었다.          


「너희가 뉴진스에게쓴 돈의3분의1만 유진이에게 써도 유진이는 K-트롯의유진스가 되었을것이라고 생각한」-나는 무척이나상심하여서 「뉴진스에게 돈을 퍼다준」-녀석들을 르세라핌의촉으로 발본색원할것이라 다짐하였다.

→ 나는 무척이나 상심하였다. ‘너희가 뉴진스에게 쓴 돈의 3분의 1만 유진이에게 써도 유진이는 K-트롯의 유진스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르세라핌의 촉으로 녀석들을 발본색원할 것이라 다짐하였다. 뉴진스에게 돈을 퍼다 준 녀석들을.    (실제로는 뉴진스 응원합니다. 예시 문장은 그저 예시 문장일 뿐.)   

       

나는 새로운 스타일의 편안한 패션을 제시한 4세대 K팝 걸그룹인 뉴진스와 자신 있고 당당한 채로 유망한 신예로 떠오른 르세라핌과 노래를 너무도 잘하고 천재적인 감성 표현의 장인 전유진에게 주목했다.     

→ 나는 「새로운스타일의 편안한패션을 제시한 4세대K팝걸그룹인」-뉴진스와 「자신있고당당한채로 유망한신예로 떠오른」-르세라핌과 「노래를 너무도잘하고 천재적인감성표현의 장인인」-전유진에게 주목했다.  

→ 나는 세 신예에 주목했는데, 뉴진스는 새로운 스타일의 편안한 패션을 제시한 4세대 K팝 걸그룹이었고, 르세라핌도 자신 있고 당당한 채로 유망한 신예로 떠오르고 있었다. 전유진은 천재적인 감성 표현의 장인으로, 노래를 너무도 잘했다.   

   


나는 새로운 스타일의 편안한 패션을 제시한 4세대 K팝 걸그룹인 뉴진스와 자신 있고 당당한 채로 유망한 신예로 떠오른 르세라핌과 노래를 너무도 잘하고 천재적인 감성 표현의 장인 전유진에게 주목했다.  


위 문장을 무심코 읽다 보면, 처음에 뉴진스를 인지하기 전에 일단 새로운 스타일의 편안한 패션을 '나'가 제시했나 싶다가, 뉴진스로 정정하게 된다. '아, 뉴진스구나!' 하고. 그러다 ‘새로운 스타일의 편안한 패션’, ‘뉴진스와 자신 있고 당당한’이란 표현이 친화적으로 묶여서 뉴진스가 그런 패션 때문에 당당하고 유망하구나 싶다.

그런데 이쯤 되면 멍해져서 실수로 르세라핌을 흘려 읽을 수도 있다. 그렇게 르세라핌은 증발하고 뉴진스는 그 뒤 문장과도 연결되어서는 그만, ‘노래도 잘하고 감성 표현의 장인인 뉴진스’로 오인된다.

그러다가 전유진을 만나면서 머리를 한대 맞고 정신이 번쩍 든다. 결국 문장을 다시 거슬러 되짚는데, 그러면 흘려버린 르세라핌이 박혀 있는 것을 보고 만다. 아, 아, 이런 게으른 독자여! 스스로를 탓하기 마련이다.

정신을 차린 채 뉴진스가 어디까지 관장하나 싶어 다시 정독을 하면, 뉴진스 르세라핌 전유진의 삼국지라는 것을 알고 마는 것이다.     


번역서 중 학자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그대로 옮기려는 스타일의 문장에서 이런 오독이나 가독성 방해 요인이 주로 발생하지만, 우리 문장에서라고 없을까? 사실 많다. 특히 학자들의 문장 중에는 여러 조건과 사안을 나열하여 정교하게 분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이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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