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이 May 08. 2024

그녀가 웃는가, 아이가 웃는가

관형절 & 가독성

전화에 대고 대답하면서 그녀는 깔깔 웃으며 마루를 가로지르는 아이를 향해 조심하라고 손짓했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그녀는 전화에 대고 대답하다가 상대에게 반응하며 깔깔 웃었다. 그때 마루를 가로지르는 아이가 뒤뚱거리는 것을 보고는 ‘조심하라’고 손짓한 것이다.

또는 그녀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아이를 신경 써야 했다. 아이가 깔깔 웃으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마루를 가로지르는 것을 보고 아이를 향해 ‘조심하라’고 손짓했을 수도 있다.      


1) 전화에 대고 대답하면서 그녀는 깔깔 웃으며, 마루를 가로지르는 아이를 향해 조심하라고 손짓했다.

2) 전화에 대고 대답하면서 그녀는 ‘깔깔 웃으며 마루를 가로지르는’-아이를 향해 조심하라고 손짓했다.      


그래도 원래 예시 문장에서 ‘대답하다’와 ‘깔깔 웃다’가 답변으로서 겹치는 성격이 있는데도 ‘그녀’를 중심으로 앞뒤로 나뉘었다는 점에서 또 ‘깔깔 웃으며 마루를 가로지르는’이 함께 붙기에 어색함이 없다는 점에서 아이가 ‘깔깔 웃으며 마루를 가로지르는’으로 볼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3) 전화에 대고 대답하면서 그녀는 깔깔 웃으며 마루를 가로지르는     


이라고 오독하자니, 즉, 그녀는 통화를 하면서 깔깔 웃으며 대답하면서 마루를 가로질러서 ‘삑’ 소리를 내는 끓는 주전자로 달려갔을 수도 있지만, 언뜻 ‘깔깔 웃으며 마루를 가로지르는’ 대상을 찾기 위해 그다음에 주의를 기울일 것 같다. 관형절은 이렇듯 앞 단어와 자신이 꾸미는 단어 사이에 끼일 때 오독의 여지가 생기지만, 여기서는 무난한 편이다. 다만, ‘깔깔 웃으며’와 ‘마루를 가로지르는’이 나뉘면서 중의적 가독성 저하로 작동하기는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지러운 문장 속 뉴진스와 르세라핌과 전유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