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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May 21. 2024

객체의 목적어 성분 생략 및 중간에 낀 관형절

낀 관형절 해체 & 성분 생략 확인

영상 속에는 콤스로 보이는 남성이 맨몸으로 하체에 수건만 두른 채 달려 나와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한 뒤 그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던 캐시의 목덜미를 잡아 바닥으로 세게 밀치고 발로 차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콤스는 바닥에서 캐시의 가방과 지갑을 챙겨 든 뒤 바닥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 캐시를 다시 한번 발로 세게 찬다. 또 캐시가 입고 있던 후드 티셔츠의 뒷부분을 잡고 객실로 질질 끌고 간다.     


이 문장에서 빨간색 처리하고 밑줄 친 문구는 관형절에 해당한다. 관형절은 보통 바로 다음에 나오는 체언 등을 꾸미는 속성이 있다. 즉 그 꾸며지는 체언까지 봐야만 누군가 그런 행위의 주체가 되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관형절 바로 앞에서 이어지는 문장과 뒤섞이면서 끝까지 읽기 전에는 행위의 주체가 뒤섞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1) 콤스로 보이는 남성이 맨몸으로 하체에 수건만 두른 채 달려 나와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한 뒤 그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던 캐시의 목덜미를 잡아     


이 문장에서 콤스는 하체에 수건 만 두른 채 달려 나왔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여기서 “향한 뒤,”로 쉼표를 넣어준다면 약간 환기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을지라도 적어도 그 지점에서 호흡을 고르면서 문장의 형세를 판단할 수 있었을 텐데, 쉼표를 넣지 않음으로써 누군가는 ‘~한 뒤’라는 데서 호흡을 고르지 않고 그대로 독해의 질주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언뜻 콤스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려고 하다가, ‘어라? 잠깐, 잠깐! 이게 아닌데’ 하면서 캐시를 발견하고 만다. 다행히 여기서는 관형절이 짧고 우리 문장의 속성상 어쩔 수 없이 낀 관형절이 남용되는 면이 있어서 이러한 방식을 바꾸기보다는 관성처럼 ‘이 정도면 양반이지’ 싶어진다. 사실 엄청 긴 관형절, 거기에 관형절 속의 관형절까지 끼는 경우에 비한다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캐시의 목덜미’로 하는 바람에 ‘그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던」-캐시’의 목덜미가 이중적으로(무엇을 하던 캐시, 그 캐시의 목덜미) 관형절의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은 들었다. 독해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지만.

즉 이렇게 되면 콤스는 캐시의 ‘목덜미’를 붙잡아서는 바닥으로 세게 밀치는데, 목덜미를 세게 밀친 것은 맞지만, 목덜미만 밀쳐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캐시의 목덜미를 붙잡아서는 캐시를 바닥으로 세게 밀친다’는 게 언뜻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같은 낀 관형절이지만 2)이 조금은 낫다.     


2) 이어 콤스는 바닥에서 캐시의 가방과 지갑을 챙겨 든 뒤 바닥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 캐시를 다시 한번 발로 세게 찬다.      


사실 문장으로만 보면 1)처럼 오독할 여지는 있다. 낀 관형절(바닥에 쓰려져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이 짧은 편이라 ‘콤스가 캐시의 가방과 지갑을 챙겨든 뒤’에서 캐시를 찾을 수는 있다지만 역시 ‘챙겨든 뒤,’라고 쉼표를 삽입해주면 조금은 나을 수 있다. 그나마 정황상 앞에서 콤스가 캐시의 목덜미를 붙잡아 바닥으로 세게 밀치는 정보가 있어서, ‘바닥에 쓰려져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이라는 관형절이 캐시와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만일 이것이 길이가 길면서 동시에 한 쪽으로 쏠리는 정황적 판단이 모호해지는 경우라면, 가독성이 저해될 만한 요소였다. 여기서는 ‘캐시 다음으로 목덜미’(~ 캐시의 목덜미)와 같은 체언이 연쇄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점도 그나마 좋다.

낀 관형절은 앞서서 ‘수건만 두른 채 달려 나와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한 뒤’, 또는 ‘바닥에서 캐시의 가방과 지갑을 챙겨 든 뒤’ 등 다른 행위자의 구체적인 서술어들 다음에 등장하면, 가독성 저해 요인으로 작동한다. 직관적으로 문장에서 행위자 전환(콤스→캐시)이 바로 제시되지 않은 채, 서술어의 요소들(그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던 / 바닥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이 등장하기 때문에 생기는 혼동이다. 이를 고치지 않아도 독해에 지장이 없을 경우를 보면,


- 보통 앞에서 정황상 분명한 정보가 제시되었거나
- 낀 관형절이 짧을 경우이다.


이러한 낀 관형절이 문체의 리듬처럼 반복적이라면, 고칠 때 갈등에 빠질 수도 있다. 가급적 리듬을 살리면서도 가독성 저해의 악영향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쉼표 사용도 해결책 중 하나일 수 있다.  

    

→ 영상 속에는 콤스로 보이는 남성이 맨몸으로 하체에 수건만 두른 채 달려 나와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한 뒤, 그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던 캐시의 목덜미를 잡아, 바닥으로 세게 밀치고 발로 차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콤스는 바닥에서 캐시의 가방과 지갑을 챙겨 든 뒤, 바닥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 캐시를 다시 한번 발로 세게 찬다. 또 캐시가 입고 있던 후드 티셔츠의 뒷부분을 잡고, 객실로 질질 끌고 간다.


이때 애매하게 성분이 생략된 지점을 찾아서 챙겨주되, 호흡이 어색하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성분을 다 챙겨주는 게 문법적으로는 좋지만, 한국어에서는 어색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 영상 속에는 콤스로 보이는 남성이 맨몸으로 하체에 수건만 두른 채 달려 나와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한 뒤, 그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던 캐시의 목덜미를 잡아, (그녀를) 바닥으로 세게 밀치고 발로 차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콤스는 바닥에서 캐시의 가방과 지갑을 챙겨 든 뒤, 바닥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 캐시를 다시 한번 발로 세게 찬다. 또 캐시가 입고 있던 후드 티셔츠의 뒷부분을 잡고, (그녀를) 객실로 질질 끌고 간다.     



만일 처음부터 고칠 수 있다면 가급적 낀 관형절을 해체해주는 것을 개인적으로 선호한다.      


→ 영상 속에는 콤스로 보이는 남성이 맨몸으로 하체에 수건만 두른 채 달려 나와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한 뒤, 캐시의 목덜미를 잡아 (그녀를) 바닥으로 세게 밀치고 발로 찬다. 당시 캐시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다가, 콤스의 폭행으로 바닥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는 다시 한번 캐시를 발로 세게 찬다. 또 캐시가 입고 있던 후드 티셔츠의 뒷부분을 잡고 (그녀를) 객실로 질질 끌고 간다.     


'캐시가 입고 있던' 후드 티셔츠의 뒷부분을 '콤스가' 잡은 것이지만, 그렇게 캐시가 자기 티셔츠의 뒷부분을 잡은 것이 아니라, 콤스가 캐시의 티셔츠 뒷부분을 잡고 '그녀를' 끌고 간 것인데, 이는 정황상 앞 문장의 정보를 토대로 다음 문장의 상황을 알 수 있다. 굳이 일일이 고치는 게 소모적일 수 있다. 효율적이라면 처음부터 고치는 편이 좋겠지만.

이런 이유로 (그녀를) 삽입하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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