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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May 18. 2024

한국어로 학술 문장을 쓰는 게 어려워요 #2

주술 성분의 거리 & 관형절

 

1) 주술 성분의 거리: 주요 동사가 나오기 전에 앞으로 첨언해 주는 언어적 습관
2) 표지가 약한 관형절의 특징: 과다한 정보로 문장이 무거워짐, 가독성 저하     


1)의 경우에는       


 ※ 고백과 증언의 충돌, 그녀는 학창시절 퀸카였나 (발행 예정)

- ["I" love] ["you who" were 퀸카 in her school.]
- 나는 "대학에서 퀸카였던"-그녀를, (나는) 사랑한다.     


이 지점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또는     


※ ‘~할 수 있다’에는 주어가 어디에 있나요

마치 ‘it ~ that절(to 부정사)’이 떠올랐다. 이 경우에는 실제로 긴 주어절인 that절을 뒤로 돌리고, 가주어로 it을 써서 문장을 뒤로 ‘털어서’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보면 ‘(나는 영어를 잘할) 수가 있다.’이니 영어와 순서가 다르게 흐르는 경향이 있는 한국어에서는 앞으로 관형절을 잡아주고 헷갈리는 주어를 뒤로 잡아주어 서술어와 가깝게 위치시킨 것으로 봐야 할까 싶었다. 물론 만족스럽지 않았다. 애초에 한국어에서는 주어와 서술어가 멀리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처럼. 이는 분명 ‘I love you’와 다르다. 영어에서는 주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분명히 선언하고 대상을 밝히는 편이지만, 한국어에서는 주어와 목적어 등등을 다 말하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주어가 뭐 했대?’라고 물으면 그제야 ‘아, 그러니까 주어가 이러저러한 날씨에 그녀가 기분도 안 좋고 한데 눈치 없이 고백했다가 차였대.’라고 한다. 그제야 주어가 고백했고 차였다는 주어만의 완결된 사건이 발언된다. 이래저래 다 챙기고 나서야 주어의 행위와 결말을 아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확실하게 주어의 개인 영역을 행위까지 발언하고 대상을 짚는 경향의 영어 순서와는 다르다.       


이 지점을 참고하여도 된다.      


2)의 경우처럼 관형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일단 주어에서 서술어까지 닿기 전에, 앞에서부터 핵심에 살을 붙이면서 진행하는 언어 습관 탓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표지가 (있기는 하지만) 선명하지 않아서 관계대명사 등등으로 표지를 드러내고 가급적 뒤로 무거운 부가 정보를 터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문장이 무거워진다. 문장을 쪼개야 하는데, 어려운 학술 주제에서는 하나의 용어를 쓰는 데에도 각종 조건이 달리고 여러 종류의 유사한 용어가 집결된다. 그러니      


그는 새로운 스타일의 편안한 패션을 제시한 4세대 K팝 걸그룹인 뉴진스와 자신 있고 당당한 채로 유망한 신예로 떠오른 르세라핌과 노래를 너무도 잘하고 천재적인 감성 표현의 장인 전유진에게 주목했다.     


이런 유형의 문장이 만연체로 쓰이고, 자주 출몰한다. 각종 용어가 모르는 이에게는 뉴진스와 르세라핌과 전유진처럼 생소한 단어로 다가오고, 그 개념의 엇비슷함 역시 까다로운 수준이라면 거기에 덧붙는 관형절 역시 내용이 오묘해진다. 그런데 표지까지 선명하지 않고, 관형절이 핵심 정보 사이사이에 끼이면 그야말로 오리무중 첩첩산중이 되고 만다. 처음부터 단문으로 끊는 습관이 중요하지만, 사실 까다로운 용어에서 매번 이런 구분을 통하여 문장을 잘라내는 것이 어색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귀찮더라도 분명한 기준에 따라 저자가 문장을 잘 쪼개서 좀 분량이 길어지더라도 어쨌든 선명한 내용을 채워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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