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글 & 조선풍속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명멸하다 보니,
이제는 그냥 순위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참가자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를 주려고 합니다. 또 호랑이같은 마스터들의 모습을 비추기도 하고, 마스터의 취향이 모두가 따라야 할 절대적인 규범처럼 포장되곤 합니다.
사실 마스터가 지적한 부분을 마스터보다, 지적받은 참가자가 더 잘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전문가의 말이니 수긍해야 합니다. 참가자들로서는 밉보일 필요도 없으니까요. 이승철쯤 되면 그냥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다 받아들이게 되지만, 아무래도 "당신이 부르면 더 잘 부를까?"라는 의심이 드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PD들은 그런 긴장관계를 좋아하고, 그것을 통해서 껍데기를 깨고 나온 참가자를 원하죠. 성장이란 모두에게 충족감을 주니까요. 특히 언더독들의 승리 서사라면 더더욱 응원하고 싶어지곤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경연할 때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하는 것이겠죠.
마스터들이 자신들의 취향을 온갖 까탈스러운 콘셉트로 포장하여, 마구 지적하면, 쫄보들처럼 포장된 우리의 참가자들은 순순히 그걸 받아들이곤 합니다.
마스터들은 지리산 깊은 산기슭에서 어슬렁어슬렁 나온 도인처럼, 전설의 고향이쯤으로 포장되니까요.
사실 예전에 여러 좋은 환경속에서
잠실의 고양이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합니다.
약점을 여기저기 지적받은 참가자들은 마스터의 취향에 맞는 스타일로 변형하기 마련이고, 그러면 "성장했다"는 칭찬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한참 지적받고 망연자실해 하다가,
지친 참가자에게 다가온 멘토가 "그래도 하고 싶은가?"라는 식으로 묻기 마련이고, 그래도 견디고 세상과 승부하고 싶었던 마음으로 참가자는 "예스"를 부르기 마련입니다. "누굴 놀리나? 이 새끼야, 나 이거 말고도 할 거 많아" 하고 뛰쳐나가면 성장서사가 안 되니까요.
그리하여 제작진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서는
불 밝히고 야근 하듯 열심히 훈련하여서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칼 같은 서늘한 공연을 펼친다는 이야기!
그러면 원작자가 나와서 참가자의 기품 있는 연주를 듣고는 감탄한다는 설정.
이 서사를 이물감 없이 자연스럽게, 때로는 실제 상황으로 연출 포착하기 위하여 제작진은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시청자가 작위적으로 느끼게 하지 않으려면 순간 포착이 아주 중요했고, 자주 실패하였으니까요. 이번엔 억지 연출이 아니라 성공적 포착을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