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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n 13. 2024

이해력 논술에 대한 생각

인식과 추론(36~39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36~39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생각 노트: 이해력 논술

이해력 논술을 풀이하는 과정을 보면 제시문을 정확히 요약해야 하고, 질문을 받았을 때 그에 적절한 답변 내용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과정은 요약과 질문의 차원에서 이뤄진다. 즉 뭔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연습, 일상 생활이라면 듣는 연습이 중요하다. 입시에서는 독해력이 매우 중요하다. 어찌 보면 사고력으로 확장하기 전의 기술적인 최고봉이며 본격적인 사고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엇인가를 매우 잘 인지하는 종착지이며 인식의 출발점이다. 이 지점이 제대로 닦여야 인식과 추론의 차원에서 의미 있는 전문적 식견을 펼칠 수 있다.

현 대한민국 입시에서 이해력 논술은 이런 지점에서 최소한의 인식 능력과 기본적인 인지 능력을 파악하는 데 적절한 수단이다.


“지금은 이해력 논술 시대라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논술도 좋은 면이 있어요. 일단 상대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래요. 물론 타의로 제시된 질문에 대해 답을 정확히 맞추어야 하는 건 한국적 상황이 고려된 것이기도 하지만, 연대 논술을 보면 정말 좋다고 생각하죠. 저야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 분야에선 세계 수준이 아닐까 싶어요.”






다만 논술이라면 결국에는 사고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보기에, 현행 입시 논술 제도의 토대에서는 한계가 있다. 논술에 공식이 있고, 대학에서는답에 대한 기본 요건을 촘촘히 제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시한 예시답안 스타일을 학생들은 외우곤 한다.

긴 서술형 답안인 셈이다. 이해력 논술로는 기본에 충실한 셈이지만, 박하게 평가하자면, 그냥 다른 평가 방법 이상이 될 수 없다. 이해력 논술의 좋은 점을 취하되, 논술의 취지에 맞으려면 결국 더 나아가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사고력 논술이라는 게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서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


“아무리 고집스럽게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 학생들도, 때로는 터무니없는 걸 고집하곤 하는데, 단 한 마디면 온순해져요. "이렇게 쓰면 대학에서 떨어져." 그러면 당장 평균적으로 고쳐서 와요.
그 패턴이라도 다양화하면 좋은데 그러면 채점 시 여러 비용이 높아지기도 하고, 시간적으로 허용하질 않기 때문에 많아봐야 두 유형의 예시 답안을 제시한다고 보죠. 그마저도 대개는 하나의 유형으로 답이 크게 벗어나기 어렵고요.”






“고려대 논술은 과거 사고력 논술의 흔적이 제법 남으면서, 이해력 논술의 방식을 혼재했었는데, 2024년, 2025학년도겠죠. 다시 재개되는 고대 논술도 그럴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런 유 중에서는 지금은 폐지된 서울과기대 인문논술도 좋은 방향의 힌트를 준다고 생각해요.

서울과기대 논술 형식을 기본에 두고, 일단 제시문을 10개쯤으로 늘려 잡았으면 해요. 이 제시문들을 해당 주제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선별하되, 이것을 관례대로 분류하게 하지는 않으면 하죠.

제시문 중 3개 이상을 활용하게 하되, 더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가산점을 주지는 말고요. 일종의 단서를 주고 그 안에서 제 자유롭게 이야기를 작문하는 것은 어떨까 싶었죠. 주장글을 보고 싶다면 논제의 범위를 좁혀주는 중심 제시문을 주어도 좋고요. 또한, 제시문 해석에 정답을 두지 말면 좋겠어요.. 즉 제시문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도록 최대한 보장했으면 해요. 이를 통해 뜻하지 않은 돌출적 적용 능력을 보고 싶거든요.

이런 식으로 하면서 전체 흐름을 잡아주기 위해 ‘큰 주제’만 던져주고, 자유롭게 3000자로 글을 구성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더 길어도 좋고요.

제 단견이겠지만요.”






“사고력 논술이라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죠. 사실 우리 입시에서도 이해력 논술, 답 맞히는 논술 전에는 비교적 사고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행했거든요.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했죠. 어느 것이나 완벽한 건 없듯이요. 바칼로레아는 사고력 논술의 모범 사례이기도 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죠. 우리처럼 입시가 국가지대사, 국민지대사인 경우에는, 그건 프랑스도 그럴까요? (웃음) 여하튼 모두가 입시에 목숨 걸다시피 하면 어떻게 채점 했는지 공정성 시비가 일기 마련이니까요. 이해력 논술은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꼭 맞혀야 하는 정보들이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사고력 논술이 정착하기 위해 주관적 평가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민적인 합의를 끌어내야 본격적으로 더 나은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것말고도 워낙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 보니 대치동에서 일할 때 아무래도 많은 배경지식을 미리 장착하곤 했죠. 다양한 책을 요약해서 어떤 논제에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를요. 그러면 그걸 충분히 숙지하면서 체화하면 좋겠는데, 공부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습관처럼 외우게 되죠. 자기 것이 아닌데 억지로 외우다 보니, 못 쓰는 아이들은 논제에서 엇비슷한 게 나왔다 싶으면 대충 그런 사례를 우겨 넣듯이 삽입하곤 했어요. 그러면 논리 전개가 이상해지기도 하고, 이해력 논술에서는 담백하게 자기 논리에 집중하는 것에 비해서 그때는 무슨 배경지식 자랑대회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잘 쓰는 아이들이야 그러지 않았지만요. 아, 그러고 보니 서울대 논제들은 특별히 배경지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날카롭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았어요.

배경 지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선 이해력 논술의 장점도 마음에 들었죠. 거기서 출발하면서 사고력의 날카로움이 스며서 정형화된 답을 벗어나는 논술로 다시금 변모해야겠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죠. 일단 모두가 대학에 가야 하는 분위기에서는 오지선다 방식만큼 공정성 면에서 선명해 보이는 게 드무니까요. 또 자기 자식이 잘 쓴다고 자신할 만한 부모도 없고, 공교육에서도 충분히 논술 교육을 준비하지 못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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