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이 Jun 14. 2024

논술 답안 작성할 때 학생들의 일반적인 실수

인식과 추론(40~43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40~43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생각 노트: 논술 답안 작성할 때 학생들의 일반적인 실수 (2019년 기준)

우리 교육에서는 주장하는 바를 길게 서술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다. 최근에야 이런 시도를 하고는 있으나, 교육 내용에서 이러한 부분을 체계화하지 않은 채, 대학에서 입시 평가 수단으로만 활용했던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나름 우리 교육 환경의 한계에도 꽤 긍정적인 스타일을 확립해갔다는 점에서, 곧 폐지될(?) 선진 교육의 흔적을 곱씹을 뿐이다.

여기서는 논술 교육을 꼭 해야 한다는 걸 말하려는 것이기보다는, 그동안 답이 있는 교육을 외우면서 생긴 사고 습관을 요약해두고자 한다.


첫째, 옳은 것을 비판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 옳은 것을 비판할 때는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보면 그것이 옳지 않다는 걸 드러내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다만 입시논술에서 이 정도로 고도의 실력을 요구하지는 않으므로, 대개는 옳은 것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너무 이상적이라는 점을 든다든지,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공염불이라는 점을 드러내고, 차선책을 구하는 방식이 많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논제 유형도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논제를 주면, 학생들은 당황해서는 답안을 쓸 수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에 대한 벤츠의 문제적인 입장 표명(승차한 사람과 행인 중 어쩔 수 없이 누군가는 인명 사고가 난다면, 내부 승객을 보호하는 모드로 프로그래밍을 하겠다)에 대해 벤츠를 변호하는 관점에서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게 써보라고 하면, “너무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딜레마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어색해 하며 스스로가 인격적으로 비난받을 것을 걱정하는 듯했다.

이는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를 드물게 성공적으로 결합한 사례에 대해서도 엇비슷했다. 일부러 그 제시문을 비판하게 했더니, 그것이 성공적이지만 이상적이어서 실제로는 부정적인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고 접근하기보다는, 그 사례의 한계라든지 부정적인 면모를 어떻게든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그런 가운데 설득력에는 균열이 갈 수밖에 없었다.


둘째, 찬반 토론 등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약간 틀린 주장을 하더라도 그것이 글쓴이의 논지일 수 있다는 걸 깜빡 잊을 때가 많다. 특히 사회과학적으로 정반합의 절차를 걸쳐 중도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경우가 두루두루 모범답안일 때가 많아서, 오독의 함정으로 그런 역정보를 제시문에서 툭 흘려주고 논지를 비틀어버리면, 쉽게 함정에 빠진다. 그러고는 너무도 안심하고, 교과서에서 흔히 보는 답안을 써버리고 만다.

셋째, 관점이 바뀔 때 정교하게 그 비판 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체득하지 못해서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원래 비판이란 관점에 따르므로 관점에 따라 비판 내용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때로는 크게 달라지기도 하는데, 보편적 관점으로 비판하는 정보는 교과 지식으로 실릴 때 관점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즉 나쁜 것은 어떤 관점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나쁜 것이 된다. 설령 교과서에서 특정 관점을 명기하고 있어도, 서술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쉽게 이를 잊는다. 예를 들어 국민 투표의 한계에 대해서 ‘직접 민주주의’ 관점에 비판하려고 할 때, 마침 제시문이 브렉시트의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를 찬성하게 된 국민 투표 제도에 한계와 약점이 있는지 없는지 파악해야 하지만, 관점을 올바르게 추출하지 못했을 때, 그만 브렉시트에 관한 일반적인 비판을 한다. 그렇게 직접 민주주의의 맹점을 짚지 못하고, 그냥 경제적 관점에서만 비판하는 실수를 종종 저지르곤 한다. 그건 분명 어디서 자주 들었던 모범 답안과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브렉시트 비판’처럼 내용을 외운 게 문제가 된 것이다. 그에 관해 다른 관점을 들이대어 비판하라고 해도, 아는 것부터 먼저 잡으려는 실수를 한다. 그래서 관점을 뒤집어서 문제를 제시할 때, 기존의 일반 답안에서 살짝 뒤틀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이게 쉽지 않다. 학생이 그 관점으로 비판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면, 큰 오류를 저지를 때가 잦다. 사고력 논술 때는 이러한 경우가 잦아서 자기 배경지식을 잔뜩 적어놓고 말았다고 한다.


넷째, ‘주장을 숨긴’ 설명글을 보고 80%쯤의 논조를 자꾸만 100%로 바꾼다. 이는 주장하는 글이나 설명하는 글 등 주로 명쾌하게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 글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좋은 책은 단단하게 설명하면서 주장을 꽉꽉 누르면서 분석하고 이에 대해 조심스럽게 비판적 태도나 긍정적 태도를 보이곤 한다. 분명하게 주장하지 않고 객관성을 중시하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더라도 주장의 성향이 보일 때가 있는데, 이에 대해 중간자적 성향을 어색해 하며, 분명하게 100% 주장하는 글로 바꾸거나 100%로 설명하는 글처럼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제시문이 있었다. 내용인즉 ‘기술은 낡은 기술과 신 기술이 일률적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공존한다. 이는 꼭 최신이라는 합리성과는 다른 합리성, 그러니까 실생활에 필요하다면 조금 비합리적으로 보이더라도 낡은 기술이 한동안 공존하는 성향이 있다’라는 연구 결과에 관한 것으로, 이를 분석 설명하며 ‘기술 대체’라는 고정관념이 틀렸다고 신중하게 비판하는 글이었다. 그런데 이를 ‘기술 공존의 성향이 현실적으로 더 잘 드러난다’고 이해한 게 아니라 ‘기술 공존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바람에, ‘기업의 이익을 위해 기술 공존을 저버리는 것을 나쁜 행위인 것’으로 결론을 끌어내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도 보았다.

다섯째, 이처럼 경직화하는 성향이 있다 보니, 하나의 기준으로 하나의 제시문을 통으로 넣으려 할 때도 있다. 세부적으로 한 번만 더 꼬아서 보거나 세밀하게 기준을 나누는 등 한 단계만 더 나아가도 어려워한다. 그냥 명쾌하게 갈리는 것에 익숙한 셈이다. 그래서 그런 문제 유형이 많다. 물론 종종 기준도 여러 개로 나오고, 심지어 기준에 따라서 하나의 제시문 안에서도 두 가지로 해석되는 문제도 있기는 한데, 이런 문제는 고난도로 분류된다.

이런 경우, 오히려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로 제시문을 읽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멍하게 따라가야 해서, 큰 오독의 위험은 없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큰 오독의 위험이 없을지 몰라도, 애초에 실력이 부족하다면 제시문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거나, 답안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해력 논술에 대한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