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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n 17. 2024

반드시 논술 형식으로 글을 잘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인식과 추론(44~46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44~46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한눈팔기: 논술 전형의 비중을 높였으면  

학생들과 만나다 보면 안타까운 건 내가 입시생이었을 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굳이 따지면 그때는 아주 많은 과목을 기계적으로 공부해서 일률적으로 줄 세우기를 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나은 점도 있다.

지금은 워낙 다양한 전형이라 오히려 힘들다. 겉으로는 어쨌든 여러 능력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한국 사회의 특성상 그 여러 전형에 조금씩이라도 발을 담그지 않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기에 학생들의 일정은 웬만한 어른들 못지않다. 아니, 오히려 더 빡빡해서 고3과 통화하려면 차분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차라리 어머니와 통화하는 게 낫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장인처럼 반복적으로 단련하듯 문제를 푼다. 신뢰하는 선생이 정해주는 틀을 벗어나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하고, 토씨가 다르면, 어쩐지 그게 답이 틀린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주입식을 벗어나야 함에도 생각의 틀은 주입식 그대로인 채로, 기계적으로 단련하는 수준은 매우 높다. 수능만 공부할 때와 달리 애초에 인원수가 적어서 그럴까, 아니면 그만큼 쉬워져서 그럴까, 최상위권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문제 틀리는 개수를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고3 과제에 대해서는 고3보다 잘할 어른이 많지 않다. 내가 예전에 이런 걸 어떻게 풀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처럼 기계적인 공부도 여전하고 서울대를 가고자 하는 열망도 여전하다. 그나마 수치로는 다양한 대학에 넣을 기회가 있어서 어쨌든 대학 진학률은 높아졌다고 하지만, 오래 전과 별로 다르지 않은 가치관을 대할 때면 여전히 경쟁에 속박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게 된다. 어쩐지 미래에도 크게 바뀌진 않을 것 같다.


정말 사고력 논술을 정착시키고, 유연하고 느슨한 교육 체제를 확립하지 않으면. 그리고 그걸 하기 위해선 대학의 매력이 떨어져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사교육으로 응용되고, 그 취지는 무기력하게 변질되고 만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돈을 벌고 인정 받고 성공할 길이 다양하다면 어떨까? 그럴 때나 교육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교육 개혁의 시작이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지금의 상황과 재원으로는 그러한 발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오랫동안 헛돌 것 같다.

이왕 헛돌 거면 입시부터 단순화하자.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표면적으로라도 논술 전형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어차피 사교육에 쓸 돈이라면 쓸모 있는 지점에 쏟아 붓자.  






“잠시 몽상하자면, 반드시 논술 형식으로 글을 잘 써야 하는 건 아니에요. 논술은 사고력을 평가하기에 적절한 면이 많지만, 그렇다고 꼭 글쓰기만 있는 것은 아닐 듯해요. 글쓰기 테크닉에만 치중한다면 사실 거기에 담길 사고의 측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할 수 있거든요. 답을 외우는 논술이라면, 답을 맞혀야 하는 논술이라면 문장이란 그냥 비문 오문 없게 하는 수준의 기술적 수준에 머물겠죠. 글로 표현하는 것은 소통에 방해될 수준만 아니면 될 것이고, 잘 쓰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그걸로 문제 삼지 않으면 좋겠어요.

문장으로 쓴다는 건 그만큼 지식을 숙고하고 조직하는 과정에서 더 깊이 생각하고 읽는 효과를 낸다는 것인데, 지엽적인 데 너무 매달리면 정작 핵심적으로 보아야 할 요소들에 주목하지 못할 수 있으니까요. 작문 자체는 부차적인 것이고, 나중에 자연히 늘거나, 나중에라도 문장을 정돈하는 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되죠.

그보다는 단순히 요약 문장으로 개요를 휘갈겨도 창의적인 발상이 중요하죠. 그게 있으면 글 정리야 나중에 교정교열 전문가와 함께 작업해도 되죠. 궁극적으로 작문이 아니라 발상의 능력을 보고 싶은 거죠. 원석으로 빛나는 발상에 주목해야 해요. 논술도 단계별 이해력 논술, 사고력 확장 논술, 심층 인터뷰, 주제 토론, 고교 3년 계획으로 진행되는 졸업 리포트로 예컨대 단행본 분량의 글이나 소논문, 논문 필사, 요약본을 제출하고 이에 대한 ‘졸업 심사 인터뷰’나 학생이 면접관을 대상으로 ‘심층 강의 진행 방식’으로 면접을 진행할 수도 있죠. 부정 대필이 어렵게요. 단행본 형식은 대개 졸업 논문 심사 위원회에서 전자책으로 기념 출판하는데, 간혹 실제 유력 출판사에서 출판하는 쾌거를 이룩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라면, 대필도 어렵겠죠. 그 정도의 창의적인 작품을 넘겨주고 싶은 대필 작가도 드물 테니까요. 그리고 대학 입시 위원회에서 자체 인터뷰로 심사를 할 거고요. 주로 호흡이 긴 형식의 제출물을 종합적으로 편성해서 적용할 수 있겠죠. 미국에서 비행기 조종 면장 취득 때 인터뷰를 온종일 한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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