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이 Jun 18. 2024

논술의 점진적 폐지를 입시 개혁이라 포장하면 안 된다

인식과 추론(47~63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47~63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사실 이번 원고의 논조는 지금 시점에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사고력 논술을 신뢰하고 이해력 논술의 장점을 수용하는 방식을 최선이라 여겼는데, '다면적 사고를 위한 분류 분석형 객관식 수능'으로 치열하게 분류하여 다양성을 포착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라면 지식 중심의 독해 훈련도 괜찮다고 여깁니다. 현 시스템에서 부대낌 없이 변화할 발판이 된다는 점도 괜찮았고요.

결국 어떤 식의 공부를 하든 논리보다는 공감의 시선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라 믿기에, 미처 예상치 못한 존재를 파악하는 것, 다양한 아이디어를 포착하기 위한 사고 훈련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죠. 존재를 깊이 생각하는 훈련이 결국 자기 편견의 강화를 적용하는 것이 된다면 논술도 한계가 있죠. 그런 면에서 더 치열하게 다양한 존재를 추출 분류하여 대면한다는 점에서 다면적 분류 분석이 유용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건 어느 정도의 학생도 일정 수준에 이를 수 있고, 엎어치는 사고를 통해 여지를 두는 습관을 기를 수 있고, 무엇보다 객관식 장문의 하드한 독해를 통해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딱히 더 깊이 언급할 일이 없을 듯해서 여기에도 메모해 둡니다. <교육론>에 대해 더 쓸 계획은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어떤 평가 방식이 맞다고 판정한다기보다는, 최근 이러한 변화가 있다는 정도를 언급합니다. 물론, 여전히 큰 틀에서는 논술의 기본기 탄탄한 사고 훈련을 여전히 신뢰하기에 기존의 생각 틀은 유지하였습니다.






♬ 놀이글: 논술의 점진적 폐지를 입시 개혁이라 포장하면 안 된다  


"뭐요? 우리 아이가 <인 서울>도 못 한다고요?"


고3 초에 입시 전략을 짤 때 자식이 '인 서울'도 못할 것 같다는 진단을 들으면 학부모로서는 담배를 빨고 싶을 만큼 절망스러워지면서, 어쩔 수 없이 논술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수능이든 내신이든 좀 애매할 때 역시 논술만큼






'인 서울'의 희망을 걸만 한 게 없으니까요. 그게 무슨 벼슬도 아니지만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서는 마치 벼슬한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절박한 마음으로 상담을 하고 기록도 체크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를






논술 학원에 보냅니다.

하지만 원래 못 하던 아이가 갑자기 논술만 잘하기는 어려워서

학생이 낸 백지를 보고는 난감하여서는






선생으로서도 솔직한 마음으로 '얘는 가망이 없다'라고 말하고 싶기는 하지만, 원장선생님이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학생으로서도 희망의 말을 듣고 싶은 것이고, 또 혹시 모를 가능성마저 함부로 판단하는 것일 수도 있어서






“학부모에게 3개월만 참아보라, 원래 이맘 때쯤 학생들은 못 하는 게 정상이다, 그래도 인 서울 하고 싶지 않느냐, 하다 보면 반드시 는다”라는 식으로 희망의 통신문을 보내기 마련이고, 학부모로서는

그래도 이 녀석이 아빠를 닮았다면, 아빠는 기 막히게 연애편지를 썼기에 반드시 그 재능이 글쓰기로 대물림되었을 거라고 믿으며 선생에게 말하기도 하지만,





선생으로선 그 녀석의 싹수를 알기에 차마 긍정도 못하지만, 또 그 희망마저 꺽지도 못하고, 대놓고 희망을 꺾었다가는 원장선생님의 미움을 살 수 있기에, 그냥 그 자식을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다고만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학부모에게도 '연애편지랑 논술은 다릅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 아이가 대학 가서 여학생을 잘 꼬신다면 그 재능이 뭐 대물림된 것이겠지만, 논술에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할 순 없었죠.

공교육자들 입장에서는






"이 많은 선생 중 논술을 맡을 선생은 없는 건가?"


논술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으니, 일단 사교육에서 전적으로 논술을 맡았고






그러다 보니 만만한 게 논술 폐지와 같은 정책이었습니다. 원래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자면 창의력을 위해 비정형의 답을 쓰는 연습에 좋은 논술을 권장해야 하지만, 그러면






"깜깜이 전형인 학종도 그렇지만, 사교육의 온상인 논술은 대체 뭡니까? 정시를 늘려주소서!"


자기 아들이 논술을 못 쓰는 경우가 태반인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웠습니다. 자기 아들이 좀 글 좀 쓴다고 믿을 때에야 논술을 하자고 하겠지만, 대개는 그런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투자 대비로 가장 불확실한 게 논술이었죠. 그러니 정확하게 답이 있어서 따지기도 좋은 수능을 권장하는 건 편의적으로 아주 간편했습니다.






심지어 돈도 덜 드니, 교육부 장관으로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대통령 입장에서도 정치적으로 명확하게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었죠. 그것이 퇴보임에도 말이죠. 사실 사교육은 국영수, 심지어 사탐 강사가 몇 백억 원의 매출을 올릴 때 논술은 새발의 피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모두가 논술을 못하고, 공교육에서도 논술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참으로 궁색하여서, 논술을 철폐하는 것이 마치 개혁인 것처럼 오도하고 만 것이었습니다.






퇴보와 진보의 기로에서 의미를 호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일 자기 아들이 좀 논술을 잘할 수 있을 시점, 그러니까, 논술 공교육을 통해서 고등학교 때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내 아들 논술 영재 같아! 어떻게 그런 글을 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착각할 수 있을 시점에 이른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죠.






"대통령이여! 학종도 싫고 정시도 싫으니 다 팽개치고 논술을 늘려주소서!"


물론 투자 대비로 불확실한 건 여전할 것이기에 사교육에 충분히 돈을 투자할 계층에서는 역시 학종이 좋을 것입니다. 아니면 수능입니다. 그런데 만일 제대로 논술 교육이 초등학교 때부터 정착한다면 많은 이들이 논술, 특히 사고력 논술을 확장하길 바랄 듯합니다.






"세상에나! 이 학생은 답을 쓰라니까 답안지를 접어서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네그려. 완전 기발! 합격!"


가난한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논술에서 불리하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 어려운 독해를 답으로 맞히는 논술이라서 그렇습니다. 심지어 그 논술에서는 아무리 돈을 투자해도 늘 불안하죠. 그날 운이 나쁘면 잘 쓰던 애도 망하는 게 현행 논술입니다. 그런데 사고력 논술에 합의할 수만 있다면 본질적인 성찰에 관해서 안정적으로 그 실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하려다가 실패했지만, 결국 그 길만이 정답이라고 봅니다. 일부 답 맞혀야 하는 암기식 과목을 제외한다면 대개는 모두 사고력 논술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믿습니다. 만일 그게 잘 정착된다면 가난한 시골의 어느 학생이 고3 전에 충분히 책을 읽고 실력을 배양해 놓고, 집안에 일이 생겨 고3 때






어머니와 함께 생계를 책임지고,

공부에 신경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고 하더라도,






인생의 기습적인 공포에 짓눌리지 않고, 무조건 책상에만 붙들려 있는

기형적 공부 방법의 노예가 되지 않고서도






오랫동안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으로도 깊이를 체득하여






입시 현장에서 제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암기식의 공부에서는 매 순간 수십 시간씩 공부를 해서 시험 전까지 그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데, 사고력을 통해 한 번 정착된 깊이는 쉽게 증발되지 않으니까요. 1년 공부를 놓더라도 실력이 어디로 증발하지 않는 교육 평가 방식을 구축해야 교육이 바로 섭니다. 그런 교육이 창의성뿐 아니라 평등의 교육에도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사고력 논술이 전체 시험의 70%쯤은 차지해야 합니다. 당장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반동적 방법을 개혁인 것처럼 포장해서는 안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반드시 논술 형식으로 글을 잘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