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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n 19. 2024

학생부종합(학종)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

인식과 추론(64~65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64~65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삼천포로 빠지기: 학생부종합(학종)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

학종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선생님이 보기에 순응하는 아이처럼 행동하게 한다는 것이다. 가치관 면에서 보면 선생님도 바람직한 시대를 살아오지 못했고 그때 형성된 가치관이 있기 마련인데, 그 가치관 안에 학생을 갇히게 하는 것으로는 ‘끝판왕’인 듯하다.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모든 게 결국엔 순종할 때 유의미하다는 것을 배우게 한다. 사실 한국 교육에서는 수동적인 주입식 교육 문제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건 동시에 우리가 집단적 가치, 수직적이고 획일적인 가치 수용에 익숙하다는 점을 문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대학 가야 할 이유가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는 입시 중압감 때문에 평가 권위에 취약해지기 마련이다. 논술만 해도 출제 의도에 집착하게 된다. 이러한 양상은 외국에 유학을 가서도 지속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인데, 교수의 성향을 분석하여 맞춤형 답안을 작성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말도 듣는다. 개성과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일단 모든 건 성적을 받은 뒤로 미뤄지고, 결국에는 끝내 미뤄진다. 늘 해결해야 할 과제와 목표가 제시되고 당장의 해결을 위해 부차적인 것은 뒤로 미루기 마련이다. 그리고 뒤로 미루었다는 사실조차 잊는다. 이미 많은 것을 얻은 뒤에는 더더욱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집단에서 인정 받은 그대로 살면 안정적이고, 모험할 경우 잃을 것은 많다. 그렇게 개성과 창의성은 말로만 현란하다.

학종 역시 그러한데, 이러한 유형은 입시 스트레스가 적고, 알게 모르게 명문가가 있어서 그들이 기부금 내고 입학해도 별 문제가 안 되는 사회에서, 다양한 잠재력을 자극해주는 활동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우리나라 현실에선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모든 게 변종이 된다. 모든 사교육의 상품이 되고, 입시생과 학부모는 거기에 새로운 적응을 하고, 변함없이 돈을 쏟아 붓는다. 학종의 경우엔 순응하는 법을 체화하는 것이 지혜라고 수용하게 하는 데에 돈을 쓴다고 본다.






“겉으로는 순종하는 척하면서 평가자 눈 밖에 나지 않으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반대편에선 성적이 나오는 학생에게 나쁜 평가를 해줄 수 없는 교사가 있죠. 그 학생 평가 긁어버리면, 교장실로 불려갈 수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학종의 많은 요소는 대학 입시 때 그저 참고하는 수준의 자료로 머물러야 할 듯해요.”


“예전에는 생기부 한 줄 그럴 듯하게 쓰기 위해 아버지 친구 병원에서 경험도 하고, 교수 논문에 참여하는 경험도 했죠. 이제는 금지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런 대로 학종이라는 입시 제도를 고쳐 쓰면 될 것으로 생각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사회가 견고해지면서, 도전하고 모험하는 놈만 바보라는 결론을 얻게 하는 방식이라고 보아요. 누군가의 실력을 평가한다는 건 그런 의미까지 지니죠. 교사의 역량에 온전히 맡긴다는 운까지 걸어야 하거든요. 그도 아니라면 이미 정해진 평가를 쓰는 교사를 경험하는 일이겠죠. 안 그러면 위에서 압력 받는 교사를 보는 거죠. 사실 우리는 그 규칙을 거스르면 바보가 된다는 걸 대한민국 역사 전체를 통해 겪었어요. 친일파가 결국엔 살아남고 부정부패한 사람들이 여전히 잘 살죠. 그런데 독립군 후손은 어렵게 살고,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여전히 힘들고요. 지배 규칙을 거스르면 징벌을 받는다는 경험이 내재화했는데, 이제는 그 순종하는 습관을 평가하겠다는 것 같아요. 학종은. 다양화나 사회 불균형 문제를 보완한다는 말, 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죠. 핵심은 그게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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