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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n 20. 2024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입시 제도, 학종 등

인식과 추론(66~67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66~67프레임에 해당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입시 제도라는 말도 하잖아요. 그 중에서도 학종은 그 압축판이죠. 이런 제도에서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죠. 사실 자기 점수로 어디를 가야 최적화된 것인지 직관적으로 알기가 어렵죠. 상위권 대학은 변함 없어서 서열화를 흐트러트리는 데에 큰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중위권 대학에서는 좀 서열이 모호해지면서, 전문가들이 어느 대학이 나은지, 어떤 학생에게 어떤 학과일 때 어디를 택해야 하는지 컨설팅을 해주어야 하죠. 그 지점에선 서열화가 좀 모호해지긴 했는데 그게 큰 효과가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상위권 대학에서 좀 서열이 흐트러지면서 분야에 따라 각자 경쟁력이 강한 지점이 생기는 것까지에는 이르지 못했죠. 그런 효과에 비해서 학생들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한 입시제도를 소화해야 하죠. 수시 전형에서 최소 7가지 유형이라는데, 보통 체감적으로는 학생부종합, 학생부교과, 논술, 특기자 전형 정도 있다고 봐요. 여기에 정시가 더해지죠. 보통 특기자 전형은 제외하게 되니, 총 4가지 유형이 있는데, 각자 학생이 그 중에 강점을 지닌 쪽으로 집중하면 학업 부담이 덜할 텐데, 한국에서는 반드시 대학을 가야 하는 중압감이 있다 보니,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 못하죠. 고3, 1학기 때까지는 4가지 모두에 발을 걸쳐 놓고 있죠. 모두 다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아이들은 보통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을 갈 만한데, 대개는 그 어느 것도 애매해서 어디서도 함부로 발을 빼지 못하죠. 결국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왔을 때 울며 겨자 먹기로 대안을 찾는데, 그럴 때 논술 전형이 보통 남고요. 그러니까 내신(학생부교과)을 높이 받으면 좋은데, 아차 하면 1등급을 못 받는 분위기에서 원하는 대학을 가려고 하다 보면 내신을 약간 낮게 잡고 각종 활동을 하면서 자소서 스펙을 만들려고 시간을 들여야 하죠. 학생부종합을 위해 선생님 눈치도 봐야 하겠죠. 그런데 그 역시 때를 놓쳐서 원하는 대학을 못 간다면 수능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데, 수능도 제대로 안 나온다면, 불확실하지만 패자부활전 성격을 지닌 논술을 병행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여러 전형으로 쪼개지다 보니 체감적으론 예전 학력고사나 수능에 집중할 때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어야 하니, 문제가 예전보다 쉽다는 말도 있지만 상당히 압박감을 느끼죠. 마치 공무원 시험에서 일반 행정 응시 분야가 평균 커트라인이 높더라도, 1~2명 뽑는 분과의 시험이 더 부담스러운 것과 같아요. 이처럼 다양한 잠재력을 개발하면서 다양화했다기보다는 모든 데서 압박을 받으면서 모두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죠. 복잡해서 어디를 가야 할지 명확하지 않으면 고1 때부터 컨설팅을 받으며 전략대로 움직인 학생이 유리하죠.”


“결국 그 정도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그리 많진 않죠. 대개는 고3 때 컨설팅 1~2회 정도 받아보고 어떤 대학이 나은지 대략적으로 판단하여 움직일 뿐이죠. 지속적으로 고1 때부터 내신부터 모조리 패키지로 관리 받는다는 건 일반 시민으로선 비용을 고려할 때 부담스럽죠. 그렇게 하면 정말 효과가 있는지 자료를 근거로 할 순 없지만, 그런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죠. 예전 학력고사로 족집게 과외를 할 때보다 체감적으로 볼 때 몇 단계는 올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건 순전히 사견이긴 한데, 어쩐지 이런 제도의 흐름들이 엘리트 친화적인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나라의 60~70년대 고속 경제 성장은 귀족이 주도한 것도 아니고, 그냥 엘리트 전문인들이 주도한 것이잖아요. 이들은 흔히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소리를 들으면 사법고시로, 행정고시로, 외무고시로 중앙 관료 사회에 입문했고요. 의사도 마찬가지고, 학자들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핵심으로 자리 잡았겠죠. 그때는 그래도 기회라는 게 있었어요. 재벌은 그 기회를 아주 잘 잡은 담대한 사람들이겠죠. 그런데 이들이 나름대로 기득권 세력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굳히면서, 그냥 다음 인재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자리를 물려주지는 않았을 거예요. 사다리 걷어차기가 있죠. 그래도 민주 공화국을 표방하는 곳에서 함부로 불공정할 순 없죠. 우리나라가 다른 건 몰라도 입시 경쟁이라든지, 불공정에 민감하잖아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문화권의 시민이죠. 이런 곳이다 보니 각 분야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자산, 신라 시대처럼 자리를 물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은밀하게’ 자기 자산을 상속세 적게 내고 많이 물려주고 싶을 뿐 아니라, 전문직 엘리트라면 자신의 부와 명성을 일군 무형 자산도 물려주고 싶겠죠. 학력 상속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서울대 법대 나온 사람의 자식이 서울대 법대에 자동적으로 입학하는 사회는 아니죠. 그런 건 조선 시대에도 어려웠죠. (웃음) 대신 기회를 되도록 자기 자식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꾼다면 최선이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학벌 상속, 자산 상속 등을 위해서 정교한 노력을 기울이죠. 원천봉쇄뿐 아니라, 그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유지하기 위해 자식 대에서 어떻게 합법적으로 무형 자산으로서 다양한 요소를 상속할 수 있을지를요. 개천에서 용이 되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기 아이가 이무기로만 남을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개천에서 다른 용이 나지 못하게 하죠. 어찌 보면 학생부종합의 사회적 약자 배려 지분은 대의적으로 명분이 있지만, 반대편에서 보면 뭔가 비용을 들이면 자기 아이가 합법적으로 학력 상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죠. 로스쿨이 좋은 의도와 달리 한국에서는 이런 맥락도 얽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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