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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n 21. 2024

학종과 학력고사에 관한 과격한 몽상

인식과 추론(68~69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68~69프레임에 해당합니다.






“좀 과격하게 몽상해 보면, 이런 걸 떠올릴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일반적인 경쟁을 한다면 서울의 중위권 대학에 갈 수 있을 정도의 재원이 있다고 할 때, 그를 고1 때부터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관리한다고 해보죠. 그러면 서울대는 못 가더라도 연세대까지는 노려볼 수 있어요. 학종으로요. 자기가 안 하면 그만이지만. 공정한다는 전제 아래, 내신 공부도 족집게로 하고요. 그래서 연세대에 합격한다고 해보죠.

과거에는 사시를 준비했겠지만, 이제는 로스쿨을 가죠. 어렸을 적 외국에서 산 덕분에 영어도 잘하고 해서 다른 데서는 큰 문제가 없고, 어쨌든 당장 취직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으니, 그냥 대학원 준비를 하던 과정에서 로스쿨로 진학하죠. 아버지의 강권도 있었을 테고요. 그리하여 운 좋게도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에 성공하고, 일단 좋아하는 디자인 공부를 위해 유학하기보다는 법조인이 되어야 하죠. 외국에 나가더라도 국제 변호사가 되기를 꿈꾸어야 했죠. 아버지는 국회의원이자 지역 유지거든요.

그는 로스쿨만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만 합격하면 입사를 제안할 일류 로펌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나 자신은 판검사를 하고 싶죠. 그러려면 성적이 좋아야 하는데, 어쨌든 법 공부를 하다 보니 공직을 하고 싶은 거죠. 그는 공직이든 일류 로펌이든 선택해야 할 거예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변호사 시험을 합격하지 못해서, 사람들을 애태우고 아버지를 실망시키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요. 변호사 시험만 합격하면 되는데, 사법고시도 아닌데, 계속 미끄러지는 거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아버지 추천으로 기업에 취직할 수도 있겠죠. 거기서 퇴직금으로 50억이라도 받는다면 좀 위로가 될까요? 물론 퇴직금이 50억이라니 말도 안 되는 공상이죠. (웃음)

그렇다면 족집게 과외가 어느 정도 먹혀 들었던 학력고사 시절이라면 어떨까요? 또는 학종이 아니라 논술이라면요?”


“투자 대비 결과는 학종 다음으로는 학력고사 시절이 낫죠. 일단 학력고사는 족집게 과외가 가능하죠. 토익이든 학력고사든 수능이든 제시문이라도 똑같은 게 출제되면 엄청난 이점이죠. 학력고사 시절에는 문제를 족집게로 정확하게 예측했다면, 학생이 답으로 연결할 가능성이 높죠. 그런 시절이라 가정하고 몽상하자면, 과거 중앙대를 갈 재원은 족집게 과외를 해서, 학력고사로 자기 본 점수보다 월등히 높여서 서강대에 가는 것에 성공하죠. 그곳이 고시의 주력 대학은 아니라지만, 어쨌든 아버지의 원대로 고시를 준비해요. 그리고 9수한다고 하죠. 누구는 서울대 법대라 9수 해도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지만, 그 자신의 미래는 불확실하죠. 그리고 정말로 말이 씨가 된다고 고시 낭인이 되죠. 그렇게 오래도록 신림동을 떠돌다가, 나중에 아버지 주선으로 취직을 하는 거죠.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이가 많아서 당시엔 대기업에 입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아버지는 자신이 사법고시를 합격했음에도 사법고시가 밉겠죠. 그래도 아들이 취직한 곳에서 퇴직금으로 50억이라도 받는다면 좀 위로가 될까요? 물론 퇴직금이 50억이라니 말도 안 되는 공상이죠. (웃음)

반면 논술은 공교육계 입장에서도 준비된 게 거의 없어 주력으로 삼기에는 시기상조처럼 느끼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도 논술만큼 투자 대비로 결과가 불확실한 종목도 드물죠. 이런 상황에서 자식이 글쓰기를 잘하는 경우도 드무니, 선뜻 논술을 선호하기가 쉽질 않죠. 논술이 패자부활전이라는 표현에는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붙드는 것과 유사하다’는 의미도 있어요.

더구나 족집게도 쉽지 않아요. 같은 제시문이 출제되어도 어떻게 질문하느냐 어떤 제시문과 연계되느냐 하는 것에 따라 답안이 완전히 달라지죠. 예상 제시문이 출제되고 유사 논제라 해도, “와, 그때 수업 때 보았던 거네.”라고 감탄하면서 문제를 풀 뿐이죠. “그런데 답을 제대로 썼는지는 모르겠어요”로 귀결하지만요. 예상 문제와 답안을 아무리 외워도 같은 게 나올 수 없고, 오히려 그 때문에 엉뚱한 답안을 써낼 수도 있죠. (웃음) 결론적으로 “우리 쌤 실력 짱”에서 머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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