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이 Jun 25. 2024

주입식 교육의 위력과 4차 산업혁명

인식과 추론(73~76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73~76프레임에 해당합니다.






“이러면 양서 500권쯤을 씹어 먹은 뒤 대학에 가긴 하겠네요. 중1 때부터 고3까지 400권의 책 읽기, 40편의 연극 영화 뮤지컬 보기, 40번의 전시회 공연장 경기장 가기, 20번 사회 봉사하기 등등요. 좀 과한가요? (웃음) 코딩, 수학, 통합과학, 영어, 제2외국어의 경우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전국학력고사로 평가하고, 고1~고3 때까지 졸업 리포트 쓰고 이것으로 인터뷰를 준비해야 하는데, 교사가 컨설팅할 때 학생의 관심 주제로부터 '왜 하고 싶은지' '왜 해야만 하는지'를 파고 들어야겠죠.

국가 비용을 쓰지 않고도 사교육으로 독서 강국이 될지도 몰라요. 민주주의 시민의 역량이 급성장할 수도 있고요. (웃음) 교육열을 올바르게만 작동하게 하면, 급속도로 좋은 문화가 정착할 수 있다고 봐요. 창의력으로 인정받는다면 반 세기 안에 별의별 창의적 시도가 한국에서 행해질 거라고 믿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기존 교육에 익숙한 경우라면, 지식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 하는 우려를 할 것이고, 또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기 자식이 그러한 사고력이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겠죠. 물론 꼭 글을 잘 쓰지 않아도 된다면 어쨌든 요약 방식이나 설명으로 사고력을 증명하면 되는데, 또 그 평가 방식이 과연 공정할까 하는 우려를 하겠죠. 바칼로레아는 국민적인 합의가 있어서 가능했다면, 우리는 정확하게 점수로 공정한 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수능이나 학력고사의 장점을 잊지 못하죠. 누가 봐도 공정해 보이는 평가 체계는 역시 객관식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준비를 많이 하지 않으면 이런 몽상은 우리 여건상 시기상조일 듯헤요. 실제로 이런 걸 밀어 붙이려 하면 난리 나지 않을까 싶어요.

사고력이 높다고 측정되고도 지식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예전의 주입식 장점을 환기하게 될 거고요. 전 그게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긴 하거든요. 과거에 우리에게 주입식 교육은 어쩔 수 없는 교육 형태였죠. 단기간에 압도적인 지식을 수용하고, 그것으로 기능적 엘리트를 양산할 수 있었죠. 실제로 그게 국가 발전 동력이 되었고요. 더구나 주변에 우리가 감당할만한 수준의 교육 체계를 갖춘 일본 정도를 볼 때, 또 아시아 문화를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맥락이었죠.”






“저도 주입식 교육의 위력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 어느 분야에서든 아주 문외한이 되지는 않고, 조금만 익히면 어쨌든 기본적인 건 흉내 낼 수 있었어요. 평균적인 수용력이 높았다고 해야겠죠. 나쁘게 보면, 꼭 모든 걸 웬만큼 잘하기는 하지만 시대의 규칙을 주도할 만큼 잘하는 건 드물었죠. 다른 걸 못 해도 단 하나를 특별히 잘하거나, 압도적으로 도약하기란 어려웠죠. 관점을 완전히 뒤바꾼 사건을 일으키긴 어려웠다는 의미죠. 우리가 주도하는 일보다는, 상대가 규칙을 만들고 무언가 과제를 제시했을 때 이를 수용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거죠.

물론 반론도 있을 수 있어요. 일본의 경우에도 주입식 교육이었는데, 노벨상 수상 실적을 보면 그냥 약간 나은 정도가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이니까요. 주입식 교육 자체보다는 사회의 지원과 모험할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서 답이 딱 떨어지는 방식보다는 비정형적인 방식, 즉 글쓰기의 방식과 말하기의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장 원활하긴 하지만, 오지선다형 단답형 수능 방식으로도 창의력 교육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공정성에 너무 예민하고 경쟁 교육을 포기할 수 없는 시점이라면, 타협점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보통 어떤 지식을 익힐 때 기본적으로 8~32가지 등등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관점으로 펼쳐나가는 지식 흐름의 마인드맵을 보여주고, 여기에 질문을 던지게 하는 거죠. 시험을 낼 때는 몇몇 유사한 근친 관점을 보여주고 어떤 전제를 줌으로써, 그 전제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하나의 답을 구하게 하는 거고요. 일단 하나의 대상에 대해 입체적으로 다각도로 살피면서, 조건부로 답을 정하는 것에 합의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러면 현재 한국의 민감한 입시 공정성 사안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점진적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요. 지금의 입시 제도로는 보통 딱 하나의 조건에 하나의 답을 주니, 4개쯤의 경우의 수만 나누어도, 학생들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죠. 단순히 역지사지, 관점의 전환만으로도 낯설어 하고요. 그나마 논술 때문에 나아지기는 했지만요. 점진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라야죠.

이것이 본격적인 창의력 교육이나 사고력 교육은 아니겠지만, 어차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압도적인 창의력을 키운다는 건 일반 교육에선 어렵다고도 보거든요. 그저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누군가 나와주기를 바라며, 다양한 창의력 사례를 인지해 새로운 창의력의 탄생 확률을 높여가려는 것이죠. 종종 언급했듯이 경우의 수를 따지는 분류 및 분석 교육, 다른 방식으로 치고 들어오는 분류 방법을 경청하는 교육 등등 결국 다양한 가능성을 예측하는 촘촘한 망짜기 교육만으로도 웬만한 창의력 사례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고 봐요. 이중 어떤 관점이나 주장이 주류 혹은 비주류가 되었는지 또는 어째서 소거되었는지 살펴보다 보면 그러한 흐름이 타당한지, 아니면 비판해야 하는지 입체적으로 있게 살펴볼 수 있을 거예요.”


“이왕 몽상한 김에 조금 더 나아가 보자면, 내신은 없고 쪽지시험으로 학습 상태 점검만 했으면 해요. 그걸로도 효과는 충분하다고 보거든요. 내신 제도의 경우 3년 내내 시험에 얽매여 있게 하니까요. 도서, 영화, 공연 등등 의무 할당 리스트를 소화하고 학교에서 감상문을 쓰게 했으면 해요. 남이 써주지 않게요. 봉사활동도 졸업 요건을 넣었으면 좋겠네요. 이게 생활기록부 역할을 하는 거죠. 수시 전형으로는 5시간짜리 논술 전형이 대세였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무리일 수 있으니, 100분짜리 논술 영역을 3교시로 나누어도 좋고요. 수능 최저 요건이 있을 수도 있겠죠. 학종의 경우엔 사회 배려 유형, 특기자 유형 등에 한정해서 최소화했으면 하고요. 수시와 정시를 위해 가장 중요한 평가 수단이 수능은 다면적 분류 분석력을 평가할 수 있는 문제로 구성되었으면 하고요.

사실 이 수능은 5시간짜리 수시 논술로 가기 전에 유용하지 않을까 해요. 어찌 보면 현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최적화된 느낌도 있어요. ‘경우의 수’와 ‘조건의 한정’에 따라서 어떤 지점에서 답을 좁히는 방식이죠. 그러니 제시문이 여러 개고 그걸 조합하는 방식이고, 제시문이 좀 길어지겠죠. 관련 문항도 많아져야겠네요. 오지선다형에서도 그러한 혼합 시 나올 수 있는 주장이나 분석 내용을 고르게 하는 것일 테니, 항상 전제를 하고 그 조건에서만 답을 합의하는 훈련에 좋은 듯해요. 지금은 답이 하나이고, 그것에 학생 자신을 맞추는 것이라면요. 훨씬 다각도로 볼 수 있을 여지가 있어요.

이때 수능 제시문으로 필독서 내용이 제출될 수 있다면 도서 등의 생기부 항목에도 충실해질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중학교 때부터 1년에 학년별로 10권씩 권장 리스트를 발표하면, 청소년을 위한 버전으로 교과서처럼 필독서가 출간되고, 아이들이 그걸 중1 때부터 고3 때까지 60권 읽는다고 계산해 보는 거죠. 이때 개인적으로는 주로 정치 역사 미디어 비평 등등의 시민 교양을 위한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수학이나 과학 등도 있겠지만요. 각 과목의 교과서도 그에 맞추어서 너무 많은 자잘한 지식보다는 지식에서 파생하는 분석 분류 과정으로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으면 하고요. ”






매거진의 이전글 현행 입시 제도에서 아쉬운 점 & 개선 관련 몽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