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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n 08. 2024

장어와 멸치와 청어와 꽁치와 삼치 등은 #1

서술절 혼동

예를 들어 장어 미끼로는 멸치·청어·꽁치 등이 이용되며, 또 삼치 등은 가짜 미끼도 사용된다.       


전반부는 서술절이 없지만 독자의 습관 때문에 서술절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중의성이 발생하는 예이다. 또한 후반부는 서술절을 안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장어 미끼’를 서술절 안은문장의 주어로 보고, 이어서 종속되어 연결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후반부 전체를 서술절 그 자체로 오독했다. 그냥 엄청 오독했다.   

   

물론 개인적인 오독이었다는 전제도 달아야겠다. 그리고 이를 다시 분석하는 과정에서 가독성이 저해되는 현상은 수반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의 핵심은 서술절 혼동이 원인일 것이다. 그 때문에 중의성도 생기고, 그 때문에서 가독성 저해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전반부를 서술절로 오독했을까? 혹시 서술절이 맞는 것은 아닐까 하여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서술절이 있는 문장은 아니었다.

만일    

  

1) 예를 들어 장어 미끼는 멸치·청어·꽁치 등이 있고, 또 삼치 미끼는 가짜 미끼도 있다. (본래 의도)
2) 예를 들어 장어 미끼는 멸치·청어·꽁치 등이 있고, 또 (장어의) 가짜 미끼는 삼치 등이 있다. (나의 오독)  

   

이런 문장이었다면 2)문장만 서술절을 안은 문장으로


- 장어 미끼는 / [멸치·청어·꽁치 등이 있고]
- 가짜 미끼는 / [삼치 등이 있다.]   

  

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다행히(?) 예시 문장은 주술부가 꽉 맞물려 있다. 심지어 피동까지 신경 써서 숨겨진 능동 주체까지 분명히 암시한다. 그 방식으로 재구성해 보면,      


1) 예를 들어 (주체는) 장어 미끼로는 멸치·청어·꽁치 등을 이용하며, 또 (주체는) 삼치 등을 잡을 때 가짜 미끼도 사용한다.      


정도로 고쳐서 보면 간단하다. 문장이 헛도는 느낌도 없다. 그런데 순간 서술절이 있는 것으로 착각했던 셈이다. 혼자서.     

어째서 서술절이 있는 것으로 오독했을까? 찬찬히 분석해 보니 다음의 이유를 들 수는 있었다.

우선 분명 서술절로 완성되어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 장어 미끼는 (멸치 청어 꽁치 등이 이용되며,) '또' (삼치 등은 가짜 미끼'로'도 사용된다.)


이렇게 묶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읽히면 미끼로 쓰이는 생선은 멸치 청어 꽁치 삼치인 셈이다. 모두 장어를 잡을 때 쓰이는 미끼처럼 보인다.

물론 저자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그에 맞춘다면     


예를 들어 장어 미끼로는 멸치·청어·꽁치 등을 이용하고, 삼치 등을 잡을 때는 가짜 미끼를 쓴다.   

  

이와 같은 문장인 셈이다. 장어와 삼치를 잡을 때 미끼를 쓰고, 장어 미끼로는 멸치 청어 꽁치 등이 있다. 삼치를 잡을 때는 가짜 미끼도 활용하는데 그게 어떤 생선인지는 적혀 있지 않다.

이런 의도라면 문장이 다시 복잡해진다. 다시 첫 예시 문장을 보자.     


예를 들어 장어 미끼로는 멸치·청어·꽁치 등이 이용되며, 또 삼치 등은 가짜 미끼도 사용된다.     

 

서술절을 안은문장이 하나 정도 생기기 때문이다. 후반부 문장이 그렇다.      


1) 예를 들어 (주체는) 장어 미끼로 멸치 청어 꽁치 등을 이용한다. (서술절 없음)
2) 또 삼치 등은 (주체가) (어떤 생물인) 가짜 미끼도 사용한다. (서술절 있음)  

   

삼치가 사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주술 호응 관점에서 주어인 ‘삼치’와 서술절인 ‘(주체가) (어떤 생물인) 가짜 미끼도 사용한다’이 호응한다.

여기까지는 저자의 의도를 따랐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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