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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n 07. 2024

누적된 지우개똥과 궤멸된 강남

삼행시 & 놀이글


→ 나, 효지후

 박- 자감이 정말

 지- 리멸렬한 수준이었어요. 누군가는

 후- 천적인 노력으로 대성한 사례를 든다지만, 어쩌면 그런 경우는 귀감이 될 만해서 적극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언제나 후천적인 노력으로 대성하는 것 같았죠. 사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재능이 없어서 포기하지만, 포기하는 사람이 말할 리는 없으니까요.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도 포기를 몰라서 그렇다기보다는, 놀라운 성과를 냈기 때문에 포기를 모른다는 말이 돋보였던 것이란 생각에 이르러 심통도 부렸답니다.






"난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금 와서 그러니 좀 포기도 알아야 한다고 하더군."


 한- 가롭게 나 자신을 생각하자니 죄책감이 들기도 했죠. 뭔가 배부른 투정 같다고나 할까요.

 지- 구는 매일 돌았고, 일년을 돌았죠. 알고 보면 지구만큼이나 참 많은 것이 바쁘게 돌고 도는데, 나만 가만히 고여 있어선 안 된다는 충고가 설득력 있게 들렸어요.

 민- 자당은 결국엔 망할 것이란 믿음으로 충만했던 시절이었죠. 민자당이 나자빠질 때까지는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는데, 어느덧





 김- 대중과 노무현의 시대를 지나고 있었어요.

 고- 등학교 때 내게 경쟁의 위대함을 가르쳐주신

 은- 사는 지금쯤 무얼 하고 살까요? 여전히 선생님이실까요? 박정희와 전두환을 존경하신다는 그분께선 여자의 도리를 가르쳐주셨죠.



"전두환이 물가는 잡았어. 너희들은 잡힌 물가를 느끼며 남편 뒷바라지를 해야 하지. 대한의 역군들이거든. 사당오락, 알지? 남편 직업이 바뀐다."





 한- 적한 시골에서 경쟁을 모르고 살았다면

 효- 심 깊은 심청이의 선택이 인생의 지침과도 같았겠지만, 왜 죽어야 하죠? 전 잠수를 잘 못해서 용궁까지 도착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거든요.

 주- 경야독을 해야 하는 시절을 겪지도 못했죠. 학원을 너무 많이 다녀야 해서, 방학 때가 더 싫다는 강남의 아이였을 뿐이에요. 성수대교가 무너졌다는 소릴 말로만 들었고, 삼풍백화점이 있었다는 자리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고요.



"우주의 기운이 강남으로 흐른다고 믿는 사람들의 모임."





 박- 박하게 들어찬 건물들을 가끔

 지- 우개로 지우고 싶다는 상상 정도는 하죠. 가득 쌓인 지우개똥을

 후- 불어버리면 미세먼지로 강남이 오염된다고 비난을 듣게 될까요? 지우개로 지우고 찢긴 강남을 보고 싶어요.



"강남이 어젯밤 갑자기 사라졌대요. 먼지처럼 후 쓸려나갔다나요? 이제 우리 어디에 투자하죠. 정보 싸움이에요. 어디든 반드시 강남을 대신할 테니까요. 누구 아는 사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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