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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n 12. 2024

빨간머리의 마녀

놀이글 & 뭉크

그래, 어렸을 적부터 어쩌면 난 원래 그런 운명을 타고났는지도 몰라. 그때 엄마가 죽지 않았으면 달랐을까?





빨간머리는 원래 불길한 징조였어. 그런 시대를 살았지, 난.

그래도 내가 처녀 시절 일하던 직장의 사무장과 결혼 후





그런 일이 생길지는 정말 몰랐어. 손님 중





집요한 사내가 있었지. 그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여자를 얻기 위해서는 노골적으로 탐욕적이었어. 돈이 있으면 다 된다는 식이었지. 소문에는 벌써, 그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여자가 한둘이 아니었어.





그를 따라다니는 억울한 영혼이 여럿이라는 말이 있음에도 그는 멀쩡했어.





그가 강제로 키스라도 하는 날이면, 늘 돈으로 그 치부를 가리려 했어. 그럴 때마다 그녀들은





요부로 손가락질 받았다고 하더군. 그런 여자 중에는 자살한 사람들도 있었겠지.





난 그런 게 정말 싫었지.





내가 빨강머리라고 해서, 누가 나에게 함부로 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는 거야. 내가 여자라고 해도 말이지.





녀석은 내게도 똑같이 하려고 했지. 처음에는 신사처럼 다가왔지만, 돈으로 치장한 뒤 모든 치부를 덮으려 했어. 난, 힘껏





물었어. 그러자 뭔가 희열이 생기기도 하더군. 소문에 내 빨간머리가 마녀의 광채처럼





빛났다고도 하는데, 난 잘 모르겠어. 다만, 그런 소문에





남편은 견디지 못했지.





그러한 소근거림에 끝내는 견디지 못했던 거지. 마을에는 온통 빨간머리 휘날리는 불길한 이야기뿐이었고, 난 정말이지 화형의 시대를 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남편은 무슨 병에 걸린 것인지, 머리가 다 빠지기 시작했고, 모두가 '눈치 채지 못하게 내가 그를 죽이고 있다'고 소근거렸지.





그 저주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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