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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n 23. 2024

띄어쓰기, 저한테 왜 이러시나요?

합성어 & 본용언 보조용언 & 의존명사

아무래도 띄어쓰면 어색하게 느껴졌다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이제는 띄어쓰는 게 자연스러운 경우가 있다. 내게는 ‘-시’가 그랬다. 뭔가 한 단어만 띄기가 그렇고, 또 많은 지점에서 이 단어만 띄자니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이렇게 처음에는 띄기를 일관되게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게 어색하다가도 나중에는 그게 규칙적인 리듬으로 느껴지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때가 있다. 원고를 교정하다가 막바지쯤 이르면 이런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안정감을 찾는달까. 물론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그렇다. 이는 붙여쓰기를 원칙으로 삼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간혹 예외 조항 때문에 긴장해야 할 때가 있다.

‘-시’의 경우를 보자면 비상시, 통상시, 평상시, 필요시는 '시'를 붙이는데 나머지는 폭발 시 등등 띄어 쓴다. 사실 빈도로 보면 띄는 게 더 자주 출몰한다. 그래서 마음 같아서는 ‘비상 시, 통상 시, 평상 시, 필요 시’로 하고 싶다. 갑자기 이건 합성어라 붙여쓴다고 하는데, 붙여쓰지 않으면 뜻이 안 통하는 것도 아니다. 또 반대로 모든 ‘-시’를 붙여 써도 된다고 해도 뜻이 안 통하는 것도 아니다. 헷갈리는 건 오로지 띄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뿐이다.

이런 건 너무 많기 마련이다. 당장 떠오르는 것으로는     


고려 사항, 주의 사항, 변경 사항, 요구^사항, 유의 사항, 필수^사항, 의무 사항      


등이 있다. 사실 이런 경우 현행 문법 체계에서는 OO사항이 오면 띄면 대개 맞다. ‘사항’은 앞에 오는 명사와 맥락적으로 합성어가 되기 쉽지 않은 개별적 뜻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냥 다 붙인다고 뜻이 안 통하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이걸 어떤 경우에는 띄고 어떤 경우에는 반드시 띄거나 붙이고, 그러니 머리가 열이 오른다.

이런 사항들이 몰리면 슬슬 띄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마구잡이 띄었다 붙였다 하게 된다. 특히 학술 용어의 늪에 빠져 있던 사람들은 묘하게 붙이고 싶고, 실제로 분야별로 편의상 붙이다 보니, 붙인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분야에 따라 이제 일반 법칙은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사람은 또 나약한 동물. 소신껏 확실히 ‘무대뽀’로 모조리 폭력적으로(?) 붙여버려도 괜찮을 텐데, 중간에 변심하거나 흔들렸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막 띄고 만다. 그리하여 혼동의 장으로 들어서는데.... 그러다 보면 현행 문법 체계에서 붙여도 되는 ‘요구 사항’은 고집스럽게 띄고, 붙이면 안 되는 것만 골라서 ‘주의사항 변경사항’ 등등 붙여버린다. 가끔 그것도 띄어준다. 아수라장이다. 맞춤법 이야기 하려면 할 이야기가 많다. 실용적이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고, 시류에 따라 쉽사리 틀린 게 되는 규칙의 약속이라니...

끝까지 당부 사항을 지키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아서 띄어쓰기 신에게 저주가 걸려, 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고지가 얼마 안 남았는데.      


한편, 트위터리안 @lock_a_asahi은 2021년 3월 6일에 이런 글을 올렸다.      


"해 질 녘" 은 해가 지는 녘 이라 다 띄어 쓰고

"동틀 녘" 은 동트다 가 하나의 단어라 ’동틀v녘’이고

"새벽녘" 은 그냥 한 단어라 다 붙여 씁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 ‘한국어 띄어쓰기에 분노 중인 인레(@inleminati)’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 작살나다는 한 단어라 붙여 써야 하지만 박살 나다는 한 단어가 아니라 띄어 써야 합니다. 땀나다는 붙여 쓰고 눈물 나다는 띄어 쓰고 고장 나다는 띄어 쓰고 끝장나다는 붙여 쓰고 실감 나다는 띄어 쓰고 소문나다는 붙여 쓰고 거덜 나다 이골 나다는 띄어 씁니다!     

- 띄어쓰기에 대해 알면 알수록 띄어쓰기에 자신이 없어집니다. 지금까지 당연히 '아무 것도'가 맞다 생각했는데 '아무것도'가 한 단어로 인정되기 때문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게 맞다는 걸 알고 '매번 국어사전 찾아봐야 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본용언과 보조용언으로 가면 더 다양한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대개는 붙여쓰든 띄어쓰든 의미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의미 파악에 어려움을 겪지도 않는다. 그냥 다 붙여쓰면 좋겠다. 이 경우에는 띄어쓰면 좀 벌어지는 느낌이 드니까(생각해 보도록 한다 등).     


띄어쓰기 관점에서만 보자면 ‘~데’의 경우에는 띄느냐 마느냐 하는 것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지만, 의존명사 ‘데’를 ‘것에’ 등등으로 바꾸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 띄어쓰기 관점만으로는 이 경우에는 지키는 편이 좋다. 그런데 솔직히 이 경우에는 띄지 않는다고 의미가 혼란스러운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붙여서 상상해 보자(그것은 생각하는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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