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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n 25. 2024

보다, 띌 때와 붙일 때

보조사 ‘보다(than)’ & 부사 ‘보다(more)’

see, look, meet, try 등의 동사의 의미로 ‘보다’가 있기도 하지만, ‘보다’란 표현은 마치 전라도의 ‘거시기’만큼이나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의미를 발산한다.

멀티 플레이어인 셈인데, 사실 유형화해보면 동사로 쓰일 때를 제외하고는 보통 보조사 ‘보다(than)’와 부사 ‘보다(more)’에서 띄어쓰기 문제가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알다시피, 조사 ‘보다(than)’일 때는 붙여 쓴다. 부사 ‘보다(more)’일 때는 띈다. 이게 생각보다 준수되지 않을 때가 잦다. 의존명사 ‘데’의 띄어쓰기가 틀릴 때가 많듯이.

물론 ‘생각해 보다’와 같은 보조용언 문제에서도 띄어쓰기 문제가 걸리지만, 이 경우는 명백한 오류라고 하기에는 어정쩡한 사례라고 본다. 그래서 여기서는 보조사와 부사 문제를 메모해 둔다.      


제조 공정을 보다 더 단순화할 수 있다.     


특히 부산대 한국어 맞춤법 검사기에서는 되도록 부사 ‘보다(more)’를 다른 표현 ‘더욱, 좀 더, 조금 더, 더’ 등을 권장하고 교정해 놓고 한다. 처음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심지어 ‘더욱더’는 겹말오류처럼 분석되었는지 굳이 ‘더욱’으로 고쳐 놓았다.

처음에는 모른 척하려고도 했다. 가끔 ‘보다’보다 ‘더, 좀 더’로 교체할 때도 있었지만, 어쩐지 어감상 온전치 않다고 여길 때도 있었다. 그런데 계속 대면하다 보니 점점 이 지점에서는 엇비슷한 표현을 온전히 다른 어휘로 교체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보다’를 ‘더’로 고칠 수 있을 때 고치면, 애초에 띄어쓰기가 혼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 제조 공정을 보다 더 단순화할 수 있다.  

♣ 자산어보보다 10년 앞서 저술된 우해이어보     

♣ 표준 조타 명령이 관용적인 조타 명령에 비하여 보다 명확한 의미를 담고 있다.

    → 표준 조타 명령이 관용적인 조타 명령보다 더 명확한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그러한 효율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정 원고가 교과서 등이라면 더더욱 그런 식으로 고집하여 고정하는 면도 생긴다. 청소년들이 생각보다 잦은 빈도로 ‘보다’를 모조리 띈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논술 답안을 보면 정말 심심치 않게 보조사 ‘보다’를 모조리 띄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사어 ‘보다’를 보조사처럼 앞의 체언에 붙이는 오류는 드문데, 상대적으로 보조사 ‘보다’를 띄는 오류는 잦다.

그러다 보니 두 표현을 다르게 나뉘어 배치하는 교정을 즐겨 한다. 특히 교과서로 쓰일 원고라면 좀 더 의식적으로, 부사 ‘보다’의 경우 ‘더, 더욱, 조금 더, 더욱더’ 등으로 바꾸곤 한다. ‘더욱더’는 내 마음속에서는 허용하는 편이다. 겹말 오류를 모른 척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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