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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l 08. 2024

마비되다, 마비시키다

피동-자동형에서 바로 사동-타동형 전환

자동사에서 능동 기본형이 없는 경우도 있을까? 얼마나 있을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 자리 서술어로 자동사의 유형이 반드시 능동-주동형이 아닐 때가 눈에 보이기는 한다.

대표적으로 ‘마비되다’가 있다. 국립국어원의 의견에 따라도, ‘마비하다’는 없다고 한다. 애초에 단어 자체에 주어가 피동으로 당하는 뜻이 포함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나 스스로 마비하는 것은 없고, ‘마비’에 애초에 그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정지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힘이나 의지에 의해 주체의 몸 등이 움직이지 못하고 감각하지 못하는 것이지 스스로 그럴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마비하다', '마비시키다'의 표현

[질문]
'마비되다'는 표제어로 올라 있고 '마비하다'는 올라 있지 않은데 '마비하다', '마비시키다'는 못 쓰나요?
    
[답변]
'마비하다'는 잘 쓰이지 않지만, '마비시키다'는 쓸 수 있습니다. '마비'는 '신경이나 근육이 형태의 변화 없이 기능을 잃어버리는 일'을 뜻하는 말이므로, 동사로는 주로 '마비되다'가 '팔이 마비되다'와 같이 쓰이고, '마비하다'는 잘 쓰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동의 뜻을 더하는 '-시키다'를 붙여 '폭발음이 청각을 마비시키다'와 같이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나는 나 자신을 마비했다’라고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내 몸이 마비되었다’라고 쓰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흔하다. ‘마비하다’라고 하면 굉장히 어색하다. 사실상 이 단어는 죽었다고 하는 편이 옳다.

그러면 능동과 피동의 관계, 자동과 타동의 전환, 주동과 사동의 의미도 예외적이게 된다. 예를 들어 보통은     

나는 존재하다 (자동사, 능동형)
→ 나를 존재시키다 (능동, 사동, 타동사)     


등으로 이해하면 대개 들어맞곤 하는데     


나는 마비하다 (없음, X)
→ 나를 마비시키다 (O)     


이런 규칙이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나는 마비되다 (자동사, 피동형) (O)
→ 나를 마비하다 (타동사, 능동형) (X)     


이런 게 들어맞지 않는다.   

  

나는 마비되다 (O)
→ (그는) 나를 마비시켰다 (O)    

 

피동-자동형에서 바로 사동-타동형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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